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위즈 외야수 안현민이 20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활약한 뒤 인터뷰를 마치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수원, 최원영 기자
(엑스포츠뉴스 수원, 최원영 기자) 거포의 싹을 틔우고 있다.
KT 위즈 외야수 안현민은 최근 연일 장타력을 뽐내는 중이다. 팀에서 기대한 대로다. 안현민은 "힘은 자신 있다"며 수줍게 웃었다.
마산고 출신인 안현민은 2022년 2차 4라운드 38순위로 KT에 입단했다. 고교 시절 '도루하는 포수'로 이름을 날렸던 그는 KT에서도 첫 시즌 포수로 훈련하다 이내 외야수로 전향했다. 2군 퓨처스리그에 출전하던 안현민은 그해 현역으로 입대했다. 군에서 취사병으로 지낸 뒤 올해 전역해 KT로 돌아왔다.
이강철 KT 감독은 안현민의 장타력에 주목했다. '거포 외야수' 갈증을 풀어줄 자원으로 눈여겨봤다. 안현민은 5월 30일 처음으로 콜업돼 3경기에 교체 출전했다. 1군 데뷔전을 치렀다. 지난 3일 말소됐다가 15일 다시 1군의 부름을 받았다. 이튿날인 16일 KIA 타이거즈전서 데뷔 첫 선발 출전에 나서 2타수 1안타 1득점을 올렸다. 프로 첫 안타와 득점을 기록했다.
지난 19일 롯데 자이언츠전서는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9회초 수비를 앞두고 김민혁 대신 좌익수로 교체 투입됐다. 9회말 선두타자로 나서 롯데 투수 현도훈의 2구째, 패스트볼을 받아쳐 중견수 뒤 담장을 넘겼다. 비거리 130m의 큼지막한 한 방으로 데뷔 첫 홈런을 장식했다. 올 시즌 KT에서 중견수 뒤 'ENA 홈런존'으로 타구를 넘긴 것은 안현민이 처음이다. 다만 KT는 5-13으로 완패했다.
이강철 감독은 안현민의 홈런에 관해 "놀랐다. 다 놀랐다. 심지어 중앙으로 넘겼다"며 "몸쪽으로 꽉 찬 공이었다. '와 저걸 쳤어' 했다"고 감탄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가능성이 있고, 성격도 좋다. 앞으로 지켜보려 한다"며 "좋은 변화구를 보고 얼마나 잘 참느냐가 관건이다. 눈에 익으면 괜찮아질 것이다.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오는 공을 놓치지 않고 장타를 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전했다.
안현민은 20일 롯데전서도 불방망이를 자랑했다. 6번 타자 겸 좌익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2안타 1타점을 선보였다. 2-0으로 앞선 2회말 선두타자로 첫 타석을 맞이해 유격수 방면 내야안타로 출루했다. 4-4로 팽팽해진 6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서는 중전 3루타를 때려냈다. 중견수 키를 넘기는 호쾌한 장타였다. 이후 대타 오재일의 우중간 적시 2루타에 홈도 밟았다. 5-4를 이뤘다.
5-4로 근소하게 우세했던 8회말엔 귀중한 추가점을 올렸다. 무사 1, 3루서 좌익수 희생플라이로 3루 주자 장성우의 득점을 도왔다. 팀에 6-4를 선물했다. 결국 KT는 7-6 승리를 거머쥐었다. 안현민의 시즌 성적은 6경기 타율 0.444(9타수 4안타) 1홈런 2타점 3득점, 장타율 1.000이 됐다.
이 감독은 "안현민이 장타와 빠른 발로 좋은 활약을 해줬다"며 칭찬했다.
KT 위즈 외야수 안현민이 지난 19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홈런을 친 뒤 홈으로 들어오고 있다. KT 위즈 제공
안현민은 "준비한 대로 결과가 나와 기분 좋다. 무엇보다 팀이 이겨서 더 좋다"며 "어제(19일) 홈런은 팀 승리에 도움이 되는 게 아니라 아쉬웠다. 그래서 오늘(20일) 활약이 더 기쁘다. 팀에 보탬이 되고 싶었고, 승리로 돌아와 다행이다"고 밝혔다.
장타력이 돋보인다. 군대에서 체중을 10kg가량 늘려온 것이 통했다. 안현민은 "장타를 치려 하기보다는 정확하게 타격하려 하니 장타가 나왔다. 야구를 해보니 힘이 좋아 손해 볼 일은 없을 것 같더라"며 "힘이 있어야 좋은 타구를 만들고 더 빠르게 뛸 수 있다고 생각했다. 힘 하나는 자신 있다"고 미소 지었다.
20일 롯데전엔 어떤 마음가짐으로 임했을까. 안현민은 "코치님과 경기 전부터 이야기했는데 변화구가 조금 많이 들어올 것 같다고 하셨다. 첫 번째(내야안타), 두 번째(3루 땅볼) 타석에선 대응을 잘 못 했다. 세 번째(중월 3루타) 타석부터 변화구를 노려서 쳤는데 결과가 좋았다"고 설명했다.
변화구 대응은 이 감독도 언급했던 부분이다. 안현민은 "변화구를 계속 쳐보려 한다.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오는 것은 때려보려 하고 있다"며 "변화구를 노려서 칠 수 있게끔 만들기 위해 계속 연습 중이다"고 전했다.
이날 기록한 3루타는 안현민의 장타력과 빠른 발이 바탕이 됐다. 안현민은 "무조건 3루까지 가야 하는 타구여서 간 것뿐이다. 주력은 평균에서 평균 이상 정도 된다"며 "발이 빠르지 않아도 과감하게 계속 도전하려 한다. 그래서 결과가 나오는 듯하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외야 수비는 계속 연마 중이다. 실전 경험이 그리 많지 않다. 안현민은 "다들 내게 차분하게 하라고 하셨다. 엄청 어려운 것은 아닌데 타구 판단 등이 확실히 되지 않는다"며 "그 부분을 연습해야 한다. 계속 경기에 나가며 적응하려 하고 있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많은 분들이 조언해 주신다. 특히 오늘은 경기하면서 (문)상철 선배님과 (배)정대 형이 계속 '수비에서 너무 잘하려 하지 않아도 된다. 어차피 너는 공을 치기 위해 경기에 들어가는 선수다. 수비에선 기본적인 것만 하면 된다. 굳이 뭘 보여주려 하지 않아도 되니 더 편하게 해라'라고 말해주셨다. 그렇게 하려고 했다"고 돌아봤다.
KT 위즈 외야수 안현민이 지난 19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홈런을 친 뒤 베이스를 돌고 있다. KT 위즈 제공
1군에서 뛰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지만 덤덤히 임하고 있다. 안현민은 "2군에서 뛸 때와 크게 달라진 것은 없는 듯하다. 2군에서 하던 것처럼 똑같이, 기회가 오면 내 자리로 만들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며 "사실 타석에서도 긴장이 안 된다. 원래 그런 성격이다. 다만 수비는 내가 오랫동안 했던 포지션이 아니기 때문에 긴장감이 있다"고 밝혔다.
앞으로의 각오를 물었다. 안현민은 "감독님께서 기대해 주시는 게 느껴진다. 부응하고 싶다"며 "이제 시작이고, 계속 잘 해내야 한다.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내가 안타를 치고 못 치고를 떠나 계속 팀 승리에 도움이 되고 싶다. 팀에 필요한 선수가 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에필로그>
안현민의 '나무위키' 문서에는 '단백질이 1g이라도 들어있으면 무조건 먹는다'는 문장이 작성돼 있다. 관련 질문에 안현민은 폭소했다. 그는 "단백질을 챙겨 먹으려 하긴 한다. 하지만 다 먹는 건 아니다"며 "사실 그 글은 친구가 적은 것이다. 정정우라고 있다. 자기가 적었다고 내게 말해줬다"고 전했다. 정정우는 2022년 2차 7라운드 68순위로 KT의 지명을 받은 안현민의 동기다. 현재 군 복무 중이다.
사진=수원, 최원영 기자 / KT 위즈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