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조은혜 기자) 리그를 대표하는 포수 삼성 라이온즈의 강민호가 내년 도입되는 '로봇심판' 제도에 대해 솔직한 의견을 얘기했다.
강민호는 '프로야구 레전드' 김태균이 운영 중인 유튜브 채널 '김태균 [TK52]' 프로그램 '52Hz'에 출연해 그동안 포수를 하면서 심판들의 스트라이크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했는지, 로봇심판 존을 어떻게 이용할 생각인지 또, 로봇심판 존으로 프레이밍이 필요없어지는 건지 등 강민호가 생각하는 로봇심판의 장단점은 무엇인지에 대한 한 팬의 날카로운 질문을 받았다.
KBO는 지난 10월 2024시즌부터 ABS(Automatic Ball-Strike System, 자동 볼 판정 시스템), 즉 로봇심판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질문을 들은 강민호는 "프로야구 20년을 뛴 포수로서 개인적인 의견을 좀 소신 있게 이야기한다면, 나는 로봇심판이 들어오면 안 된다고 생각을 하는 입장"이라고 답했다.
그는 "심판들의 권위도 권위지만, 나는 심판들의 오심도 프로야구의 하나의 묘미라고 생각한다. 로봇 심판이 들어오면 아무나 데려다가 심판을 할 수 있다는 것 아닌가. 근데 심판님들이 이때까지 해오셨던 경력도 20년, 30년 있으시고, 또 경기 중에 일어나는 정말 중요한 순간에 오심은 막을 수 있게 비디오 판독이 있다. 그리고 각자 심판들의 스타일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그걸 이용하는 맛도 있다. 이런 게 프로야구의 묘미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로봇심판이 들어오고 나면 프레이밍이 필요 없다. 그리고 이제 정확히 던질 필요가 없다. 자기가 가지고 있는 정말 강한 공을 네모 박스에 어디든 던질 수 있는 투수가 먹히고, 옛날처럼 바깥쪽 하나 빠지게 잘 던지고, 그런 투수들은 불리하다. 이제 그런 게 스트라이크로 안 잡힐 것 같다"고 내다봤다.
강민호의 답변에 김태균은 "메이저리그에서도 피치클락은 도입을 했는데, 로봇심팜은 아직 도입을 하지 않고 몇 년째 테스트만 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이미 도입을 하기로 했는데, 더 정교해져야 하고, 여러 가지 상황들을 잘 판단해야 할 것 같다"고 얘기했다.
강민호는 "또 걱정인 게, 경기 시간을 줄인다고 했는데 한국 야구는 어렸을 때부터 코스 구석구석을 정확히 던지는 연습을 많이 했는데, 여기 저기로 던진 게 볼이 되다 보면 오히려 볼넷이 더 많아질 거라고 생각을 한다"고 덧붙였다.
김태균도 투수와 타자 모두 자신들의 스트라이크존을 다시 정립해야 할 거라고 봤다. 이 말에 강민호는 "좌우를 좁히고, 이제 위아래를 크게 봐야 한다는 느낌이다"라고 분석했다.
투수와 타자 중 누가 더 유리할 것 같냐는 질문에는 "무조건 타자가 유리할 것 같다"라고 답했다. 강민호는 "우리가 어렸을 때부터 던졌던 바깥쪽 나이스볼이 볼로 찍히니까, 그게 안으로 들어오려면 타자는 자기 존이 더 좁아질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포수는 머리가 더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강민호는 "변화구를 이제 낮게 던질 필요가 없다. 낮은 것도 필요하겠지만 높은 변화구도 던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정 관념을 좀 깨야 되지 않을까. 메이저리그 같은 경우는 벌써부터 변화구가 높게 온다. '될까' 싶은 생각도 들지만, (스프링캠프에 가서) 되는 친구들과 얘기를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KBO는 "ABS를 KBO리그에 도입하면 모든 투수와 타자가 동일한 스트라이크 존 판정을 적용 받을 수 있어 공정한 경기 진행이 가능해진다"면서 KBO의 ABS 시스템이 2020년부터 지난 4년간 퓨처스리그에서 시스템 고도화를 진행해 왔으며, 볼-스트라이크 판정의 정교함과 일관성 유지, 그리고 판정 결과가 심판에게 전달되는 시간 단축 등의 성과를 거뒀다고 전했다.
허구연 총재는 지난 6일 KBO 심판위원회 1차 동계훈련이 진행중인 이천 두산 베어스파크를 방문해 ABS와 피치클락 운영에 대해 점검하기도 했다. KBO 심판위원회는 4일부터 8일까지 무전기 및 이어폰 적응, 오류 발생시 대처법 숙지 등을 통한 안정적인 경기 운영에 중점을 두고 ABS 사용 시뮬레이션 훈련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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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