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포공항, 최원영 기자)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김혜성(키움 히어로즈)에게 '메이저리그 내야수' 바통을 이어주려 한다.
한국 야구 대표팀 주장이자 주전 2루수인 김혜성은 20일 김하성의 선택을 받았다. 김하성은 이날 오전 미국 메이저리그(MLB) 내셔널리그(NL) 유틸리티 부문 골드글러브를 수상한 기념으로 공식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한국인 최초이자 아시아 출신 내야수 중 처음으로 영광을 누렸다. 눈여겨보는 국내 내야수를 묻자 망설임 없이 김혜성의 이름을 꺼냈다.
김하성은 "이번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을 봤다. (김)혜성이는 같은 나이대 선수들과는 (플레이가) 정말 다르다. 잘 성장한다면 나보다 더 좋은 선수가 될 듯하다"며 "워낙 성실하고 야구 열정이 많은 선수다. 평소에도 혜성이에게 자주 연락이 오는데 궁금한 게 무척 많은 것 같다. 혜성이가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모습을 꼭 보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APBC를 준우승으로 마친 김혜성은 이날 오후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김하성의 이야기를 전해 들은 뒤 "같은 팀 출신이라 이야기해 준 게 아닐까. 감사하다"며 미소 지었다. 김하성이 웃음기 없이 진지하게 꼽았다고 귀띔해 주자 "형은 원래 진지한 스타일이다"고 웃음을 터트렸다. 둘은 2017년부터 김하성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기 전인 2020년까지 영웅 군단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김하성이 골드글러브를 수상하는 것을 보며 김혜성의 가슴도 부풀었다. 그는 "같이 뛰던 선배가 큰 무대에서 큰 상을 받았다는 게 정말 존경스러웠다. 한편으론 부러운 마음도 들었다"며 "나도 미국 진출의 꿈이 있다. (김)하성이 형과 (이)정후 등 팀 동료들이 도전하는 모습을 보며 실력을 더 키워 미국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커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하성이 형이 좋게 말해준 만큼 형의 눈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더 열심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김하성을 너무 귀찮게 해 미안한 마음도 있다. 김혜성은 "형에게 너무 야구 이야기만 잔뜩 하는 것 같아 고민이 많았다. 야구와 관련해 궁금한 모든 것을 다 물어봤다"며 "타격, 수비는 물론 특정 상황에선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을 전부 질문했다. 나 때문에 힘들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매번 야구 질문만 해 형이 나를 재미없어하는 것 같다. 더 친해지고 싶은데 아직 한 발짝 정도 거리가 남아있는 듯하다"며 멋쩍게 웃었다.
김하성은 의사소통과 함께 영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메이저리그에 갈 것이라 예상 못 해 영어 공부를 아예 안 했다. 그래서 지금도 애를 먹고 있다"며 "이정후, 고우석(LG 트윈스) 등 (빅리그 도전에 나선) 두 선수도 영어를 못할 것이다. 지금이라도 조금씩 공부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미국에선 우리가 이방인이니 선수들에게 먼저 다가가야 한다"고 언급했다.
김혜성의 영어 실력은 어떨까. "잘 못한다"며 수줍어한 그는 "공부는 한다. 제대로 하는 것은 아니고 아주 조금씩 하는 정도다. (이)정후가 나보다 영어를 잘하고, 난 아직 시작 단계다"고 설명했다. 숙제가 하나 더 늘었다.
사진=김포공항, 최원영 기자 / 연합뉴스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