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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대신 침묵' 김종국-장정석, 영장심사 종료…구치소 이동 [현장]

기사입력 2024.01.30 13:21 / 기사수정 2024.01.30 13:36

구단 후원 업체로부터 1억 원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종국 전 KIA 타이거즈 감독이 3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된 영장실질심사에 참석했다. 고아라 기자
구단 후원 업체로부터 1억 원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종국 전 KIA 타이거즈 감독이 3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된 영장실질심사에 참석했다. 고아라 기자


(엑스포츠뉴스 서초동, 김지수 기자) 배임수재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KIA 타이거즈 김종국 전 감독과 장정석 전 단장에 대한 법원의 영장실질심사가 종료됐다. 두 사람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침묵을 유지한 채 구치소로 이동했다.

김종국 전 감독과 장정석 전 단장은 30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 모습을 드러냈다. 서울중앙지검 중요범죄조사부(이일규 부장검사)가 지난 24일 배임수재 등 혐의로 두 사람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이날 영장실질심사가 진행됐다.

이날 김종국 전 감독과 장정석 전 단장의 영장실질심사는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의 심리로 이뤄졌다. 오전 10시 30분 시작돼 오후 12시 23분께 종료됐다.

장정석 전 단장이 먼저 법정을 빠져나와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차량에 탑승, 구치소로 이동했다. 15초가량 법원 입구에서 대기하던 취재진과 마주쳤지만 입을 열지 않았다.

김종국 전 감독은 장정석 전 단장이 탑승한 승합차가 구치소로 먼저 떠난 뒤 모습을 드러냈다. 김종국 전 감독 역시 취재진의 질문에 마지막까지 침묵을 유지했다.

구단 후원 업체로부터 수천만 원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장정석 전 KIA 타이거즈 단장이 3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된 영장실질심사에 참석했다. 고아라 기자
구단 후원 업체로부터 수천만 원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장정석 전 KIA 타이거즈 단장이 3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된 영장실질심사에 참석했다. 고아라 기자


김종국 전 감독과 장정석 전 단장은 영장실질심사 참석을 위해 이날 오전 법정으로 들어갈 때도 말이 없었다. 팬들과 KIA 구단에 대한 사과 표명 정도는 있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묵묵부답이었다. 두 사람 모두 약속이나 한 것처럼 땅만 바라본 채 취재진과 시선을 피했다. 

김종국 전 감독과 장정서 전 단장의 혐의는 배임수재다. 업무에 관한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산상 이익을 취했을 때 적용되는 죄목이다. 김종국 전 감독은 KIA 구단 후원사 중 하나인 프랜차이즈 커피 업체로부터 1억 원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3월 선수와 다년 계약 논의 과정에서 '뒷돈'을 요구한 의혹으로 경질됐던 장정석 전 KIA 단장 역시 이 커피 업체로부터 수천만원 대 금품을 받은 혐의로 김종국 전 감독과 함께 영장실질심사를 받는다.

앞서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장정석 전 단장이 2022년 당시 KIA 소속이던 포수 박동원(현 LG 트윈스)에게 다년 계약 협상 과정에서 뒷돈을 요구했다는 신고를 받은 뒤 지난해 4월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구단 후원 업체로부터 수천만원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장정석 전 KIA 타이거즈 단장이 3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된 영장실질심사에 참석했다. 고아라 기자
구단 후원 업체로부터 수천만원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장정석 전 KIA 타이거즈 단장이 3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된 영장실질심사에 참석했다. 고아라 기자


검찰 수사는 2023 시즌 KBO리그 한국시리즈가 종료된 이후 급물살을 탔다. 지난해 11월 30일 장정석 전 단장의 주거지 등에 압수수색이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장정석 전 단장이 커피 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가 추가로 포착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종국 전 감독의 금품수수도 이때 파악된 것으로 보인다.

KIA 구단은 지난 29일 오후 긴급 보도자료를 통해 김종국 감독과 계약 해지를 발표했다. 사유는 성적 부진이 아닌 품위손상이었다. 

KIA는 당초 지난 28일 김종국 감독에게 직무 정지 조치를 내렸다. 김종국 감독이 현재 피의자 신분으로 '배임수재'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것을 확인한 이상 수사 결과와 상관없이 경질을 결정했다.

KIA 구단이 김종국 감독이 피의자 신분이라는 걸 지난 25일에야 인지했다. 김종국 감독이 구단에 알린 게 아닌 외부 제보를 통해 충격적인 소식을 접했다. 이후 27일 김종국 감독과 구단 프런트 고위층의 면담 자리에서 이 부분에 대한 최종 확인이 이뤄졌다.

구단 후원 업체로부터 1억 원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종국 전 KIA 타이거즈 감독이 3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된 영장실질심사에 참석했다. 고아라 기자
구단 후원 업체로부터 1억 원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종국 전 KIA 타이거즈 감독이 3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된 영장실질심사에 참석했다. 고아라 기자


KIA는 김종국 감독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만큼 오는 31일부터 호주 캔버라에서 진행되는 스프링캠프를 이끌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혐의가 명확하게 입증된 상황이 아닌 만큼 당장 계약 해지보다 다시 지휘봉을 잡을 수 있는 여지를 남겨뒀다.

하지만 김종국 감독이 30일 영장실질 심사를 받게 됐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더는 인내심을 발휘할 수 없었고 김종국 감독과 동해에 마침표를 찍었다.

김종국 전 감독은 1996년 고려대학교를 졸업하고 해태(현 KIA)에 입단하며 프로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2009년 현역 은퇴 때까지 줄곧 타이거즈 유니폼만 입었던 원클럽맨으로 활약했다. 

선수 시절에는 타이거즈의 주축으로 1996, 1997, 2009 시즌 한국시리즈 우승에 힘을 보탰다. 2002 시즌에는 도루왕에 오르며 2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하기도 했다.

빠른 발과 뛰어난 작전 수행 능력, 탄탄한 수비를 바탕으로 태극마크도 여러 차례 달았다. 2002 부산 아시안게임 금메달, 200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 진출 당시 대한민국 야구 국가대표팀 주전 2루수로 그라운드를 누볐다.

구단 후원 업체로부터 1억 원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종국 전 KIA 타이거즈 감독이 3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된 영장실질심사에 참석했다. 고아라 기자
구단 후원 업체로부터 1억 원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종국 전 KIA 타이거즈 감독이 3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된 영장실질심사에 참석했다. 고아라 기자


김종국 전 감독은 현역 은퇴 후 지도자로 변신한 뒤에도 KIA를 떠나지 않고 자리를 지켰다. 1군 작전/주루코치, 수석코치를 거쳐 2022 시즌 타이거즈 제10대 사령탑으로 지휘봉을 잡았다. 계약기간 3년, 계약금 3억 원, 연봉 2억 5000만 원 등 총액 10억 5000만 원의 대우로 지휘봉을 잡았다.

김종국 전 감독은 당초 올해까지 계약 기간이 남아 있었지만 이번 비리 혐의 연루로 불명예 하차했다. KIA는 제9대 맷 윌리엄스 감독이 경질, 제8대 김기태 감독이 자진 사퇴로 물러나기는 했지만 성적 부진이 문제였을 뿐 도덕적인 결함은 없었다.  

장정석 전 단장은 2021년 11월 KIA 단장으로 부임했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키움 히어로즈 감독을 부임한 뒤 2년간 야구해설위원을 거쳐 현장으로 복귀했다.

키움 감독 시절 2018, 2019 시즌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과 한국시리즈 준우승 등 성과가 있었다. 해설가로 활동하면서도 팬들에게 호평을 받으며 이미지가 좋았다.

하지만 KIA 단장으로서는 역대 최악의 사례로 남게 됐다. 부임 후 1년 만에 '뒷돈 요구' 의혹으로 물러난 뒤 이번에는 금품수수 혐의까지 더해졌다.

구단 후원 업체로부터 1억 원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종국 전 KIA 타이거즈 감독이 3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된 영장실질심사에 참석했다. 고아라 기자
구단 후원 업체로부터 1억 원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종국 전 KIA 타이거즈 감독이 3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된 영장실질심사에 참석했다. 고아라 기자


장정석 전 단장에게 뒷돈 제공을 요구 받았다고 주장한 박동원은 2022 시즌을 마친 뒤 LG 트윈스로 FA 이적했다. KIA도 박동원을 붙잡고 싶었지만 선수가 원하지 않았다. 

박동원은 이후 프로야구선수협회의 도움을 받아 이 문제를 공론화시켰다. 장정석 전 단장은 농담이었다는 해명을 내놨지만 KIA 구단은 장정석 전 단장을 품위손상을 이유로 경질했다. 장정석 전 단장은 KIA에서 나온 이후에도 별다른 사과 메시지를 내놓은 적이 없었다.

김종국 전 감독과 장정석 전 단장은 KIA가 2021 시즌 9위에 그친 뒤 팀의 재건을 위해 선임됐다. KIA는 당시 사장, 감독, 단장 등 구단 운영 핵심 책임자 3명이 동시에 옷을 벗었다.

그러나 김종국 전 감독과 장정석 전 단장은 KIA에 씻을 수 없는 상처만 남기고 불명예 퇴진했다. 2024 시즌 출발을 앞두고 선수단 분위기는 쑥대밭이 됐다.

KIA는 일단 새 감독 선임 전까지 진갑용 1군 수석코치가 호주 캔버라 스프링캠프에서 선수단을 지휘할 예정이다. 진갑용 수석코치는 2020 시즌부터 KIA 유니폼을 입고 4번의 시즌을 치른 만큼 선수단 장악과 훈련 진행에는 큰 어려움은 없을 전망이다.

구단 후원 업체로부터 1억 원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종국 전 KIA 타이거즈 감독이 3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된 영장실질심사에 참석했다. 고아라 기자
구단 후원 업체로부터 1억 원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종국 전 KIA 타이거즈 감독이 3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된 영장실질심사에 참석했다. 고아라 기자


김종국 전 감독과 장정석 전 단장의 구속 여부는 이날 오후 5시께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은 법원의 판단이 내려지기 전까지 구치소에서 대기한다.

영장이 발부될 경우 김종국 전 감독과 장정석 전 단장은 구속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된다. 영장 기각 시에는 귀가할 수 있지만 혐의를 완전히 벗는 건 아니다. 검찰이 두 사람을 기소하는 건 확정적인 만큼 법정에 지속적으로 모습을 드러내야 한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야구인으로서 명예가 바닥까지 떨어졌다. 팬들의 신뢰를 잃은 것도 문제다.

1982년 KBO리그 출범 후 프로야구 감독이 재직 중 비리 혐의로 구속된 사례는 한 번도 없었다. 1983년 故 김진영 삼미 슈퍼스타즈 감독이 구속됐다 풀려나기는 했지만 사유는 경기 중 심판 폭행이었다. 

구단 후원 업체로부터 수천만원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장정석 전 KIA 타이거즈 단장이 3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된 영장실질심사에 참석했다. 고아라 기자
구단 후원 업체로부터 수천만원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장정석 전 KIA 타이거즈 단장이 3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된 영장실질심사에 참석했다. 고아라 기자


한편 KIA는 오는 31일부터 2월 20일까지 호주 캔버라에서 1차 스프링캠프를 진행한다. 이후 일시 귀국한 뒤 무대를 일본 오키나와로 옮긴다. 2월 22일부터 3월 3일까지 오키나와에서 연습경기 등 실전 위주로 2차 스프링캠프를 치른다.

KIA는 2024 정규리그 개막 일정을 고려하면 늦어도 다음달 초까지는 감독 인선이 완료돼야 시즌 준비에 차질을 최소화할 수 있다. KIA는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종료 후 귀국, 시범경기를 거쳐 3월 23일 홈 구장 광주기아침피언스필드에서 키움 히어로즈와 2023 시즌 페넌트레이스 개막전을 치를 예정이다.

사진=서초동, 고아라 기자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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