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황성빈이 6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 올스타전에서 베스트 퍼포먼스상을 수상한 뒤 SSG 랜더스 기예르모 에레디아의 유니폼을 들고 촬영하고 있다. 인천, 최원영 기자
(엑스포츠뉴스 인천, 최원영 기자) 퍼포먼스도, 훈훈한 마음도 1등이었다.
롯데 자이언츠 외야수 황성빈은 6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 올스타전에 출전해 팬들에게 큰 웃음을 선물했다. 베스트 퍼포먼스상을 차지하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당초 황성빈은 올스타전 출전 선수 명단에 들지 못했다. 같은 드림올스타의 외야수 기예르모 에레디아(SSG 랜더스)가 부상으로 경기에 출전할 수 없게 되자, 외야수 부문 최다 점수 4위였던 황성빈이 대체 선발됐다.
신나게 그라운드를 누빈 황성빈은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진행된 팬 투표에서 무려 9만7447표를 획득했다. 득표율 51%로 영예의 베스트 퍼포먼스상을 손에 넣었다. 상금 300만원과 트로피, 메디힐 코스메틱 상품을 거머쥐었다. 수준급 춤 실력을 뽐낸 신인 박지환(SSG 랜더스)을 따돌렸다. 박지환은 2만8383표로 득표율 15%를 기록했다.
황성빈은 3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서 첫 타석을 맞이했다. 황성빈의 차례가 되자 그라운드에 '띵동~배달의 민족 주문!'이라는 안내음이 반복됐다. 황성빈은 '배달의 마황'이라고 적힌 하늘색 헬멧을 쓰고 조끼까지 입은 뒤 하늘색 스쿠터를 타고 타석에 도착했다. 좌완투수 김영규(NC 다이노스)와 승부해 1루수 방면 내야안타로 출루했다.
1루에 도착한 그는 '배달 완료'라는 종이를 들어 보였다. 이어 1루에서 김영규와 마주한 채 특유의 '뛸까 말까' 제스처를 수차례 취했다. 김영규는 결국 웃음을 터트렸다.
공수 교대 후 4회초 롯데 선배인 투수 박세웅이 등판했다. 박세웅은 로진이 필요하다는 동작을 취했고 황성빈이 팔을 걷어붙였다. '신속 배달' 철가방을 들고 외야 볼보이 의자에 앉아있던 황성빈은 박세웅의 신호에 전력 질주해 마운드로 향했다. 박세웅에게 로진을 '신속 배달' 했다. 박세웅은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배달비를 지불했고, 거스름돈은 쿨하게 받지 않았다.
황성빈은 이후 수비에서도 집중력을 높이며 아웃카운트를 올렸다. 타석에선 3타수 1안타로 경기를 마쳤다.
롯데 자이언츠 황성빈이 6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 올스타전에서 배달기사로 변신해 스쿠터를 타고 등장하고 있다. 이날 베스트 퍼포먼스상을 수상했다. 인천, 박지영 기자
시상식 종료 후 취재진과 인터뷰에 앞서 황성빈은 에레디아의 유니폼을 들고 사진을 찍었다. 그는 "팬분들께서 많이 투표해 주셔서 4위를 할 수 있었지만, 에레디아 선수가 부상으로 경기에 못 나오게 돼 대신 뽑혔다. 나도 부상을 겪어봤기에 얼마나 고생스러운지 안다. 빨리 회복해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롯데는 오는 9~11일 후반기 첫 3연전으로 SSG를 만난다. 황성빈은 "에레디아 선수가 빨리 돌아오되 우리 경기 지나고 왔으면 한다. 영향력이 너무 큰 선수이니 우리와의 경기만 지나고 다 회복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에레디아의 유니폼을 입수한 것에 관해서는 "우리 팀에 내가 먼저 요청했다. SSG 측에서 흔쾌히 도와주셔서 유니폼을 들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본격적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황성빈은 "사실 웃기고 싶은 욕심이 있었고, 팬분들께서도 많이 기대하시는 것 같아 시간이 조금 부족했지만 열심히 준비했다"며 운을 띄웠다.
퍼포먼스 아이디어는 어떻게 구상한 것일까. 황성빈은 "처음엔 구단 SNS 게시물을 통해 팬분들에게 보고 싶은 퍼포먼스가 있는지 여쭤봤다. 이후 구단 마케팅팀과 이야기하다가 이게 제일 좋을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친동생이 '이왕 할 거면 제대로 해라. 어정쩡하게 하는 것보다 시원하게 해서 웃기는 게 낫지 않겠냐'라고 해서 그렇게 했다"고 말했다.
내야안타로 1루에 출루한 덕에 준비한 세리머니를 모두 선보일 수 있었다. 황성빈은 "하늘이 도운 것 같다. 솔직히 그렇게 될 확률이 얼마나 되겠나. 내 앞에 주자가 없어야 하고, 내가 출루해야 하고, 상대가 좌투수여야 했다"며 "진짜 신기하다. 딱 내가 살 수 있게끔 타구가 만들어졌다. (출루 후) 1루수 오스틴 딘(LG 트윈스)에게 아웃시키지 않아 줘 고맙다고 했다"고 웃었다.
이어 "타구를 친 순간 무조건 살아야 한다는 생각밖에 안 했다. 살아 나간 뒤 '이제 다음 퍼포먼스까지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롯데 자이언츠 황성빈이 6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 올스타전에서 배달기사로 변신해 박세웅에게 로진을 전달한 뒤 배달비를 받고 거스름돈을 주려 하고 있다. 이날 베스트 퍼포먼스상을 수상했다. 인천, 박지영 기자
로진 배달도 사전에 박세웅과 논의한 것이다. 황성빈은 "형에게 '제가 이렇게 하려고 하는데 도와주실 수 있습니까'라고 물었더니 좋다고 했다. '플레이볼 들어가기 전에 타임을 외치고 널 보며 로진을 갖다 달라는 제스처를 하겠다'고 하더라"며 "내가 철가방에 '신속 배달'을 빨간색 글씨로 꼭 적어달라고 했다. 잔돈 퍼포먼스까지 다 계획한 것이다"고 귀띔했다.
김태형 롯데 감독의 반응은 어땠을까. 황성빈은 "감독님이 경기 전 '황성빈이 올스타라고?'라고 하셨다. 그래서 '이것저것 준비 많이 했습니다'라고 말씀드렸다"며 "감독님도 같이 즐겨 주신 것 같아 기분 좋다"고 전했다.
경기 전 황성빈은 퍼포먼스 도중 웃지 않는 게 핵심이라고 했다. 하지만 웃음이 새어나오고 말았다. 그는 "솔직히 못 참겠더라. 그냥 편하게 웃고, 손 흔들자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대부분의 선수가 세리머니를 펼쳤다. 황성빈은 "어제(5일)까지는 로니 도슨(키움 히어로즈) 형 아니면 내가 (퍼포먼스상을) 받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6일) 경기 후반 (박)지환이가 춤추는 것을 보고 '와 이거 쉽지 않겠는데' 싶었다. 안타 치고 한 번 더 춤추는 것을 보고 바로 물 마시러 갔다. 정말 더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속마음을 내비쳤다.
이어 "지환이가 받았어도 괜찮았을 것 같다. 준비를 너무 잘했더라"며 "(퍼포먼스상 수상자) 발표 전 최정(SSG) 선배가 지환이와 내게 같이 서 있으라고 하셨다. 그래서 같이 있다가 상을 받으러 나갔다"고 부연했다.
팬들의 수많은 투표 덕에 상을 받을 수 있었다. 황성빈은 "팬분들께 정말 감사드린다. 사실 웃겨야 한다는 부담감에 조금 힘들었다"며 "내년엔 누가 받을지 모르겠지만 이 부담감을 꼭 느껴봤으면 좋겠다. 난 이제 다 끝났으니 다시 (정규시즌) 경기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후반기 각오를 물었다. 황성빈은 "가을야구가 너무 하고 싶다. 난 단기전에 자신 있다. 변수 카드로는 내가 1등이지 않나"라며 "내야 땅볼이 나와도 살 수 있다. 단기전에선 높은 타율보다는 출루를 많이 하고 변수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그 무대까지 오를 수 있도록 후반기 준비 잘해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롯데 자이언츠 황성빈이 6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 올스타전에서 베스트 퍼포먼스상을 수상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인천, 박지영 기자
사진=인천, 박지영 최원영 기자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