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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대 포수' 훈련 보며 혀 내둘렀다…'등번호 25번' 김형준 다짐 "올핸 부상 없이 끝까지"

기사입력 2024.01.14 07:15



(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재활과 뜻하지 않은 부상, 그리고 극적인 반전도 있었다. 포수 김형준(NC 다이노스)의 2023년은 말 그대로 다사다난했다. 

세광중-세광고를 졸업한 김형준은 2018년 2차 1라운드 전체 9순위로 NC에 입단했다. 첫해부터 1군에서 60경기에 출전하며 많은 기회를 받았고, 2019년과 2020년에는 각각 55경기, 44경기를 소화했다.

이미 양의지(현 두산 베어스)라는 확실한 주전 포수가 팀의 한 축을 이루고 있었고, 김태군(현 KIA 타이거즈)이 양의지의 뒤를 받쳤다. 김형준 입장에서는 많은 기회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결국 2020시즌 이후 상무(국군체육부대) 입대를 확정, 잠시 자리를 비우게 됐다. 

퓨처스리그에서 쾌조의 타격감을 뽐낸 김형준은 전역까지 약 3주 정도 앞둔 시점에서 전방 십자인대 파열로 수술대에 올랐다. 소속팀으로 돌아가더라도 남은 시즌을 소화할 수 없다는 의미였다. 결국 김형준은 2023년을 바라보며 재활에만 몰두해야 했다.

NC도, 김형준도 서두르지 않았다. 차근차근 몸을 만든 뒤 1군에 올라오는 쪽으로 계획을 세웠다. 재활 속도가 더딘 편은 아니었지만, 강인권 NC 감독은 전반기에 무리해서 김형준을 기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러던 중 문제가 생겼다. 뜻하지 않은 부상이 찾아왔다. 2군에 머무르던 김형준은 연습 과정에서 공을 잘못 밟으면서 오른쪽 발목 인대 손상 진단을 받았고, 결국 한 달 이상 경기에 출전할 수 없게 됐다. 소속팀은 물론이고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준비하던 대표팀 입장에서도 비상이 걸렸다.



하지만 김형준은 굴하지 않고 또 한 번 재활에 집중했다. 그리고 7월 초부터 퓨처스리그 경기로 실전 감각을 끌어올렸고, 8월 23일 전역 이후 처음으로 1군에 콜업됐다. 당시 주전 포수 박세혁의 부상 등 1군 포수진 사정이 좋지 않았던 만큼 NC로선 김형준에게 큰 기대를 걸었다.

김형준이 기다림에 마침표를 찍은 건 8월 24일 SSG 랜더스와의 원정경기였다. SSG 선발 커크 맥카티를 상대로 5회초와 8회초에 연타석 홈런을 터트리며 강렬한 신고식을 치렀다. 기존 포수들이 나란히 부진 또는 부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던 만큼 김형준의 합류가 반가웠던 NC다.

빠르게 팀 내에서 자리잡은 김형준은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대표팀 주전 포수 역할까지 완벽하게 해냈다. 개인 성적은 5경기 18타수 3안타 타율 0.167 3득점으로 부진했지만, 김형준은  안정감 있게 안방을 지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좋은 흐름으로 소속팀에 돌아온 김형준은 남은 시즌, 이어진 가을야구까지 팀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다. 포스트시즌에서는 박세혁, 안중열 등 기존에 있던 포수들을 제치고 전 경기를 주전으로 뛰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과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는 시원한 홈런포로 팀 승리를 이끌기도 했다.




NC의 가을야구 여정은 플레이오프로 막을 내렸지만, 김형준은 쉴 틈 없이 바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아시안게임과 마찬가지로 세대교체의 흐름을 이어가고자 했던 대표팀이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2023에서 다시 한 번 김형준에게 주전포수 중책을 맡겼기 때문이다.

4경기 14타수 2안타 타율 0.143 1타점 1득점. 성적만 놓고 보면 아시안게임과 다를 게 없었다. 다만 수비에서 정확하고 빠른 송구를 선보이며 모두를 놀라게 했다. 일본 대표팀을 이끌었던 이바타 히로카즈 감독은 우리 팀이 작전 면에서 준비하긴 했지만, 한국포수(김형준)의 송구가 훌륭했다.

두 번의 국제대회를 통해 대표팀에서 김형준을 지켜본 류중일 감독은 "(김)형준이 같은 경우 자리를 잡은 것 같다. 그전에도 잘했지만, 포스트시즌 때도 그렇고 다 잘하더라. 그렇게 선수가 되는 것"이라고 격려했다.

기나긴 재활 속에서도 무사히 2023시즌을 마친 김형준은 지난 8일 신년회 행사 이후 취재진을 만나 "(부상으로) '액땜했다'고 생각한다. '지난해보다 더 다칠까'라고 생각하긴 한다. 아프지 않도록 몸 관리를 꾸준하게 해야 할 것 같다"고 돌아봤다.

특히 바쁜 일정에 체력적인 부담을 겪어야 했던 김형준은 "1년을 소화할 몸과 체력을 만들어야 할 것 같다. 아프지 않고 꾸준할 수만 있다면 점점 시즌을 치르면서 스스로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록이 잘 나오면 좋겠지만, 안 아픈 게 먼저라고 생각하고 자리를 안 비우는 게 최고인 것 같다"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복귀를 앞둔 시점에서 부상을 당했을 땐 머릿속이 '백지' 상태가 됐다는 게 김형준의 설명이다. 그는 약간 '멘붕(멘털 붕괴)' 상태였다. 딱히 멘털을 챙기려고 하진 않았고,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했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올 시즌 가장 큰 목표는 '건강'이다. 2020시즌 이후 4년 만에 1군에서 스프링캠프를 치르게 된 김형준은 "오랜만에 캠프에 가서 어색할 것 같긴 하다. 지난해 날씨가 많이 안 좋았다고 해서 걱정되는데, 올핸 날씨가 좋았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캠프에 간다고 해서 딱히 달라진 건 없는 것 같다. 12월부터 바로 운동을 시작했고, 치료도 병행하면서 천천히 몸을 만들었다. 다치지 않고 캠프에 가서 잘할 수 있도록 몸을 관리하고 있다"고 얘기했다.

공교롭게도 김형준은 트레이닝 센터에서 '전 동료' 양의지와 함께 운동을 하고 있다. 김형준은 "두산 (양)의지 선배, (양)석환 선배와 같은 시간대에 운동하고 있는데, 장소도 시간도 의도치 않게 같다 보니까 동기부여가 생기는 것 같고 좀 더 열심히 하게 되는 것 같다"며 "운동 전후로 얘기를 나누는데, (양의지 선배가) 몸 관리에 대한 부분이나 같이 경기를 하면서 느꼈던 문제점 등을 말씀해주셨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지난해 등번호 47번을 사용했던 김형준은 과거 양의지가 NC에서 달았던 25번을 달고 2024시즌을 맞이한다. 김형준은 "'2'가 들어가는 등번호를 원했는데 22번은 (이)용찬 선배님이 달고 계셨고, 25번의 경우 (김)성욱이 형이 달지 않는다고 했다. 의도적으로 그 번호를 고른 건 아니고 좋은 번호가 있으니까 번호를 받게 된 것"이라며 "(양의지 선배와) 똑같이 열심히 운동을 하고 있는데, 말이 안 나올 정도로 정말 열심히 하신다. 시즌 개막 이후에 '그때 더 운동을 할 걸'이라고 후회하지 않게끔 운동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김형준은 완벽한 해피엔딩을 맞이할 수 없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새드엔딩'으로 시즌을 끝낸 것도 아니었다. 더 나은 시즌을 꿈꾸는 김형준은 "처음부터 1군에서 함께하지 못했는데, 올핸 부상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1군에서 경기를 하고 싶은 생각"이라며 "부담감은 딱히 없다. 많은 관심을 받은 만큼 기대에 충족할 수 있게끔 열심히 준비하려고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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