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감독 "2연패 주인공 나 아닌 선수들…해피엔딩으로 끝나 행복" [현장인터뷰]

(엑스포츠뉴스 울산, 나승우 기자) 구단 최초 리그 2연패라는 역사를 쓴 홍명보 울산현대 감독이 역사의 주인공은 자신이 아닌 선수들이라고 밝혔다.

울산은 29일 오후 2시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대구와의 하나원큐 K리그1 2023 35라운드 홈 경기에서 후반 24분 김민혁의 헤더 결승골과 장시영의 추가골로 2-0 승리했다. 승점 3점을 추가한 울산은 21승7무7패, 승점 70으로 전날 전북현대와 1-1로 비긴 2위 포항 스틸러스와 격차를 10점까지 벌리며 남은 3경기 결과에 상관 없이 리그 우승을 확정지었다. 대구는 12승13무10패, 승점 49를 유지하며 6위에 머물렀다.

구단 새 역사를 쓰기까지 단 3점만 남겨둔 울산은 최정예 멤버로 대구전에 나섰다.  4-5-1 포메이션에서 조현우가 어김없이 골문을 지켰다. 김기희, 김영권, 이명재, 설영우가 수비를 맡았다. 김성준, 이청용, 바코, 강윤구, 엄원상이 중원에 포진했으며, 마틴 아담이 최전방 원톱으로 출격했다.

줄기차게 대구의 골문을 두드리고도 전반전을 0-0으로 마친 울산은 후반 교체 투입된 김민혁과 장시영이 득점에 성공하며 승기를 잡았다. 김민혁은 아타루의 크로스를 헤더로 연결해 선제 결승골을 뽑아냈다. 후반 정규 시간이 종료되기 직전에는 장시영이 일대일 기회를 마무리 해 우승을 확정지었다.



홍명보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아주 기쁘다. 우승 결정을 홈 팬들 앞에서 할 수 있어 더더욱 기쁘다. 마지막 경기가 아닐 가능성도 배제하진 않았지만 선수들과 '이번 경기까지가 우리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는 경기였으면 한다'고 계속 이야기 했다. 선수들이 잘 따라준 것 같다. 오늘 승리는 팬분들과 선수들 몫이다. 선수들이 후반기에 마음 고생을 많이 했는데 이 경기로 선수들이 남은 시즌 잘 마무리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임했으면 좋겠다. 이 자리를 빌어 팬들과 선수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난해와 비교해 어떤 점이 다르게 느껴지는지 묻자 "우승이라는 게 매번 할때마다 좋다. 다만 지난해와 올해는 조금 달랐다. 작년엔 17년 만의 우승을 해야 한다는 목표, 책임감이 있었다. 무리 없이, 결과적으로 우승했다면 올해는 시작이 좋았지만 마지막이 좋지 않았단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아쉬움이 들지만 이 팀이 성장하는데 중요한 포인트였다. 무너졌으면 에전 울산 모습이 나왔을텐데 무너지지 않고 어느 해보다 빠르게 우승할 수 있었다. 조금 더 느낀 건 인생의 축소판이지만 올 한 해 동안 안과 밖에 여러가지 이슈도 있었다. 인생에 있어서 많은 것들을 배운 판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터닝포인트가 된 지점은 없었다고 돌아봤다. 홍 감독은 "터닝포인트가 된다라는 생각은 없었다. 그만큼 썩 좋지 않은 상황이었다고 생각이 든다. 상위스플릿 5경기 대진표가 나왔을 때 무조건 2경기 안에 결판 내겠다는 생각이었다. 그게 또 현실로 이뤄졌다. 그래도 터닝포인트라고 한다면 이번 주 조호르 경기가 조금 더 선수들한테 정신적으로 회복할 수 있었던 경기였던 것 같다"고 밝혔다.

교체 투입돼 득점을 기록해 우승을 이끈 김민혁, 장시영에게는 "전반전 득점은 없었는데 후반에 득점을 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있었고, 선수들에게도 자신감을 줬다. 이런 경기를 전에도 충분히 해왔다. 후반에 새로 들어간 선수들이 득점을 한 거에 대해선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그 선수들한테도 축하의 말 전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지도자 경력에 중요 포인트가 된 것 같은지에 대해서는 "지도자 커리어적으로 중요하진 않다. 나와 같이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즐겁게 축구하고 성장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관심사다. 좋은 건 문수구장에서, 팬들 앞에서 우승을 결정한 게 가장 기쁘다"고 설명했다.

팬들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했다. 홍 감독은 "선수들이 좋을 때나 좋지 않을때나 팬들의 힘은 큰 영향을 미친다. 안 좋을 때는 쓴소리를 해주신다. 그런 것들을 새기면서 나태해지지 말고 팬들이 과연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꾸준히 연구해야 한다. 그런 분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부임하면서도 그런 이야기를 했다. 점점 수도권도 마찬가지고 여기도 팬이 많아진다는 거에 자부심을 느낀다. 울산현대에 있어서는 어떤 것보다 큰 에너지가 들어왔다고 생각한다. 팬 여러분께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구단 최초 2연패의 주인공이 된 것 같다는 말에는 "내가 2연패의 주인공은 아니다. 선수들이 주인공이라고 생각한다. 감독으로서 이 팀을 이끌어오면서 굉장히 어려운 점도 많이 있고, 힘들 때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타이틀을 획득해 해피 엔딩으로 끝난 게 기쁘다. 이 순간 주인공은 선수들이다"라고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