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0 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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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바다 건너서~' 창단 첫 고시엔 우승 선수들도 감격…"우린 정말 좋은 팀이었어요"

기사입력 2024.08.23 16:31 / 기사수정 2024.08.23 16:41



(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가 기뻐했다.

'재일 한국계 민족학교' 교토국제고등학교는 23일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시의 고시엔 구장에서 열린 제 106회 일본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고시엔 대회) 결승에서 연장 10회 접전 끝에 간토다이이치고(관동제일고)를 2-1로 제압하고 정상에 올라섰다.

마운드의 힘이 컸다. 선발투수 나카자키 루이가 9이닝 4피안타 3사사구 5탈삼진 무실점으로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고, 타선이 승부치기로 진행된 연장 10회초 2점을 뽑아내면서 승리에 한 걸음 다가섰다. 여기에 니시무라 이키가 10회말 무사 만루의 위기를 극복하면서 창단 첫 고시엔 우승을 완성했다.

진기록도 나왔다. 일본 매체 '스포니치 아넥스'에 따르면, 1976년 알루미늄 배트가 도입된 이후 홈런 없이 우승한 세 번째 학교로 기록됐다. 교토국제고는 본선 1차전부터 결승까지 6경기 동안 단 한 차례도 담장 밖으로 타구를 넘기지 못했으나 안정적인 경기력을 바탕으로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고시엔은 일본 고교 야구선수들에게 '꿈의 무대'로 불린다. 모든 학교가 대회에 나설 수 없기 때문이다. 올해는 일본 전역 3천715개 학교(3천441개 팀)가 참가해 49개 학교만 본선에 올랐다.

교토국제고 역시 험난한 과정을 거쳤다. 2021년 처음 여름 고시엔 본선에 진출한 교토국제고는 당시 4강에 올랐으나 결승에 오르지 못했고, 2022년과 지난해에는 각각 1차전 패배와 본선 진출 실패로 아쉬움을 삼켰다.

올해는 달랐다. 지역 예선을 거쳐 본선 무대에 오른 교토국제고는 본선 1차전부터 3차전까지 각각 7-3, 4-0, 4-0으로 승리하면서 순항을 이어갔다. 이후 21일 아오모리야마다고와의 준결승에서도 3-2 역전승을 거두면서 결승행 티켓을 거머쥐었고, 마지막을 해피엔딩으로 장식했다.




경기 후 나카자키는 "준결승에서 (4이닝 2실점으로) 저조한 투구를 보여줬지만, 팀원 모두가 도와줬기 때문에 결승전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모두에게 보답하는 마음으로 던졌다"고 돌아본 뒤 "나는 (10회말 구원 등판한) 니시무라를 믿고 지켜봤다"고 팀 동료를 치켜세웠다.

선수단의 주장을 맡고 있는 후지모토 히로키는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게 믿기지 않는다. 말로 표현할 수 없다.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다"며 "힘든 일도 많았지만, 우승을 통해서 고생한 걸 보상 받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후지모토는 "연습을 거듭하면서 모든 선수들의 눈빛이 바뀌었고, 모든 선수들이 책임감을 갖고 연습했다. 예선부터 마지막 결승까지 우리만의 야구를 할 수 있었다. 우린 정말 좋은 팀이었다"며 "이번 우승은 응원해 주신 모든 분들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응원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이야기했했다.



한편 한국에서도 교토국제고를 향한 축하의 메시지가 이어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동해 바다 건너서 야마도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라는 교토국제고 교가의 가사를 전하면서 "교토국제고의 한국어 교가가 고시엔 결승전 구장에 힘차게 울려퍼졌다. 교토국제고의 고시엔 우승을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으로 선수들에게 격려의 메시지를 보낸 윤 대통령은 "열악한 여건에서 이뤄낸 기적 같은 쾌거는 재일동포들에게 자긍심과 용기를 안겨줬다. 야구를 통해 한일 양국이 더욱 가까워졌으면 좋겠다"며 "역시 야구는 위대하다. 많은 감동을 만드니까"라고 전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큰 성과를 거둔 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기쁘게 생각한다. 선수 여러분과 감독·코치의 땀과 열정이 거둔 쾌거이자 교직원과 동포사회가 보여준 뜨거운 성원의 결과"라며 "그간 교토국제고는 한일 양국 간 화합의 상징이자 우정의 가교로서 양 국민으로부터 큰 사랑을 받아왔다. 앞으로도 고시엔 대회 우승 학교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미래 주역들을 끊임없이 배출하는 배움의 요람으로 계속 성장해 나가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사진=교도통신/연합뉴스, 엑스포츠뉴스 DB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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