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최원영 기자) 멀리서 지켜만 보던 무대에 직접 올랐다. 잘하고 있다.
우완투수 류진욱의 가을이 뜨겁다. 올해 NC 다이노스 필승조의 핵심으로 활약했다. 총 70경기 67이닝서 1승4패 22홀드 평균자책점 2.15를 선보였다. 2020년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두 자릿수 홀드를 쌓았다. 리그 홀드 공동 5위를 기록했다.
정규시즌부터 돌아봤다. 류진욱은 "생각지 못한 시즌을 보내 나도 놀랐다. 운이 따라줬고 동료들도 많이 도와줬다"며 "내 성적은 나 혼자 만든 것이 아니다. 우리 팀 야수들이 호수비로 실점을 막아줬다. 내가 주자를 남겨놓고 마운드에서 내려오면 뒤에서 투수들이 잘 막아줬다"고 공을 돌렸다. 그는 "그렇게 기록이 쌓인 덕에 좋은 시즌을 보냈다. 팀원들이 잘 도와주고 받쳐준 덕분에 같이 열심히 할 수 있었다"고 미소 지었다.
이어 "우리 팀 마무리 (이)용찬이 형을 비롯해 KBO리그 내 좋은 투수들의 투구를 참고했다. 나보다 잘하는 투수들이 정말 많다"며 "그 선수들이 볼카운트 싸움을 어떻게 하는지 등을 공부했다. 경기하면서 '나도 이렇게 던져보자' 했던 적도 있다. 그게 좋은 영향을 미친 듯하다"고 덧붙였다.
포스트시즌에도 중책을 맡았다. NC가 치른 3경기에 모두 출전했다. 지난 19일 두산 베어스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 6-5로 앞선 6회초 2사 2루서 구원 등판했다. 생애 처음으로 가을야구 마운드에 올랐다. 2이닝 2피안타 1탈삼진 1실점(비자책점)으로 첫 홀드를 챙겼다. 창원 홈 팬들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NC도 14-9로 승리하며 준플레이오프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지난 22일 SSG 랜더스와의 준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1차전. 2-0으로 앞선 8회말 등판해 1이닝 2피안타 1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팀의 4-3 승리로 홀드를 추가했다. 23일 SSG와의 2차전서는 4-3으로 리드하던 7회말 2사 1루서 마운드에 올랐다. 1⅓이닝 1피안타 1볼넷 무실점을 빚었다. 7-3 승리와 함께 홀드를 적립했다. 3경기서 3연속 홀드를 기록했다.
류진욱은 "야구하며 포스트시즌은 늘 TV로만 봤다. 실제로 그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니 감회가 새로웠다. 재미있는 것 같다"며 운을 띄웠다. 그는 "마음 편하게 마운드에 올라가고 있다. 팀이 이기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점수를 주더라도 최소 실점을 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투구한다. 나로 인해 지지 말자는 생각으로 던진다. 역전만 당하지 말자고, 나 때문에 분위기를 내주지 말자고 다짐한다"고 씩씩하게 말했다.
포스트시즌은 단기전이라 중압감이 크다. 가을 무대가 처음이기에 주위에 조언을 구했다. 류진욱은 "(임)정호 형, (이)용찬이 형에게 많이 물어봤다. 형들이 '(포스트시즌이라) 생각하면 더 몸이 굳을 수 있다. 편안하게 정규시즌처럼 해라. 그냥 보너스 게임이라 여기고 마음 편히 던져라'라고 조언해 줬다"며 "(손)아섭이 형은 내가 포커페이스 하며 가만히 있으면 '긴장했나'라며 농담해 준다"고 밝혔다.
이어 "접전에서 등판한다는 것은 곧 팀이 이기고 있다는 뜻이다. 마운드 위에서 할 수 있는 것은 공을 던져 타자를 아웃시키는 것밖에 없다. '이 타자 살려 보내면 안 되겠다'라는 생각만 한다"며 "모두 쟁쟁한 선수들이지만 이름값에 연연하지 않으려 한다. 정확하게 원하는 코스에 투구하려 노력 중이다"고 설명했다.
꾸준히 순항 중이다. 류진욱은 "야구를 하다 보니 조금 발전한 것 같다. 뿌듯하다"면서도 "결과가 좋으면 자신감이 커지지만 너무 과하면 자만할 수 있다. 어느 정도 마음을 내려놓고 편하게 즐기자는 마음으로 임하는 중이다. 경험이 계속 쌓이면 노하우를 갖고 더 잘 던지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그는 "포스트시즌은 개인 성적이 아닌 팀 승리가 우선이다. 실점하더라도 팀이 이기면 자책하지 않고 '다음에 잘 던지자' 하고 넘어간다"고 전했다.
NC는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진출까지 1승만을 남겨뒀다. 25일 창원에서 열리는 SSG와의 3차전서 승리하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다. 선수단 분위기는 무척 좋다. 류진욱은 "우리가 생각했던 야구가 이제 조금씩 나오는 것 같다. 팀이 더 견고하고 단단해지는 듯하다"며 "개인적으론 쉽게 질 것 같지 않다. 팬분들에게 멋진 야구를 보여드리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첫 가을야구인데, 팬분들의 응원과 함성이 너무 커서 신기하다. 계속 이렇게 승리하며 이 가을을 오래 느끼고 싶다"고 바람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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