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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 신기록 지켜본 '친동생' 최항…"어렸을 때 떠올리면 당연한 결과" [부산 현장]

기사입력 2024.04.25 10:32 / 기사수정 2024.04.25 10:32



(엑스포츠뉴스 부산, 김지수 기자) "형한테 홈런은 인천에 가서 치라고 했어요."

롯데 자이언츠 내야수 최항은 24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리는 SSG 랜더스와 팀 간 3차전에 앞서 원정팀 SSG 더그아웃을 방문했다. 지난해까지 몸 담았던 친정팀 선수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친형 최정에게 방망이 선물까지 한아름 받았다.

최항은 "형(최정)이 이 방망이들을 한 번 써보라고 주더라. 내가 사용하면 괜찮을 것 같다고 하면서 선물로 줬다"며 "형이 쓰는 배트는 내 것보다 더 무겁고 길어서 내가 치려면 짧게 잡아야 한다. 훈련 때 써보면서 적응을 해야할 것 같다"고 웃었다.

최항은 2012년 유신고를 졸업하고 SK 와이번스(현 SSG)에 입단,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7살 터울의 형 최정과 같은 팀 유니폼을 입고 형제가 나란히 프로 무대에서 뛰게돼 화제를 모았다.

최항은 2017 시즌 꿈에 그리던 1군 무대를 처음 밟았다. 2018 시즌에는 98경기 타율 0.293(222타수 65안타) 7홈런 35타점 OPS 0.834로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형 최정과 함께 SK의 한국시리즈 우승의 기쁨을 함께 맛봤다.

최항은 2023 시즌까지 SSG에서 최정과 한솥밥을 먹었지만 올해부터는 그라운드에서 '적'으로 만난다. 지난해 11월 열린 KBO 2024 2차 드래프트에서 롯데로 이적하면서 정들었던 인천을 떠나 부산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최항의 2024 시즌 출발은 나쁘지 않다. 개막 후 정규시즌 20경기에 나와 타율 0.255(51타수 13안타) 6타점의 성적을 기록 중이다. 다만 이날 SSG전의 경우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는 대신 벤치에서 게임을 시작한다.

최항은 항상 형 최정의 선전을 응원하지만 이날 경기에서는 '홈런' 만큼은 치지 않기를 바랐다. 최정은 지난 16일 문학 KIA 타이거즈전에서 시즌 10호 홈런이자 개인 통산 467호 홈런을 기록,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과 함께 KBO 통산 최다 홈런 부문 공동 선두에 이름을 올렸다.

최정은 지난 17일 문학 KIA전에서 사구 여파로 부상을 당해 지난 21일까지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다. 다행히 몸 상태가 빠르게 호전되면서 이번 롯데와 사직 주중 3연전부터 다시 홈런 신기록에 도전했다.

최항은 누구보다 사랑하는 형이 자신의 소속팀 롯데를 상대로 홈런을 기록하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았다. 최정을 향해 "부산에서 홈런을 치지 말고 (SSG의 홈 구장) 인천으로 돌아가서 쳐라"라는 진심 가득 담긴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최항은 "(최정) 형에게 여기(부산)서는 홈런을 치지 말라고 했다. 형이 일단 '알았다'라고 답하기는 했는데 또 모른다. 자기가 한 말을 안 지키고 오늘 칠 수도 있다"고 웃은 뒤 "만약 부산에서 홈런을 친다면 롯데가 큰 점수 차로 이기고 있을 때 치면 좋겠다. 우리가 8-0 정도로 앞서고 있을 때 친다면 박수를 쳐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며 웃었다.

하지만 최항의 바람과는 다르게 최정은 결정적인 순간 힘차게 방망이를 돌렸다. SSG가 4-7로 뒤진 5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추격의 불씨를 당기는 솔로 홈런을 쏘아 올렸다. SSG가 12-7 승리를 거두면서 최항은 팀의 패배와 친형의 대기록 달성을 동시에 지켜보는 입장이 됐다.



SSG는 홈 팀 롯데의 배려 속에 잠시 경기를 중단한 뒤 간단한 이벤트를 진행했다. 이숭용 SSG 감독과 롯데 주장 전준우가 최정에게 축하의 꽃다발을 건네고 기념 촬영의 시간을 가졌다.

홈 팀 롯데팬들도 최정의 대기록 작성에 아낌없는 축하를 보냈다. 뜨거운 박수와 함성으로 KBO리그의 통산 최다 홈런의 주인공이 된 최정을 치켜세웠다.

최항은 그라운드로 나오지 않고 1루 쪽 롯데 더그아웃에서 형 최정의 468호 홈런에 축하했다. 대신 SSG 구단이 사전에 요청한 친형의 신기록 수립 멘트를 통해 수줍게 진심을 전했다,

최항은 "정말 믿기 힘든 같은데 홈런 개수만큼 형의 발자취가 느껴지는 것 같다. 어렸을 때 집에 오자마자 옥상에서 혼자 훈련하던 형의 모습이 뇌리에 스친다"며 "그런 걸 보면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형이 기록을 신경쓰는 편은 아니지만, 정말 대단한 기록인 것 같고, 앞으로의 기록들도 형이 하루하루 꾸준히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것이니 항상 그 자리에서 ‘최정답게’ 해낼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라고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사진=부산, 김한준 기자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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