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9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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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비스와 벤치클리어링, 그 미묘한 시각 차이

기사입력 2011.08.15 08:46 / 기사수정 2011.08.15 08:46

김준영 기자

[엑스포츠뉴스=김준영 기자] 트레비스는 벤치클리어링 유발자인가.

KIA 외국인 좌완 트레비스가 중심이 된 벤치클리어링이 또 일어났다. 14일 대구 KIA-삼성전. 상황은 이랬다. 5회말 4-2로 삼성이 앞선 2사 2루 상황서 KIA 선발 트레비스가 삼성 채태인에게 던진 5구째가 채태인의 몸으로 향했다. 채태인은 한동안 트레비스를 노려봤고, 이후 1루로 걸어나갔다. 트레비스도 정황상 고의가 아니라고 채태인에게 말을 한듯했다. 여기까진 괜찮았다.

사건은 이후 발생했다. KIA 조범현 감독은 곧바로 트레비스의 강판을 지시했고, 트레비스가 KIA 1루 더그아웃으로 내려갈 때 1루 쪽을 지나치면소 또다시 채태인에게 어떠한 말을 건넸고, 채태인이 두 팔을 들며 "뭐? 왜?"라는 식의 뜻을 표하자 트레비스도 흥분해 채태인에게 달려들었다. 이때 채태인도 흥분했고, 양팀 선수들이 우르르 몰려들어 벤치클리어링이 일어났다. 다행히 큰 불상사 없이 양팀 선수들이 두 선수를 진정시키며 상황은 종료됐다. 

▲ 도발? 문화적 차이?

그런데 트레비스가 이 같은 벤치클리어링에 중심에 선 건 이날만이 아니었다. 2일 잠실 두산전서도 양의지에게 홈런을 맞은 후 양의지가 베이스를 빨리 돌지 않는다고 직접적으로 불만을 토로했고, 공수 교대 때 3루쪽 더그아웃으로 걸어 들어가다 두산 김민호 3루 베이스코치와 언쟁이 붙기도 했다.

두 사건은 내용은 전혀 다르지만 한미야구의 문화적 차이에서 온 갈등이라는 점에서는 본질적으로 같다. 간단히 말하면 트레비스가 자신의 생각을 삭히지 않고 나름대로 해명을 하려고 했으나 언어와 문화의 차이로 한국 선수나 코치가 이해를 하지 못하자 스스로 흥분을 해 급기야 벤치클리어링을 유발한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한미야구의 문화적 차이가 숨어있다. 어쨌든 트레비스는 그걸 이해해야 한다. 받아들이지 못하면 결국 자신만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2일 경기 당시 양의지가 홈런 이후 타구를 좀 오래 서서 보긴 했다. 그러나 지나치게 트레비스를 자극하지는 않았다. 미국에서는 홈런을 친 후 타자들이 묵묵히 베이스를 돌며 투수를 자극하지 않는 게 불문율이지만, 한국은 약간 더 관대하다. 물론 팔짝팔짝 뛸 뜻이 좋아하는 건 절대 용인되지 않는다. 또한, 예의와 위계질서라는 게 있는 한국에서는 선수가 코치에게 경기 중 직접적으로 불만을 토로하는 게 용납되지 않는다. 당시 두산 김민호 3루 코치는 자신의 팀 선수가 아닌 상대팀 선수가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며 뭐라고 말을 한 건 아마도 기가 막혔을 것이다.  



14일 경기는 반대로 자신의 잘못이 없음을 적극적으로 항변하려다가 문제가 발생했다. 트레비스는 분명 정황상 고의가 없었다고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실제 이날 중계 방송사 SBS ESPN에 잡힌 채태인 사구 당시 구종은 흔히 빈볼로 불리는 직구가 아닌 슬라이더 성에 가까웠다. 이때 채태인은 기싸움 정도로 트레비스를 노려봤는데, 트레비스는 적극적으로 고의가 없음을 강조했다.

심지어 강판될 때까지도 자신의 저의에 대해 항변하려고 하자 채태인은 왜 계속 그러냐는 식으로 펄쩍 뛰었고, 덩달아 트레비스마저 흥분을 했다. 불문율이라고 하기엔 좀 그렇지만, 한국 정서상 사구 이후 투수는 몸에 공을 맞은 타자를 쳐다보지 않는 게 미덕이다. 서로 눈을 마주쳤다가는 피해를 본 타자가 더욱 흥분할 수 있기 때문에 미연에 큰 사고를 막자는 뜻. 물론 상황에 따라 간단하게 몇 마디 정도는 할 수 있지만 양의지 건의 사례나 채태인 건의 사례를 볼 때 결국 트레비스가 타자의 태도에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했다는 게 공통점이다. 결국, 한미야구 정서상 차이에서 오는 갈등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 알고 보면 트레비스도 피해자 

그런데 상황을 한번 더 뒤집어 생각해보면, 트레비스도 피해자다. 한국 야구 문화 습득을 하지 못한 건 분명 트레비스의 착오다. 그러나 트레비스는 용병이다. 한국 선수와 다를 수도 있다는 걸 한국 선수들도 이해하고 받아들일 자세가 필요하다. 한국 선수가 외국인 선수의 다른 정서, 다른 태도에 이해를 하지 못하듯, 외국인 선수의 입장에서는 한국 선수의 정서와 태도를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트레비스의 입장에서는 평생 미국에서 야구를 해오다 1년만에 다른 나라의 문화를 받아들이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트레비스만 무작정 몰아쳐선 곤란하다.

트레비스가 감정 컨트롤에 실패해 화를 낸 건 분명 지탄받아야 할 부분이지만, 양의지 건이나 채태인 건이나 항상 처음에는 자신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말하려 했다는 걸 간과해선 안 된다. 그건 '도발'이 아니라 '의사소통'의 시도였다. 문화적 차이를 잠시나마 적극적인 대화로 풀어가려고 한 트레비스의 방식 역시 그가 살아온 방식의 '문화'다. 트레비스는 분명 한국 야구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부족했고, 흥분을 하며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그러나 문화적 차이는 '일방적 이해'가 아닌 '쌍방의 이해'가 있어야 극복할 수 있다. 한미 야구문화의 차이는 옳고 그름으로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한국 선수들 역시 트레비스가 겪어온 야구 문화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진-=트레비스 ⓒ 엑스포츠뉴스 DB] 



김준영 기자 kjy@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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