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환호하는 리버풀 선수들과 팬들 속에 한 남자만 조용하다.
일본 국가대표팀 주장으로 지난 시즌 리버풀에 입단, '신의 한 수'라는 평가까지 들은 엔도 와타루 얘기다. 엔도는 지난해 여름 위르겐 클롭 전 리버풀 감독이 깜짝 발굴해 안필드(리버풀 홈구장)에서 붉은색 유니폼을 입었다. 당시 리버풀은 모이세스 카이세도를 첼시에 빼앗겨 중앙 미드필더 공백이 생긴 상태였다. 이를 메우기 위해 독일 출신 클롭 감독이 분데스리가 슈투트가르트에서 뛰던 엔도를 생각해내곤 계약했다.
지난해 입단할 때 그의 나이가 이미 30살이었다. 하지만 2000만 유로(약 290억원)의 이적료가 아주 싸다는 생각이 들 만큼 엔도는 발군의 기량을 과시했다.
초반 적응기를 거친 뒤엔 프리미어리그 29경기에 출전(20경기 선발)했으며 축구종가 최상위리그 데뷔골도 터트렸다.
하지만 지난 겨울 엔도에겐 날벼락 같은 일이 벌어졌다. 클롭 감독이 리버풀 9년 생활을 청산하고 2023-2024시즌을 끝으로 리버풀을 퇴단하겠다고 한 것이다. 엔도 영입을 주도한 인물이 클롭 감독이었기 때문에 엔도 입장에선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클롭 감독이 떠난 뒤 네덜란드 출신 아르네 슬롯이 사령탑으로 왔고, 엔도를 바라보는 이들의 걱정은 현실이 됐다.
슬롯 감독은 중앙 미드필더로 엔도를 철저히 외면한 채 같은 네덜란드 출신인 라이언 흐라벤베르흐를 중용하고 있다. 흐라벤베르흐는 브렌트퍼드와의 2라운드에서 후반 종료 직전 교체아웃된 것을 빼고는 모든 시간을 풀타임으로 뛰었다. 활약상도 좋아 "리버풀의 파트리크 비에이라"라는 찬사를 받는다. 2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원정 경기 3-0 대승에도 흐라벤베르흐가 상대팀 레알 마드리드 출신 미드필더 카세미루와의 중원 싸움에서 이긴 게 컸다.
리버풀은 맨유를 이기는 등 3연승을 달리고 있지만 엔도는 마냥 웃을 수가 없다. 프리시즌부터 이미 이적시장 매물로 나왔던 엔도는 3경기 모두 후보 명단에 들었으나 브렌트퍼드전에서 흐라벤베르흐 대신 들어가 1분 뛴 것이 전부다. 리버풀에서 주전급으로 뛰어 고국인 일본 축구계마저 놀라게 했던 엔도가 이젠 잊혀진 선수로 변하고 있다.
엔도의 출전시간 부족은 일본 대표팀에도 큰 문제다. 당장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을 치러야 하는데 주장인 그의 비중이 팀내 크기 때문이다. 그런데 소속팀에서 뛰질 않으면 대표팀에서도 활용하기가 쉽지 않다.
일본 축구 매체 '풋볼 존'은 2일 "리버풀에서의 경쟁이 극심한 가운데 엔도를 향한 불안한 목소리가 팬들에게 흘러나오고 있다"며 "3경기 1분은 예상하지 못한 흐름이다. 대표팀 경기가 주목된다"고 했다.
일본은 5일 3차예선 첫 경기 중국전을 홈에서 치른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