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떠나자마자 친정팀 비하 발언 논란에 시달렸던 해리 케인이 토트넘 우승 기원을 언급하며 스스로 진화하는 모양새다.
지난 시즌까지 손흥민 소속팀인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간판 공격수로 활약했다가 올 여름 독일 최고 명문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한 해리 케인이 토트넘 상승세를 칭찬하며 우승해달라는 덕담을 건넸다.
지난 7월 독일 진출 뒤 토트넘을 '위닝 멘털리티'가 부족한 팀으로 표현했다가 친정팀 팬들의 거센 비난을 받았던 그는 이후 토트넘에 대한 자신의 진정성을 드러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마침 잉글랜드 대표팀에 합류, 토트넘 훈련장에서 트레이닝을 소화하면서 케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황이다. 대표팀 훈련장을 방문한 리시 수낵 영국 총리와 대화하는 등 잉글랜드 대표팀 간판 선수임을 알린 케인은 토트넘 관련 질문에 변함 없는 지지를 표현하며 예의를 다했다.
지난 11일 영국 유력 언론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케인은 토트넘이 최근 프리미어리그 단독 선두로 올라선 것에 대한 질문을 받고는 "토트넘 잘되길 바란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며 입을 열었다.
토트넘은 지난 7일 루턴 타운을 1-0으로 이기면서 6승 2무를 기록했다. 아스널과 승점, 득실차가 같지만 다득점이 달라 2023/24시즌 프리미어리그 1위에 이름을 올렸다. 21세기 들어 리그컵 우승 한 번을 제외하곤 이렇다할 트로피가 없던 팀이 토트넘이란 점을 고려하면 색다른 모습이다.
지난 8월13일 브렌트퍼드와의 개막전 원정 경기에서 난타전 끝에 2-2로 비긴 토트넘은 2라운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홈 경기를 2-0, 3라운드 본머스와의 원정 경기를 2-0으로 연승하더니 9월 A매치 브레이크 직전 열린 번리와의 원정 경기에서는 손흥민의 해트트릭을 묶어 5-2로 대승했다.
그리고는 A매치 휴식기 뒤 강팀과의 대결에서도 승점을 챙겼다. 셰필드 유나이티드를 홈에서 2-1로 이긴 토트넘은 이어진 아스널과의 북런던 더비에서 손흥민 멀티골이 터져 2-2로 비겼다. 이어 리버풀을 홈에서 2-1로 눌러 시즌 초반 돌풍이 태풍임을 알렸다. 가장 최근에 열린 루턴 타운과의 원정 경기에서도 1명이 빠진 가운데 1-0으로 이겼다.
신문에 따르면 케인은 "난 토트넘 팬이고 토트넘이 잘 되는 모습 보고 싶다는 점을 내 경력 전반에 걸쳐 분명히 밝혔다"며 "토트넘은 꽤 잘하고 있다. 정말 보기 좋다. 예전에도 말한 것처럼 (포스테코글루)감독이 그들의 플레이 방식을 잘 보여주고 있다"며 지지했다.
그는 이어 "팬들은 팀 바로 뒤에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팬이 필요로 했던 것(리그 선두)이 분명하다"며 "난 항상 토트넘과 프리미어리그를 주시할 것이다. 물론 아직 갈 길이 멀지만 감독 말대로 팬들이 이 상황에 신나고 행복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계속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덕담을 건넸다.
케인은 특히 "프리미어리그에서 토트넘만큼 이기고 싶은 팀은 없다"는 말로 토트넘의 간절함을 대변했다.
그는 "토트넘이 잘할 때, 확실히 질문이 있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며 "물론 난 토트넘이 가능한 잘해주기를 바라지만 내 주된 관심은 내가 지금 있는 곳, 그리고 바이에른에서 뛰려고 노력하는 것"이라며 자신은 뮌헨에서, 또 토트넘은 프리미어리그에서 서로 잘 되기를 기원했다.
앞서 케인은 지난달 유럽축구선수권대회 예선 우크라이나전을 앞두고 설화에 휩싸였다.
케인이 "경쟁자로서, 동료들이 챔피언스리그에서 뛰고, 반면 난 이를 집에 앉아서 볼 때 한 편으로 마음이 아프다고 말하지 않는다면 거짓말일 것"이라며 "물론 난 그들이 잘하길 바란다. 카일 워커와 동료들이 내가 뛰지 않는 대회에서 우승했다. 하지만 내 한 편으로는 나도 그 경험을 하고 싶다. 뮌헨에선 내가 토트넘에서 느꼈던 것과는 다른 압박감이 있다. 물론 토트넘에서도 우승을 원했다. 하지만 몇 경기를 이기지 못했다고 해서 토트넘에선 그것이 재앙이 아니었다"라고 말한 것이 문제가 됐다.
이어 "뮌헨에선 매 경기 이겨야 한다. 우린 첫 2경기를 4-0, 3-1로 이겼지만, 여전히 플레이 방식에 만족하지 않는다. 그것이 세계 최고의 클럽 중 하나가 되는 방식 중 하나다. 하지만 우리는 좋은 출발을 했고 다양한 감정들을 즐기고 있다. 내가 이적하길 원했던 이유 중 하나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토트넘 팬들은 케인의 해당 발언이 알려지자 "케인 너는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나왔고, 우린 여러 번의 컵대회 준결승과 결승전 그리고 리그 우승을 다퉜던 시즌도 있었다"라며 "주변에 좋은 팀들이 있었지만 넌 우승할 기회가 여러 번 있었음에도 결승전에서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했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다른 팬들도 "케인은 리그컵 결승전에도 2번 출전했다. 그는 우리와 함께 트로피를 거머쥘 기회가 있었지만 중요한 순간에 나타나지 않았다", "케인이 해야 할 일은 그저 조용하고, 정중해야 하는 것뿐", "케인, 너는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8경기에서 페널티킥으로만 1골 넣었다. 심지어 히샤를리송(6경기 2골)이 너보다 더 많이 넣었다"라며 케인을 조롱했다.
그 만큼 토트넘 팬들은 "10년간 토트넘의 골을 책임졌던 공격수가 나가자마자 전 소속팀을 헐뜯었다"며 강한 배신감을 토로했다.
이후 케인은 지난달 아스널과의 북런던 더비를 앞두고 "토트넘은 지금까지 쭉 지켜봐온 팀이고 앞으로도 남은 인생에서도 쭉 지켜볼 것"이라며 "토트넘이 잘 하고 있는 것을 보니 기쁘다. 팬들도 좋아하고 행복해하는 것 같다."며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또 "다가오는 큰 경기(아스널과의 더비 경기)에서도 잘 할 수 있도록 응원하겠다"며 마무리했다. 하지만 "몇 경기 못 이겨도 재앙은 아니었다"는 발언의 강도가 너무 세서 팬들은 아스널전 승리 기원을 얘기해도 화를 풀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그런 현실에서 케인은 토트넘이 선두 올라선 것에 깊은 인상을 표시하고 우승하길 바란다는 마음을 표시했다.
마침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홈페이지도 토트넘의 우승 가능성을 거론한 터라 이번 10월 A매치 브레이크 뒤 어떤 행보가 펼쳐질까에 시선이 쏠린다.
프리미어리그는 "포스테코글루 감독 지휘 하에 토트넘은 8경기를 치른 뒤 대회 역대 최고의 출발을 보이면서 상위권에 올랐다"라며 "지금까지 8라운드에서 선두를 달렸던 31개 팀들 중 흥미롭게도 12팀이 프리미어리그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즉 우승 확률은 39%"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스널, 맨시티, 리버풀이 토트넘을 추격하고 있음에도 토트넘 팬들은 2024년 5월에 트로피를 들어올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다만 8라운드까지 선두를 달리고 있는 팀들 중 우승을 차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라며 "게다가 토트넘을 추격하고 있는 팀들은 모두 토트넘보다 높은 위치에서 우승에 도전했던 경험이 더 많다"라며 벌써부터 토트넘 우승을 논하는 건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강조했다.
토트넘이 거둔 6승 중 셰필드와 루턴, 번리 등 승격팀 3팀이 포함됐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앞으로 조금 더 강팀들과 많이 만날 것이란 얘기다. 그래도 토트넘이 아스널 원정을 비기고 리버풀을 홈에서 이긴 것은 최근 상승세를 대변하는 사건이다.
한편, 케인은 뮌헨에서의 출발이 순조롭다며 생애 첫 우승에 대한 기대감도 표현했다. 케인은 독일 분데스리가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등에서 9경기 9골 5도움을 기록 중이다.
물론 바이엘 레버쿠젠, 프라이부르크에 이어 3위에 머무르고 있지만 두 팀과의 승점 차가 크질 않아 뮌헨 입장에선 언제든지 추격에서 뒤집는게 가능하다.
케인은 "(뮌헨 입단 뒤)시작부터 정말 행복했다”며 "새 팀에 갈 때마다 약간의 압박감이 가중된다. 집을 구하는 일, 호텔에서 생활하는 일, 가족과 함께 가지 않는 일 등은 전부 익숙하지 않은 것들이지만 지금까지 해왔던 방식으로 시작할 수 있다는 사실이 정말 자랑스럽다"고 했다.
뮌헨은 챔피언스리그에선 조별리그 2연승을 달렸고 그 중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 4-3 승리가 포함돼 있다. 분데스리가에선 5승2무로 3위다. 케인은 뮌헨이 분데스리가 선두는 아니지만 어쨌든 이번 시즌 두 리그에서 무패 행진 달리고 있고, 자신이 그 질주에 보탬이 되고 있다는 점에 고무된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바이에른 뮌헨 SNS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