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모습은 처음' 김하성이 고개를 숙였다...팀도, 선수도 MRI 검사 결과에 '촉각'

(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공격과 수비에서 팀에 활력을 불어넣던 '어썸킴'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고개를 푹 숙였다. 심지어 헬멧을 내동댕이치기도 했다. 이런 모습은 처음이었다.

김하성은 19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의 쿠어스필드에서 열린 2024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원정경기에 8번타자 겸 유격수로 선발 출전해 1타수 1안타를 기록한 뒤 대주자 타일러 웨이드와 교체됐다.

김하성은 17일 경기에서 시즌 11호 홈런을 쏘아 올린 데 이어 이튿날에는 2루타 1개를 포함해 5타수 2안타로 멀티히트를 달성하면서 타격감을 끌어올렸다. 이날 경기에서도 3회초 선두타자로 나와 콜로라도 선발 브래들리 블레이락을 상대로 좌전 안타를 뽑아내면서 상승세를 이어갔다. 볼카운트 2볼 2스트라이크에 몰린 상황에서도 집중력을 유지하면서 6구 시속 94.9마일(약 153km/h) 직구를 잡아당겨 안타로 연결했다.



김하성은 출루 이후 호시탐탐 2루 도루를 노리며 상대 내야진을 괴롭혔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다. 김하성은 1사 1루 루이스 아라에즈의 타석에서 블레이락의 기습적인 1루 견제 때 귀루를 위해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했는데, 샌디에이고 더그아웃을 향해 오른팔을 들며 고통을 호소했다. 그라운드에 엎드린 김하성은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고, 왼손으로 오른쪽 어깨를 부여잡았다.

더 이상 경기를 이어갈 수 없었던 김하성은 더그아웃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 과정에서 혼잣말로 욕설을 내뱉는가 하면, 헬멧을 내동댕이치면서 강한 분노를 표출했다. 평소 실책이나 부진에도 차분함을 유지했던 만큼 모두가 김하성의 행동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구단은 20일 MRI 검진을 통해 김하성의 몸 상태를 체크한다는 계획을 전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에 따르면, 김하성은 현지 취재진과의 인터뷰를 통해 "MRI 검진 결과를 확인한 뒤 부상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해야 할 것 같다"면서 "하지만 낙관적인 태도를 유지하려고 하고, 최대한 빨리 복귀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1년 샌디에이고 유니폼을 입고 빅리그에 입성한 김하성은 올해까지 단 한 차례도 부상자 명단(IL)에 오르지 않을 정도로 부상 방지 및 몸 관리를 위해 노력했다. 그가 자신의 가치를 점점 높일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김하성이 이례적으로 감정을 드러낸 만큼 선수도, 팀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특히 올 시즌이 끝나면 FA(자유계약) 자격을 취득할 수 있는 김하성으로선 부상이 심하지 않길 바랄 뿐이다. 19일 경기를 포함해 최근 7경기에서 22타수 9안타 타율 0.409 1홈런 4타점 OPS(출루율+장타율) 1.094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었기 때문에 속상함이 클 수밖에 없다.

만약 김하성의 이탈이 길어진다면 샌디에이고는 내야진 운영에 변화가 불가피하다. MLB.com은 "최근 웨이드가 김하성을 대신해 백업 요원으로 자주 경기에 나서고 있으며, 만약 김하성이 계속 경기에 출전할 수 없다면, 샌디에이고로선 보가츠를 유격수로 기용하면서 크로넨워스와 아라에즈를 각각 2루수와 1루수로 기용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고 전했다.

20일 현재 샌디에이고는 70승55패(0.560)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2위를 지키고 있으며, 선두 LA 다저스를 3경기 차로 바짝 쫓는 중이다.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순위는 1위로, 가을야구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샌디에이고다. 그렇다고 해서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만큼 방심은 금물이다. 1승이라도 더 챙기고 싶은 샌디에이고로선 김하성의 빠른 복귀를 바라고 있다. 그만큼 20일 MRI 검진 결과가 팀과 선수 모두에게 중요하다.



사진=USA투데이스포츠, AP, AFP/연합뉴스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