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권동환 기자) 대한민국 미드필더 황인범(FK츠르베나 즈베즈다)이 선발 풀타임을 뛰면서 좋은 활약을 펼쳤지만 팀의 패배로 빛이 바랬다.
즈베즈다는 26일(한국시간) 독일 라이프치히에 위치한 레드불 아레나에서 열린 RB라이프치히와의 2023/24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G조 3라운드 맞대결에서 1-3으로 완패했다.
세르비아 명문 클럽 즈베즈다는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추첨에서 대회 '디펜딩 챔피언' 맨체스터 시티(잉글랜드), RB라이프치히(독일), BSC 영보이스(스위스)와 함께 G조에 편성됐다. 즈베즈나는 지난 시즌 세르비아 수페르리가(1부리그)에서 우승해 조별리그 진출에 성공했다.
조별리그 절반을 치른 가운데 즈베즈다는 황인범을 앞세워 독일 원정에서 승점 3점을 정조준했지만 분데스리가 강호 라이프치히를 넘지 못하면서 또 한 번 조별리그 첫 승을 뒤로 미뤘다.
이날 원정팀 즈베즈다는 3-5-2 전형을 내세웠다. 옴리 글레이저가 골문을 지켰고, 밀란 로디치, 알렉산다르 드라고비치, 나세르 지가가 백3를 형성했따. 양 풀백 자리엔 스테판 미트로비치와 스르잔 미야일로비치가 배치됐고, 중원은 미르코 이바니치, 황인범, 마르코 스타메닉이 지켰다. 최전방 투톱 자리엔 피터 올라인카와 셰리프 은디아예가 이름을 올렸다.
홈팀 라이프치히는 4-4-2로 맞섰다. 야니스 블라스비히가 골키퍼 장갑을 꼈고, 다비트 라움, 카스텔로 뤼케바, 모하메드 시마칸, 베냐민 헨릭스가 백4를 구성했다. 중원엔 사비 시몬스, 크사버 슐라거, 케빈 캄플, 에밀 포르스베리가 출격했고, 최전방에서 로이스 오펜다와 유수프 포울센이 즈베즈다 골문을 노렸다.
황인범은 라이프치히전 선발 명단에도 포함되면서 즈베즈다 입단 후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전 경기 선발 출전에 성공했다. 즈베즈다는 지난달 14일 그리스 올림피아코스에서 뛰던 황인범과 4년 계약을 체결했다. 이적료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즈베즈다가 550만 유로(약 78억원)를 올림피아코스에 3년간 나눠 지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금액은 구단 사상 최고 이적료인 것으로 드러났다. 즈베즈다가 그만큼 황인범의 가치를 높게 매겼다는 얘기다. 지난 1991년 유러피언컵(현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하는 등 세르비아를 넘어 동유럽에서 가장 화려한 시절을 보낸 팀으로 잘 알려진 즈베즈다는 예전 만큼은 아니지만 최근에도 세르비아를 대표해 유럽축구연맹(UEFA) 클럽대항전에 꾸준히 출전할 만큼 명문 구단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자타 공인 세르비아 명문 즈베즈다에서 등번호 66번을 달게 된 황인범은 곧바로 팀의 핵심 선수로 자리를 잡아 챔피언스리그 전 경기 출전에 성공했지만, 라이프치히에 패하면서 생애 첫 챔피언스리그 승리를 맛보는데 또 실패했다.
경기 초반부터 황인범은 좋은 컨디션을 과시했다. 전반 3분 페널티 박스 안에서 라이프치히의 컷백을 차단한 황인범은 곧바로 즈베즈다 역습의 시발점 역할을 수행했고, 먼 거리에서 직접 중거리 슈팅까지 시도해 봤으나 골대 옆으로 향하면서 유효슈팅이 되지 못했다.
즈베즈다는 황인범의 슈팅을 통해 주도권을 가져오려고 했지만 선제골을 터트린 건 라이프치히였다. 전반 12분 시몬스가 박스 안으로 쇄도 중인 풀백 라움을 발견해 침투 패스를 넣었고,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을 맞이한 라움의 슈팅이 골키퍼 다리 사이를 통과하면서 라이프치히의 선제골로 이어졌다.
라움한테 선제골을 허용하면서 전반전을 0-1로 마친 즈베즈다는 후반 14분 시몬스한테 추가골까지 내주면서 패배 위기에 몰렸다. 이때 시몬스는 박스 밖에서 환상적인 오른발 중거리 슈팅으로 골망을 흔드는 원더골을 터트렸다.
즈베즈다 수문장 글레이저 골키퍼가 몸을 날려 팔을 쭉 뻗어 봤지만, 슈팅이 골대 상단 구석을 향해 정확하게 빨려 들어갔기에 막을 수 없었다. 이로써 라움의 선제골을 도운 시몬스는 득점까지 추가하면서 이날 1골 1도움을 기록했다.
2골을 내주면서 패배 위기에 놓인 즈베즈다는 후반 25분 행운이 따르면서 추격골을 터트렸다. 수비수이자 팀 주장 드라고비치가 박스 밖에서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는데, 이 슈팅이 라이프치히 수비수 맞고 굴절되면서 골문 앞에 있던 스타메닉 앞으로 향했다. 이후 스타메닉은 가볍고 공을 골문 안으로 밀어 넣으면서 한 골 만회하는데 성공했다.
즈베즈다는 스타메닉의 만회골로 추격의 불씨를 살렸지만 끝내 동점골을 넣지 못했고, 오히려 라이프치히가 후반 39분 추가골을 터트리면서 다시 스코어를 2골 차로 벌렸다.
라이프치히의 3번째 득점은 코너킥 상황에서 나왔다. 왼쪽에서 날아온 라움의 코너킥으로 인해 즈베즈다 골문 앞에서 혼전 상황이 펼쳐졌다. 이때 교체로 들어온 라이프치히 미드필더 크리스토프 바움가르트너가 날린 헤더 슈팅이 골대를 때렸는데, 골대를 맞고 나온 공이 바움가르트너와 마찬가지로 교체 투입된 다니 올모 앞에 떨어졌다. 올모는 오른발로 공을 툭 밀어 넣으면서 즈베즈다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즈베즈다는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았지만 마무리 단계까지 이뤄지지 않았다. 후반 추가시간 황인범이 중앙에서 2005년생 세르비아 공격수 요반 미야토비치를 향해 멋진 침투 패스를 넣었지만, 미야토비치는 수비수의 방해를 이겨내지 못하면서 끝내 슈팅까지 연결짓지 못했다. 만약 득점으로 이어졌다면 황인범의 챔피언스리그 첫 공격포인트가 될 수 있었기에 아쉬움을 남겼다.
결국 경기는 스코어 1-3 즈베즈다의 완패로 끝나면서, 즈베즈다는 또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 첫 승 신고에 실패했다. 앞서 즈베즈다는 맨시티와의 조별리그 1차전 때도 1-3으로 패했고, 영보이스와의 2차전에선 2-2 무승부를 거뒀다.
같은 시간에 열린 맨시티와 영보이스 간의 조별리그 G조 3차전은 모두의 예상대로 맨시티가 3-1 승리를 거뒀다. 이날 맨시티는 원정 경기임에도 '괴물 공격수' 엘링 홀란의 멀티골에 힘입어 영보이스를 제압하면서 조별리그 3경기 전승을 거뒀다.
후반 3분 수비수 마누엘 아칸지의 선제골로 앞서가기 시작한 맨시티는 4분 뒤 동점골을 허용하긴 했다. 이후 홀란이 후반 12분 페널티킥을 성공시키며 다시 앞서가는 골을 넣었고, 후반 41분 골대 구석을 노린 오른발 감아차기 슈팅으로 쐐기골을 터트리면서 2골 차 완승을 거뒀다.
조별리그 G조 3차전이 모두 종료된 가운데 맨시티가 3경기 전승으로 G조 1위를 달렸고, 맨시티전을 제외하고 나머지 2경기를 모두 승리한 라이프치히가 승점 6(2승1패)으로 맨시티 다음인 2위에 위치했다.
반면에 영보이스와 즈베즈다 모두 3경기에서 승점을 1점(1무2패) 밖에 챙기지 못하면서 각각 3위와 4위에 위치했다. 두 팀은 세르비아에서 열린 지난 2차전 때 2-2 무승부를 거두며 승점 1점을 나눠가졌다.
승점 차가 크면서 사실상 맨시티와 라이프치히가 16강행 2자리를 차지했고, 즈베즈다와 영보이스가 유로파리그 16강 플레이오프 참가를 위해 3위 자리를 두고 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됐다.
한편, 이날 선발로 출전해 풀타임을 소화한 황인범은 좋은 활약을 펼쳤음에도 또 승리를 맛보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축구통계매체 '풋몹(FotMob)'에 따르면, 이날 황인범은 패스 성공률 85%(35/41), 기회 창출 3회, 슈팅 2회, 롱패스 성공률 71%(5/7), 리커버리 4회, 몸싸움 승률 58%(7/12)를 기록했다.
특히 즈베즈다 내에서 가장 많은 패스를 성공시켰고, 선발로 나선 즈베즈다 선수들 중 찬스를 가장 많이 만들어내면서 공격에 활기를 더했다. 이러한 활약을 바탕으로 풋몹은 황인범한테 즈베즈다 선수들 중 글레이저 골키퍼(평점 7.6) 다음으로 높은 평점 7.3점을 줬다.
황인범은 즈베즈다 이적 후 생애 처음으로 '별들의 전쟁'이라고 불리는 챔피언스리그 무대에서 뛰게 됐다. 지난달 20일 조별리그 1차전 맨시티전에 선발로 나오면서 황인범은 챔피언스리그 선발 데뷔전을 갖는데 성공했다.
맨시티전 때 82분가량 소화한 황인범은 주전 선수로 팀에 녹아들면서 조별리그 2차전 영보이스전 때 선발 풀타임 소화에 성공했다. 다음 경기인 라이프치히전 때도 90분 풀타임을 뛰면서 기량을 마음껏 뽐냈지만 팀이 패배함에 따라 생애 첫 챔피언스리그 승리는 다음 기회로 미루게 됐다.
사진=DPA, AP, EPA/연합뉴스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