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인천, 유준상 기자) 극적인 한 방이 경기의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놨다. 대타로 기회를 얻은 NC 다이노스 외야수 김성욱이 시리즈 첫 경기의 주인공이 됐다.
NC는 22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SSG 랜더스를 4-3으로 제압하고 시리즈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역대 KBO 준플레이오프 1차전 승리 팀의 플레이오프 진출 확률은 무려 87.5%(28/32)에 달한다. 그 정도로 첫 경기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곤 하는데, NC가 팬들의 성원과 함께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 반면 1차전을 놓친 SSG는 2차전에서 반격을 노린다.
이날 데일리 MVP를 차지한 선수는 김성욱이다. 8회초 결승 투런포를 때리면서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대타 홈런은 KBO 준플레이오프 통산 8번째이자 포스트시즌으로 범위를 넓히면 28번째다.
경기 중반까지만 해도 NC는 SSG 선발 로에니스 엘리아스에 꽁꽁 묶였다. 1회초부터 3회초까지 단 한 명의 주자도 출루하지 못했고, 4회초에는 1사 이후 박민우와 박건우의 연속 안타에도 제이슨 마틴의 우익수 뜬공과 권희동의 1루수 뜬공으로 득점을 올리지 못했다.
NC는 5회초와 6회초를 삼자범퇴로 마감했고, 7회초 역시 결과는 삼자범퇴였다. 그 사이 엘리아스는 효율적인 투구를 앞세워 이닝을 계속 끌고 갔다. 이대로라면 경기 후반에 1~2점으로 승부가 갈릴 것이 유력했다. 어느 팀이든 먼저 점수를 뽑아야 했다.
스코어보드에 처음으로 0이 아닌 숫자가 새겨진 건 8회초였다. NC는 1사 1루에서 오영수 대신 김성욱을 대타로 기용했다. 상대 선발이 좌투수인 점을 감안해 우타자의 한방에 기대를 건 것이었다. 그리고 이 선택은 적중했다. 김성욱은 엘리아스의 초구 체인지업을 통타, 왼쪽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 아치를 그리면서 원정 팬들을 열광케 했다.
김성욱의 홈런으로 분위기를 끌어올린 NC는 9회초 마틴과 서호철의 1타점 적시타로 승기를 굳혔고, 마무리투수 이용찬은 하재훈에게 투런포를 허용한 뒤 1점 차의 리드를 지키면서 경기를 매듭지었다.
경기 후 강인권 NC 감독은 김성욱의 대타 기용에 대해 "오영수 선수에게 기대를 많이 걸었는데, 엘리아스에 대응하는 모습이 썩 좋아보이질 않아서 거기서 점수 올리지 못하면 경기 어렵다고 판단, 대타를 기용하게 됐다"며 "연습할 때 김성욱의 타격 컨디션이 나쁘지 않은 걸 봤고, 좌투 대응에 대해 고민이 많았는데 오늘 김성욱 컨디션이 나쁘지 않아서 과감하게 대타를 내기로 결정했던 것 같다"고 당시 상황을 돌아봤다.
데일리 MVP를 수상하고 인터뷰실로 들어선 김성욱은 "대타로 나가게 됐는데, 딱히 주문하신 것도 없고 그냥 항상 뒤에서 대타 나갈 수 있게끔 준비하고 있으라고 해서 나가라는 사인이 나왔을 때 자신있게 했다. 요즘 멘탈적인 부분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고 있는데, 무조건 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임해서 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이어 그는 "처음 쳤을 때는 홈런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제발 넘어가라'는 생각으로 뛰고 있었는데 타구가 넘어갔다"며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면서 많은 축하를 받았다. 예전에 포스트시즌 때 쳤던 홈런들이 생각나서 좋았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성욱은 나름 포스트시즌과 인연이 있는 인물 중 한 명이다. 2016년(LG 트윈스전 4차전, 상대 투수 데이비드 허프)과 2017년(두산 베어스전 2차전, 상대투수 더스틴 니퍼트) 플레이오프에서 각각 홈런 1개를 기록하며 팀의 승리에 공헌했다. 김성욱은 오랜만에 뛰게 된 가을야구에서 다시 한 번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김성욱은 "비결은 잘 모르겠는데, (권)희동이 형이나 다른 형들이 '너는 한국랑 안 맞다, 너는 메이저리그로 가야한다'고 농담 식으로 얘긴 했다"며-"큰 경기에 대한 부담감은 없는 것 같고, 좀 설렌다는 느낌으로 이런 환경에서 언제 또 야구를 할까라는 생각으로 하면서 잘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2012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3라운드 32순위로 NC의 지명을 받은 김성욱은 팀에 몇 안 남은 '원년 멤버' 중 한 명으로, 그 사이 군 문제를 해결하기도 하고 후배들이 부쩍 늘어나기도 했다. 외야진이 탄탄해지면서 경쟁이 치열해진 부분도 무시할 수 없다.
선수 본인의 생각은 어떨까. 김성욱은 "시즌은 끝났다. 앞에 나가든 뒤에 나가든 오늘과 같은 활약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내게 주어진 임무인 것 같다"며 "후배들에게 장난 식으로 '아직 높은 곳 가려면 멀었으니까 좋아하지도 말고 평소대로 시즌처럼 하자'고 얘기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제 다음 상대는 리그를 대표하는 에이스 중 한 명인 김광현이다. 김성욱은 통산 맞대결에서 26타수 10안타 타율 0.385 3타점 OPS 0.907로 김광현에 강했다. 1차전에서 중요한 장면을 만들었던 만큼 2차전에서는 선발로 나설 가능성도 있다.
김성욱은 "(김광현에게 강했던 것에 대해) 비결이라기보다는 어렸을 때 처음 상대했을 때 TV로 보던 대투수이기 때문에 좀 재밌겠다고 느꼈는데, 치다 보니까 안타도 나오고 하면서 자신감이 좀 올라간 것 같다. 그게 계속 이어지는 것 같다"며 "(군 전역 이후) 다시 돌아왔을 때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해서 좋은 것 같고, 내가 행운의 상징인가 싶기도 하다(웃음). 앞으로 경기가 많이 남았기 때문에 팀에 많은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앞으로의 활약을 다짐했다.
사진=인천, 김한준 기자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