(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프랑스 현지 언론의 이강인 죽이기가 시작됐다.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음에도 태도 논란부터 경기력 혹평까지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이강인은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전해 후반 21분 교체되기 전까지 66분 동안 그라운드를 누볐다. 공격 포인트는 없었지만 몇 차례 좋은 패스를 기록하는 등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그럼에도 프랑스 현지 언론은 혹평을 쏟아내고 있다.
PSG는 23일(한국시간) 프랑스 랑스의 스타드 볼라르트-들르리스에서 열린 2024-2025 쿠프 드 프랑스 64강전에서 같은 리그1(1부리그) 소속인 랑스와 전·후반 90분을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4-3으로 이겨 32강에 올랐다.
직전 2023-2024시즌을 비롯해 쿠프 드 프랑스에서 통산 15차례 정상에 올라 최다 우승팀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PSG는 16번째 우승을 향한 첫걸음을 힘겹게 뗐다.
이날 PSG는 4-3-3 포메이션으로 나섰다. 마트베이 사포노프가 골문을 지켰고, 누누 멘데스, 윌리안 파초, 마르키뉴스, 아슈라프 하키미가 수비를 구성했다. 파비안 루이스, 비티냐, 주앙 네베스가 중원에서 호흡을 맞췄고, 데지레 두에, 우스만 뎀벨레, 이강인이 최전방 스리톱으로 나섰다.
이강인은 측면과 중앙을 오가며 활발하게 움직였으나 공격 포인트를 올리지는 못하고 후반 21분 브래들리 바르콜라와 교체됐다. 이강인은 올 시즌 리그에서만 6골 2도움을 기록 중이다.
이날 이강인은 가벼운 몸놀림을 보여줬다. 전반 7분 파비안 루이스의 패스를 받아 왼발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지만 아쉽게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전반 17분에는 오른쪽 측면에서 왼발로 감아찬 슈팅도 골키퍼에게 잡혔다. 이후 오프사이드가 선언됐다.
전반 40분 이강인이 오른쪽에서 올린 크로스를 센터백 마르키뉴스가 러닝 발리로 마무리한 것이 골키퍼 손끝과 골대를 맞고 나온 것도 아쉬웠다. 이강인의 시즌 3호 어시스트가 날아간 장면이었다.
PSG는 전반전 중원 싸움에서 압도하고도 단단한 수비에 막혀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좀처럼 만들지 못했다.
전반을 잘 버티고 후반전 PSG가 지친 틈을 타 더 많은 공격 기회를 창출하던 랑스가 후반 21분 행운의 선제골을 뽑았다. 코너킥 상황에서 PSG 수비진이 제대로 걷어내지 못한 공을 랑스의 우즈베키스탄 센터백으로 최근 토트넘 입단설에 휩싸인 압두코디르 후사노프가 슈팅으로 연결하자 볼이 같은 팀 음발라 은졸라의 몸을 맞고 PSG 골대 안으로 들어간 것이다.
다급한 PSG는 이강인과 데지레 두에 등을 빼고 바르콜라와 곤살루 하무스 등을 넣어 동점포 사냥에 나섰다.
결국 하무스가 해냈다. 후반 25분 누누 멘데스의 헤더 패스를 랑스 수비진이 제대로 걷어내지 못했고, 이를 하무스가 골문 앞 오른발 슛으로 침착하게 마무리하면서 승부를 1-1 원점으로 돌렸다.
이후 경기는 추가 득점 없이 마무리됐다. 후반 종료 뒤 연장전 없이 곧장 승부차기에 들어가는 대회 규정에 따라 두 팀이 러시안 룰렛 같은 승부차기에 임했는데 PSG가 진땀승을 거뒀다.
기존 주전 골키퍼 잔루이지 돈나룸마의 부상으로 직전 리그 경기에 이어 출전한 사포노프는 두 팀의 1∼3번 키커가 모두 성공하며 팽팽하던 상황에서 랑스의 4번째 키커 은졸라의 슛을 막아내 분위기를 PSG 쪽으로 급격히 기울였다.
이어 PSG의 4번째 키커인 바르콜라의 강한 오른발 슛이 들어간 뒤 랑스의 5번 키커 앙디 디우프의 왼발 슛마저 사포노프의 손에 걸리며 PSG의 승리로 경기가 막을 내렸다.
하지만 이강인을 향한 평가는 좋지 않았다. 프랑스 레퀴프는 "경기의 핵심인 기동성과 예리한 볼 컨트롤을 보여준 건 맞다. 하지만 그 이후는 어땠나. 오른쪽에서 뛰었던 이강인은 PSG의 공격적인 플레이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슈팅도 없었고 위치선정도 거의 없었을 정도로 기록이 좋지 않았다. 코너킥 상황에서 마르키뉴스에게 크로스를 올린 게 전부였다"며 평점 3점을 줬다.
뎀벨레, 네베스, 루이스와 함께 팀 내 최저점이었다. 심지어 패배 팀 랑스 선수들까지 통틀어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메이드인 풋과 막시풋도 4점으로 최저점을 줬고, 풋메르카토 또한 "눈에 띄지 않았다"며 5점을 줬다.
무난한 경기력에도 혹평이 이어지면서 프랑스 언론이 이강인 죽이기에 나섰다는 의구심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미 경기 직전에도 태도 논란과 전문가 비판이 터진 참이었다.
프랑스 매체 풋01은 22일 "루이스 엔리케 감독이 PSG에서 1년 반 동안 높이 평가한 이강인은 PSG 구단 직원들 사이에서는 만장일치가 아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비판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면서 "PSG 직원들을 향한 거만한 행동으로 인해 거의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 이강인이 별로 인정받지 못하는 건 PSG 캠퍼스에서만이 아니다. 전문가 사이에서는 기술적인 이유로 더 비판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과거 카날+ 등에서 기자로 활동했던 피에르 메네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이강인에 대해 "무색무취, 무의미한 플레이다. 그는 전진하는 플레이를 하지 않는다. 그저 아슈라프 하키미에게 공을 보내기 위해 끊임없이 왼발을 쓸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강인이 출전 기회에 대해 일종의 특혜를 받고 있다고도 비판했다. 메네는 "PSG 선수단에서 다른 특정 선수들에게만 주어지는 대우를 보면 짜증이 난다. 특히 이강인이 선발로 나서거나 그가 출전하는 모든 경기에 교체로 나오는 걸 보면 짜증 난다"라며 "PSG에서 뛸 수준이 아니다"라고 딱 잘라 비판했다.
그에 앞서서는 이강인의 태도 논란이 불거졌다.
프랑스 매체 VIPSG에 따르면 프랑스 기자 브루노 살로몽은 '100% PSG 쇼 라 트리뷰네'를 통해 "마우로 이카르디, 레안드로 파레데스, 리오넬 메시는 PSG에서 꽤 비열한 사람들이었다. 이강인에 대한 논쟁은 여기서 끝내려고 하지만 PSG 캠퍼스에서 이강인이 도를 넘었다는 얘기가 들려오고 있다"며 "그는 자신이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스타 플레이어라고 생각하는 그저 그런 선수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건 우리가 계속 듣고 있는 메아리다. 이강인은 PSG 일부 직원들에게 비열한 태도를 보였던 이카르디, 파레데스, 메시와 같은 선수가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현실로 내려와야 할 때가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살로몽 발언에 따르면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로 평가 받는 메시는 PSG에서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했음에도 거만한 태도를 보였으며, 최근 이강인이 메시 같은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걸 유추할 수 있다.
다만 이 발언에 신빙성이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애초에 메시는 지난 2022 카타르 월드컵 결승전서 프랑스를 꺾고 우승을 차지한 후 프랑스인들에게 미운털이 제대로 박힌 상태다. 메시 뿐만 아니라 살로몽 기자가 언급한 이카르디, 파레데스 모두 아르헨티나 선수라는 걸 고려하면 살로몽 기자 개인 감정이 들어간 발언일 가능성이 높다.
또한 메네의 발언은 이강인이 최근 프랑스 선수 우스만 뎀벨레를 제치고 주전으로 나서고 있는 상황에 대한 불만 때문에 나온 것으로 보인다.
풋01은 "메네는 아마도 이강인이 AS모나코를 상대로 계속 출전하는 동안 다른 프랑스 선수들이 출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언급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프랑스 언론의 이강인 죽이기가 시작된 상황에서 이강인은 결국 결과로 증명할 수밖에 없다. 더 나은 경기력과 더 많은 공격 포인트를 보여줘야 한다.
사진=연합뉴스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