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뮤트롯킹’ 에녹이 본업으로 돌아왔다. 뮤지컬 ‘마타하리’를 통해서다.
에녹은 LG아트센터 서울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마타하리’에서 아르망 역으로 열연하고 있다.
제1차 세계대전 중 이중 스파이 혐의로 프랑스 당국에 체포돼 총살당한 아름다운 무희 마타하리(본명 마가레타 거투르드 젤르)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이미 사연까지 한 작품이니 규모, 의상 등 매력은 충분히 아실 거예요. 제가 작품을 보면서 느낀 건 지금 살고 있는 삶의 소중함과 그 소중함을 있게 해주는, 저를 사랑해 주는 사람에 대한 고마움이었어요.
마가레타가 말도 안 되는 일을 겪으면서 본인의 삶이 휩쓸려간 상황이잖아요. 그 와중에도 자신의 가치를 알아봐 준 한 사람 덕분에 버텨왔어요. ‘내가 사는 삶의 소중함, 평범한 삶이 나에게 주는 의미, 날 사랑해 주는 사람 때문에 내가 여기 있다는 것’에 매력을 크게 느꼈죠.”
에녹 역시 자신의 가치를 알아봐 준 사람, 바로 응원해 주는 팬들이 떠올랐단다.
“소위 말해 무명 시절도 있고 일이 없던 시절도 있는데 그때 가치를 알아봐 준 분들이 말해주는 응원의 말 한마디, 메시지 하나가 너무 컸어요.
지금도 소중히 갖고 있는 편지가 있는데 힘들 때마다 다시 한번 보게 돼요. 그때는 많이 부족했는데 그런 상황에서도 저에게 ‘에녹 배우는 이렇게 될 거다. 이런 가치가 있으니 소신있게 자신의 길을 잘 갔으면 좋겠다’라고 얘기해준 분들이었어요. 그 사랑 때문에 여기까지 왔고 저를 버티게 해준 힘이 됐어요.”
에녹이 맡은 아르망은 마타하리와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는 남자로 화려한 삶에 감춰진 마타하리의 이면을 감싸고 사랑해 주는 인물이다. 김성식, 윤소호와 함께 트리플 캐스팅됐다.
“아르망에 대한 소개 글에 순수한 사랑이라고 돼 있는데 저의 아르망은 그 순수함을 하얀 백지장이라고 생각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르망도 어린 시절 여러 색깔의 힘든 일, 경험을 다 겪고 난 다음에 본인의 가치관이 세워진 거로 생각했어요. 어쩌면 하얀색이 아니라 검은색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아무것도 몰라요. 깨끗해요’의 순수함과는 다른 순수함이 아닐까 했죠.”
완벽한 아르망보다는 인간적인 아르망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너무 유니콘 같은 존재여서 이런 사람이 있을까 하는데 극으로 데려올 때는 유니콘 같은 존재로 비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인간적인 냄새가 많이 배어있었으면 좋겠더라고요.
하다못해 말투나 걸음걸이에서 ‘나 멋진 남자야’를 버리려고 노력했어요. 잔망미라고 하잖아요. 말투의 어미라던가 웃음소리에서 마가레타를 대하는 모습이 한 폭의 그림처럼 안 느껴지고 실생활에서 편하게 내는 거로 하려고 노력했어요. 동작이나 동선 같은 약속은 다 똑같은데 그 안에서 제가 할 수 있는 부분은 그런 게 아니었을까 합니다.”
뮤지컬 배우로 18년 차, 어느덧 베테랑으로서 극에 녹아드는 배우가 됐다.
그는 과거 선교단 활동을 하던 중 우연한 기회에 오디션을 보고 출연한 2007년 뮤지컬 '알타보이즈'로 뮤지컬 배우로 발을 들였다.
이어 ‘록키호러쇼’, ‘로미오 앤 줄리엣’, ‘달콤한 나의 도시’, ‘모차르트!’, ‘캣츠’, ‘레베카’, 스칼렛 핌퍼넬‘, ’보니 앤 클라이드‘, ’쓰릴 미‘, ’팬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햄릿‘, ’애드거 앨런 포‘, ’용의자 X의 헌신‘, ’랭보‘, ’이프덴‘, ’엑스칼리버‘, ’레베카‘, 안나, 차이코프스키’, ‘시의 찬미’, ‘마타하리’ 등에서 활약했다.
“초반에 뮤지컬 했을 때는 센 역할이 좋았어요. 무대에서 에너지를 발산하는 자극적인 역할을 좋아했죠. 지금은 깊이 있는, 뭘 하지 않아도 무게감 있고 서사가 느껴지는 역할이 욕심나요.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아버지 역이 탐이 나더라고요. 언젠가 나이 먹고 연륜도 쌓이고 능력이 된다면 여러 가지 갈등 속에서 중심을 지키려는 무게감 있는 인물을 해보고 싶어요.”
'뮤트롯킹'(뮤지컬+트로트+킹)은 그를 부르는 또 다른 수식어다. MBN ‘불타는 트롯맨’을 통해 트로트 신인으로 발돋움해 ‘뮤트롯’이라는 장르에 도전했다. 이후 ‘한일톱텐쇼’, 채널A ‘신랑수업’ 등 다양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 활동 분야를 넓히며 다방면으로 활약하고 있다.
“소속사(EMK엔터테인먼트)에서 반대하실 줄 알았거든요. 감사하게도 해보라고 너무 흔쾌히 말해주셨어요. 주변에서 제가 여기서 못했다고 해서 기존의 활동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이거 때문에 달라지는 것도 아니고 하나의 경험이고 좋은 영향을 준다면 해본다는 게 어떻겠느냐고 얘기해줬어요. 회사에서도 그런 마음으로 허락해 주신 게 아닌가 합니다.”
무엇보다 트로트 도전으로 효도하게 됐다며 좋아했다.
“트로트를 굉장히 좋아하세요. ‘우리 아들도 저런 음악 좀 했으면 좋을 텐데’라는 이야기를 굉장히 오래전부터 하셨어요. 나이를 먹으니 부모님을 위해 그거 못 하겠어 싶더라고요. 집 앞에 MBN 방송국이 있어서 포스터가 붙어있는 걸 보고 지원하게 됐어요. 지원할 때는 하면 되지 하는 마음이 컸는데 오히려 예선 통과하고 방송 예선으로 가면서 많이 걱정했어요. 이후 아버지께서 제가 그 경연에 나온 게 가장 큰 효도라고 농담하실 정도로 좋아하셨죠.”
직업이 변화무쌍하다. 에녹은 CCM 가수와 오페라·뮤지컬 조감독으로 일했고 외국계 소프트웨어 회사, 한국교육과정 평가원에서도 근무한 이력이 있다. 뮤지컬 배우로 상당수의 필모그래피를 쌓은 그는 트로트 가수로까지 발을 넓혔고 영화로도 진출할 계획이다.
그는 “나도 여기까지 오게 될 줄 몰랐다”라며 미소 지었다.
“흐름이 자연스럽다고 생각이 들어요. 억지로 시도했던 부분이 아니라서 그런지 내가 가는 길인가 생각하며 오게 됐어요. 사역팀에 있었다가 어느 순간 뮤지컬을 하다가 대극장에서 공연하다가 트로트를 하게 되고 콘서트까지 하고요. 경연에 나가면서도 여기까지 올 줄은 요만큼도 생각 못 했거든요. 흐름에 잘 맞춰 온 게 아닌가 합니다.”
트로트 가수로 새롭게 받은 사랑 덕분에 뮤지컬에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감사한 것 중에 하나가 삼대가 함께 공연을 보러 오셨더라고요. 너무 고무적이고 감사했어요. 기존에 저를 알아봐 주시는 분들에서 이게 세대가 많이 넓어졌구나 했어요. 그 자체가 활동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졌다는 이야기니까 감사해요.”
사진= EMK엔터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