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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삼성, 창단 28년 만에 '첫 강등' 충격…강원 10위+수원FC 11위 [현장리뷰]

기사입력 2023.12.02 16:48



(엑스포츠뉴스 수원월드컵경기장, 김정현 기자) K리그 명문 수원 삼성이 2부 강등이란 치욕의 역사를 썼다. 마지막 한 골을 넣지 못해 고개를 숙였다.

수원은 2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3 38라운드 강원FC와 맞대결에서 0-0으로 비겼다. 같은 시간 수원FC는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역시 제주와 1-1로 비겼다. 

이로써 K리그1 하위권 3팀의 순위가 결정됐다. 강원이 승점 34로 10위를 차지한 가운데 수원FC가 수원과 승점 33으로 동률을 이뤘으나 K리그 규정에 따라 다득점에서 45골로 35골인 수원을 제치고 11위를 기록했다. 수원은 2부로 바로 강등되는 최하위를 면치 못했다.



이날 경기에 앞서 양 팀은 2연승을 달리며 강등 결정을 최종전으로 미뤄왔다.

수원은 수원더비와 슈퍼매치를 모두 승리했다. 최하위에서 벗어나진 못했으나 강원전을 이기면 다이렉트 강등을 면하고 승강 플레이오프로 갈 수 있었다. 11위 수원FC와 승점32로 동률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10위 강원과의 승점 차도 1점으로 좁혔다. 강원 역시 2연승에 성공하며 좋은 흐름을 지켜왔다.

수원 입장에선 반드시 승리가 필요했다. 수원은 강원을 잡으면 무조건 다이렉트 강등을 피하고 10위, 11위가 진출하는 승강 플레이오프로 향할 수 있었다. 패배는 곧 강등이었고 무승부가 나온다면 수원FC와 제주전 경기 결과를 지켜봐야 했다. 



2만4932명의 구름 관중이 몰려 양팀의 결과를 지켜본 가운데, 수원은 결국 지난 1995년 창단 이후 28년 만에 2부리그 강등이라는 굴욕적인 역사를 만들고 말았다. K리그 우승 4회(1998,1999,2004,2008), FA컵 우승 5회(2002,2009,2010,2016,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 2회(2000/01,2001/02)에 빛나는 명문 팀의 추락이다.   

이날 홈팀 수원은 4-4-2 전형으로 나섰다. 양형모 골키퍼를 비롯해 김주원, 한호강, 손호준이 수비를 구축했다. 고슴범과 한석종이 중원을 지켰고 아코스티, 바사니가 측면을 맡았다. 최전방에 안병준, 웨릭포포가 출격했다. 

원정팀 강원은 4-2-3-1 전형으로 맞섰다. 이광연 골키퍼를 비롯해 윤석영, 김영빈, 강투지, 황문기가 수비를 구성했다. 서민우와 알리바예프가 중원에서 중심을 잡았다. 2선은 김대원과 이승원, 유인수, 최전방에 이정협이 나서 득점을 노렸다.


 
경기 전 만난 수원 염기훈 감독대행은 "마음은 편하다. 선수들을 많이 믿고 있다"라며 "카즈키, 이종성이 빠져 한석종이 선발로 나왔다. 한석종의 컨디션이 좋았고 의지가 좋아 큰 고민은 없었다. 계속 한석종을 확인했다. 중원에서 오랜 만에 뛰지만, 두 선수 자리를 충분히 메울 거라고 생각한다. 믿고 기용해 충분히 잘 해줄 거라고 생각한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염 대행도 수원더비와 슈퍼매치 이겨 분위기가 바뀐 것을 느꼈다. "어느 때보다 좋다. 훈련에서도 하려는 의지가 서울전 이후 더 좋았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강원도 2연승이어서 두 팀 다 컨디션이 좋은 상황에서 임한다. 우리 홈인 만큼 더 좋은 조건이라고 생각해 선수들의 모습이 경기장에서 충분히 나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홈에서 마지막 반전을 다짐했다. 



윤정환 감독이 경고누적으로 빠져 강원 벤치에 앉게 된 정경호 수석코치는 "수원 원정이자 시즌 마지막 경기다. 중요한 건 모두가 다 잘 알고 있다. 윤정환 감독님이 오신 후 과도기가 있었지만, 지금 팀을 단단히 잘 만들어 놓으셨다.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인식이 중요했고 좋아졌다. 강원만의 색을 갖고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오늘도 단단하게 임할 생각"이라고 각오를 말했다. 

이어 경기 전 소통에 대해 "소통을 많이 했다. 같이 일하면서 알아가는 과정이 있었고 서로 스타일을 많이 알아갔다. 서로 믿음이 생겼고 서로 원하는 바를 옆에서 많이 봤다. 기존에 해왔던 기조와 구조를 그대로 갖고 가면서 큰 경기에 일어나는 변수를 감독님과 소통했다. 변수에 대응만 잘 하면 좋은 결과를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무승부만 거둬도 유리한 강원의 상황에 대해선 "지도자로 경험이 많지만, 우리 강원 선수단 분위기를 봤을 때 비기면 된다는 생각이 가장 위험하다"며 수원처럼 이기겠다고 선언했다.



절체절명의 경기인 만큼 치열한 경기 양상이 이어졌다. 중원에서 양 팀 선수들은 경합 상황에서 서로 물러섬 없이 부딪혔다. 2분 만에 바사니가 상대 윤석영에게 강한 파울을 당하자, 양 팀 선수들이 한 차례 몰렸다. 8분엔 강원 진영에서 여러 차례 볼 다툼 과정에서 선수들이 엉키면서 과열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는 사이 다른 경기장에서 득점이 터졌다. 제주가 전반 5분 김건웅의 선제골이 터지면서 앞서간 것이다. 수원FC는 0-1로 뒤지며 실시간 순위 12위로 떨어졌다. 수원과 강원은 이대로 비기기만 해도 승강 플레이오프에 나설 수 있었다.

수원은 강원의 지공을 막아낸 뒤 역습으로 전개하면서 점차 수원 쪽으로 분위기를 몰고 왔다. 바사니가 측면보다 중앙으로 좁혀 들어오면서 공격을 전개했고 이것이 조금씩 효과를 봤다.



강원은 전반 12분 이후 다시 점유율을 가져오며 공격을 시도했다. 14분엔 황문기의 얼리 크로스를 김대원이 헤더까지 연결했고 양형모 정면으로 향했다. 강원은 수원 뒷공간을 찌르는 롱패스를 계속 시도했다.

18분엔 다시 오른쪽에서 황문기의 얼리 크로스가 올라왔고 김대원이 헤더로 연결했지만, 빗맞으면서 다시 양형모의 손으로 갔다. 강원은 전반 20분 만에 이승원이 빠지고 윤일록이 투입돼 변화를 줬다.

바사니는 다시 윤석영과 충돌했다. 22분 바사니가 윤석영에게 느리게 향하는 공을 머리로 갖다 대면서 윤석영의 파울을 유도했다. 



강원은 25분 이후 공세를 이어갔다. 강한 전방 압박이 효과를 보면서 공격 진영에서 점유 시간이 늘어갔다. 수원이 수비 집중력을 유지하면서 막았지만, 5분 넘게 공세가 이어지면서 위기를 맞았다. 

강원은 결정적 기회를 놓쳤다. 전반 33분 오른쪽에서 올라온 황문기의 얼리 크로스를 유연수가 박스 안으로 침투해 슈팅을 시도했다. 이것이 빗맞은 뒤 앞에 떨어졌고 다시 슈팅으로 연결했는데 크로스바를 강타하고 나갔다. 

수원은 안 좋았던 흐름을 버텨낸 뒤 전반 막판 다시 공격에 집중했다. 전반 추가시간까지 수원이 기회를 노렸지만, 바사니의 슈팅이 수비 블락에 막히는 등 아쉬움을 남겼다. 전반은 그대로 종료됐다.

후반 시작과 함께 수원은 손호준을 빼고 박대원을 넣어 수비에 변화를 줬다. 하지만 강원이 후반 초반 흐름을 잡으며 기회를 노렸다. 



후반 4분엔 오른쪽에서 넘어온 황문기의 컷백 패스를 이정협이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빗맞았고 이어진 윤일록의 슈팅도 빗맞았다. 

그 사이 수원종합운동장에서 다시 골 소식이 들렸다. 수원FC 이영재가 후반 5분 환상적인 프리킥으로 1-1 동점을 만든 것이다. 수원FC가 수원과 승점에서 33으로 동률을 이뤘으나 다득점에서 다시 앞서 11위가 되는 순간이었다. 수원은 12위로 밀렸다. 

후반 8분엔 다시 오른쪽에서 강원이 돌파에 성공했고 박스 안에서 공이 연결되며 강원이 슈팅 기회를 잡는 듯 보였다. 마지막 패스가 미흡하면서 수원 수비가 걷어냈다. 

수원은 후반 11분 한석종, 아코스티를 빼고 김주찬, 김보경을 넣어 선수 구성에 변화를 줬다. 김주찬의 기동력을 믿겠다는 심산이었다. 



수원은 후반 16분 웨릭 포포를 빼고 뮬리치까지 투입하며 공세를 높였다. 

양팀의 신경전은 후반에도 이어졌다. 후반 19분 코너킥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박스 안에서 안병준과 서민우가 계속 충돌했다. 이어진 롱스로인 과정에서도 김태환 앞에 유인수가 버티며 김태환이 항의하기도 했다. 

수원은 마지막으로 후반 25분 김주원을 빼고 정승원까지 투입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센터백을 빼고 윙백 내지 윙어 자원을 넣어 공격적으로 변화한 것이다. 



수원의 반격은 후반 27분 시작됐다. 우측에서 넘어온 바사니의 크로스를 뮬리치가 박스 안에서 홀로 발리 슛으로 연결했다. 이것이 크로스바를 넘어가고 말았다. 

강원도 승부수를 띄웠다. 후반 32분 이정협, 유인수를 빼고 가브리엘, 갈레고를 넣어 기동력과 에너지를 불어 넣었다. 

수원이 공격적으로 올라가면서 강원에게도 중앙 공간이 생겼고 오히려 강원이 여유롭게 공격을 시도했다. 후반 38분 왼쪽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가브리엘이 감각적으로 돌려놨고 양형모가 침착하게 잡아냈다. 



강원의 공세에 수원은 힘을 내지 못했다. 강원은 후반 추가시간 45분 오히려 역습으로 수원을 한 차례 위협했다. 수원 팬들은 '힘을 내라 수원'을 외쳤다. 

그사이 강원은 윤일록을 다시 빼고 조현택을 넣어 수비 보강에 나섰다. 이제 지키려는 심산이었다. 수원은 막판 공을 소유하며 공격을 전개했다. 강원은 이를 잘 막아냈다. 강원은 마지막 수원의 공격까지 버텨냈고 결국 수원을 강등으로 내몰았다. 

경기 후 생존에 성공한 정경호 수석코치는 "90분 내내 준비했던 플랜대로 됐다"며 "수원은 홈에서 이겨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수비 축구를 했다. 덕분에 우리가 많이 볼을 소유할 수 있었다. 찬스가 있었는데 득점하지 못해 아쉽지만, 윤정환 감독님과 마련한 90분 전략이 잘 이뤄져 다행"이라고 승부를 돌아봤다.

이어 "김포-경남전 승자와 붙게 됐는데 이제 상대 분석을 잘해 대응책을 마련하겠다"라며 승강 PO 계획을 설명했다.



수원이 수비적인 경기 운영을 한 것에 대해서는 "예상했다"라고 답했다.

정 수석코치는 "후반에 승부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상대 공격이 위협적이지 못해 수비에서 심각하게 힘든 상황은 없었다. 만약 수원이 좀 더 공격적으로 나왔다면 우리가 좀 힘들었을 것이다. 우리가 원하는 대로 끌고 갔던 경기"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수원 강등에 대해선 위로를 전했다. 정 수석코치는 "수원의 강등을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 작년에 살아남는 걸 보고 올해는 다시 리딩 클럽의 자리를 되찾을 거라 생각했는데, 여러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 수원 강등은 흥행 측면에서 K리그에는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수원에 레전드 공격수로 활약하다 지난 9월 지휘봉을 잡고 소방수로 나섰으나 강등을 막지 못한 염기훈 감독 대행은 "팬들에게 너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최선을 다했지만 원하지 않았던 결과가 나왔다. 팬들에게 고개를 들 수 없을만큼 죄송하다. 선수단에게도 미안하다"며 "경기를 하다보면 생각하지 못한 상황들이 발생하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나의 부족함이라고 생각한다.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지만 제가 부족해 이런 결과가 나왔다. 제 잘못이 제일 크지 않았나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염기훈 대행은 강등 원인에 대해 "경기장에서는 선수들이 뛰는 것이지만, 너무 많은 변화가 있었고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그런 부분이 선수들에게 영향이 가지 않았나"라고 얘기했다. 



또 "스쿼드 면에서 차이가 큰 것 같다. 예전엔 이름 있는 선수들도 많았고 예산 문제도 그렇다. 그 때와 비교도 안 될만큼 열악해진 것은 사실이다. 투자가 있어야 팀이 더 단단해지고, 기존 선수들과 신입생이 어우러지며 경쟁력을 더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좋은 선수들이 더 있었으면 어땠을까 생각도 있지만 지금 선수들이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경기를 끝으로 올시즌 K리그1 파이널B가 끝난 가운데 승강PO 일정도 결정됐다. 오는 6일 오후 7시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K리그2 부산과 수원FC가 격돌하며 두 팀은 9일 오후 2시 수원종합운동장에서 리턴 매치를 벌인다.

10위 강원은 6일 오후 7시 김포-경남 K리그2 플레이오프 승자와 1차전을 갖는다. 2차전은 강릉종합운동장에서 9일 오후 2시에 벌어진다.


사진=수원월드컵경기장, 박지영 기자

김정현 기자 sbjhk8031@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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