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메시지 "감독님은 프리한 분…너무 날카롭게 보지 않았으면" [현장인터뷰]

(엑스포츠뉴스 수원월드컵경기장, 권동환 기자)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주장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이 대표팀 사령탑 위르겐 클린스만을 향해 냉랭한 시선을 보내는 팬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클린스만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17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베트남과의 평가전에서 전반 5분 김민재(바이에른 뮌헨)의 헤더 선제골, 전반 26분 황희찬(울버햄프턴 원더러스)의 추가골, 후반 5분 상대의 자책골과 15분과 25분에 각각 터진 손흥민과 이강인(PSG)의 쐐기골 그리고 후반 41분 정우영(슈투트가르트)의 추가골 힘입어 6-0으로 승리했다.

관중 4만2175명이 모인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클린스만호는 이른 시간 코너킥 상황에서 나온 김민재의 헤더 선제골과 이재성(마인츠) 침투 패스를 받은 황희찬의 추가골로 전반전을 2-0으로 마쳤다.

기세를 탄 한국의 후반전 첫 골은 대표팀 선발 라인업에 복귀한 손흥민 발끝에서 나왔다. 손흥민은 최근 사타구니 쪽에 불편함을 느껴 지난 13일 튀니지전을 결장했고, 충분한 휴식을 취한 후 다시 선발 명단에 복귀했다.




손흥민은 후반 5분 박스 안으로 들어와 골문 앞에 있던 조규성(미트윌란)을 향해 날카로운 패스를 넣었다. 이때 조규성의 슈팅을 막기 위해 뒤에서 달려온 베트남 수비수 보 민 트룽 발에 먼저 맞고 들어가면서 베트남의 자책골로 이어졌다.

상대의 자책골을 유도한 손흥민도 이날 골맛을 보면서 한국의 압승을 이끌었다. 후반 15분 황희찬과 2 대 1 패스를 주고 받으며 박스 안으로 들어온 손흥민은 달려오던 베트남 수비수들보다 한 발 먼저 슈팅을 날렸고, 골대 먼 곳읗 노린 이 슈팅은 그대로 골대 구석으로 향하면서 A매치 통산 38호골로 이어졌다.

지난 3월 콜롬비아전 멀티골에 이어 207일 만에 터진 손흥민의 A매치 득점포였다. 골을 터트린 후 손흥민의 팬들을 향해 자신의 시그니처 세리머니인 '찰칵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이후 손흥민은 자신의 패스를 받은 이강인이 팀의 5번째 골을 올리면서 도움도 하나 기록했다. 이강인의 골이 터진 후 후반전 교체로 들어온 정우영이 집중력을 발휘해 스코어 6-0을 만들면서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이날 선발 복귀전에서 1골 1도움을 기록했을 뿐만 아니라 상대 자책골까지 유도하며 만 점짜리 활약을 펼친 손흥민은 경기 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진과 만나 "베트남이라는 팀을 상대로 밖에서 봤을 때 편안한 경기, 당연히 이겨야 하는 경기라고 생각했겠지만, 축구에서 당연히 이기는 건 없다고 생각한다"라며 경기 소감을 드러냈다.

이어 "선수들도 이런 것들을 잘 인지한 채로 경기장에 들어가 대승을 거뒀다고 생각한다"라며 "분명히 오늘 경기에서도 고쳐야 될 문제점, 숙제가 분명히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긍정적인 경기를 했다고 생각한다"라며 베트남전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베트남전 활약상에 대해선 "사실 오늘 내가 특별히 한 거 없고, 선수들 전체가 좋은 플레이를 많이 만들어냈다"라며 "이렇게 밀집 수비를 상대로 공격 찬스를 많이 만드는데 중요한데, 많은 찬스를 만들면서 많이 골이 들어갔다고 생각한다"라고 겸손함을 드러냈다.

자책골 상황에 대해 그는 "나한테 지분은 없다. 완벽한 패스를 준 것도 아니고 골이 들어갔다는 것에 만족한다"라면서 "(조)규성이가 보이지 않은 곳에서 많이 뛰어주고 압박했는데, 보상을 받지 못한 거 같다. 골을 넣었으면 참 좋았을 텐데 너무 안타깝다"라며 조규성의 득점으로 이어지지 못한 부분에 입을 다셨다.




손흥민은 최근 팬들 사이에서 화제인 대표팀의 포지션 변화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튀니지전 때 전반전이 0-0으로 끝나자 이강인과 이재성이 상의 끝에 위치를 바꿨고, 이는 대표팀이 4-0으로 승리하는데 결정적인 요소가 됐다.

다만 포지션 변화가 클린스만의 지시가 아니라 선수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한 부분이라는 게 밝혀지면서, 클린스만을 불신한 팬들은 그의 전술적인 역량에 대해 의구심을 드러냈다. 이미 지난 13일 튀니지전 때 서울월드컵경기장에 모인 팬들이 클린스만 얼굴이 전광판에 나오자 야유를 보내는 등 현재 클린스만을 향한 팬들의 여론은 좋지 못하다.

이에 대해 손흥민은 "(클린스만 감독님은)항상 캠프 때 더 많은 것들을 요구하시고, 새로운 것들을 시도하신다. 오늘 경기도 다른 포메이션으로 시도했다"라며 "(클린스만)감독님께서 선수들한테 요구하시는 것들이 잘 인지가 됐기에 이런 플레이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라고 반론했다.

이어 "이거는 내가 볼 때 너무 안 좋게 보시는 부분들이 있는 거 같다"라며 "모든 포지션에서 다 뛸 수 있는 선수들이라, 상황에 따라 (이)강인이와 (이)재성이 위치가 바뀔 수 있기에 어느 포지션에서 뛰는 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또 "특정 위치에 있을 때 어떤 플레이를 하느냐, 약속된 플레이를 잘 인지하고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본다"라며 "감독님도 프리한 분이고, 선수들도 경기장에서 분명히 자기가 잘하고 좋아하는 플레이를 하고 싶기 때문에 포지션 변화를 한다. 나도 경기가 안 풀리면 내려가서 플레이할 때도 있기에, 이런 부분을 너무 날카롭게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라고 팬들에게 부탁했다.

전반전이 끝나고 절뚝이는 모습이 포착돼 팬들의 우려를 산 부분에 대해선 "전반전에 살짝 허벅지 쪽을 부딪혔는데 크게 지장은 없다"라고 설명했다.

부상 우려에 대해서도 손흥민은 "매번 90분을 뛰는 게 무리가 아니었으면 좋겠다. 모든 선수들이 마찬가지겠지만 매번 부딪히고 이런 치열한 경기를 매번 하는데 부상이 노출 안 되면 축구를 하면 안 된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런 게 우리가 축구를 사랑하는 이유"라며 "오늘 풀타임을 치르면서 체력적인 부분에서 엄청나게 도움이 될 거 같고, 앞으로 소속팀으로 돌아가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는 게 중요할 거 같다"라고 전했다.


사진=수원월드컵경기장, 박지영 기자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