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모두가 떠나는 줄 알았는데 남는다. 토트넘이 그를 다시 한 번 보기로 했다.
지난 시즌 후반기 이탈리아 제노아로 쫓기듯 떠났던 측면 수비수 제드 스펜스 얘기다. 토트넘을 지휘하는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그의 잔류를 못 박았다. 험난한 주전 경쟁이 있지만 일단 토트넘에서 그의 가능성을 인정했고 새 포지션도 찾기로 했다.
'풋볼 런던'에서 토트넘을 취재하는 알레스데어 골드가 18일 이같은 소식을 전했다. 그에 따르면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스펜스와 함께 한다. 그가 갖고 있는 능력이 우리와 맞다고 생각한다"며 "스펜스는 좋은 프리시즌을 보냈다. 훈련을 정말 잘 받았고 우리 팀에도 잘 맞는다"며 호평했다.
대반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0년생으로 미들즈브러에서 활약하던 스펜스는 재작년 7월 옵션 포함 이적료 1900만 파운드(335억원)에 토트넘에 입단했다. 문제는 당시 감독이었던 안토니오 콘테가 원했던 영입이 아니라 구단이 미래 준비 차원에서 데려왔다는 점이다. 콘테는 스펜스에게 굉장히 차갑게 대했고 출전 기회도 거의 부여하지 않았다. 이적 직후 6개월간 교체투입으로만 프리미어리그 4경기에 출전했다. 출전 시간 총합이 7분으로, 10분도 되지 않았다.
훗날 스펜스 누나가 "콘테는 동생과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며 맹렬히 저격할 정도였다.
결국 그는 2023년 초 프랑스 렌으로 임대 이적했다. 지난해 여름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새로 지휘봉을 잡았지만 스펜스의 입지를 달라지지 않았다. 시즌 시작과 함께 2부 강등팀 리즈 유나이티드에 임대로 떠났고, 후반기엔 이탈리아 제노아로 다시 임대를 떠났다. 토트넘이 지난 1월 데리고 온 센터백 라두 드라구신의 반대 급부 임대 이적으로 스펜스 입장에선 굴욕적이었다.
스펜스는 제노아 완전 이적이 예상됐다. 제노아에선 나름 만족했고, 몸값도 협상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스펜스도 토트넘 잔류를 생각하지 않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올 여름 프리시즌이 그의 운명을 바꿨다. 한국 투어 등 프리시즌 캠프에서 나름대로 인상을 남겼고 포스테코글루 감독도 새 풀백을 데려오는 것보다 스펜스를 남기려고 한다. 왼쪽에 데스티니 우도기, 오른쪽에 페드로 포로라는 확고한 풀백이 있지만 에메르송 로얄이 AC밀란으로 떠났다. 유로파리그 등에선 선발로도 나설 수 있을 전망이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더 나아가 그에게 제 포지션을 찾아주겠다고도 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스펜스가 왼쪽에서 뛰는 것은 팀 입장에서 도움이 되지만 오른쪽 수비수가 맞는 것 같다"며 그의 기용을 원점에서 다시 검토할 것임을 알렸다.
2년간 토트넘 '7분 출전' 수모를 이겨내고 손흥민과 손발 맞출 날이 다가왔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