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5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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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시환 보고 너무 당황해서..." 최지훈의 홍콩전 반성, 긴장감이 본헤드 유발 [항저우 인터뷰]

기사입력 2023.10.02 15:43 / 기사수정 2023.10.02 15:43



(엑스포츠뉴스 중국 항저우, 김지수 기자) 4회 연속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도전하는 '류중일호'가 난적 대만과 일전에 앞서 예방주사를 제대로 맞았다. 심판진의 수준이 높지 않고 비디오 판독(VAR)도 없는 만큼 승부처에서 더 큰 집중력이 요구된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야구 국가대표팀은 1일 중국 항저우의 사오싱 야구 스포츠 문화센터(Shaoxing Baseball & Softball Sports Centre-Baseball)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조별리그 B조 1차전 홍콩과 경기에서 10-0 8회 콜드게임으로 이겼다.

한국은 이날 선발투수 원태인이 4이닝 1피안타 8탈삼진 무실점 쾌투를 펼쳤다. 뒤이어 마운드에 오른 정우영-최지민-장현석-박영현도 나란히 1이닝 무실점으로 좋은 구위를 뽐냈다. 

하지만 공격력은 썩 만족스럽지 못했다. 1회말 문보경의 1타점 적시타로 선취점을 얻었지만 2회말 무득점에 그쳤다. 100km 초반대 공을 뿌리는 홍콩 좌완 리 치호에게 타자들이 타이밍을 맞추지 못했다.



3회말 공격에서는 홍콩의 호수비와 우리 주자들의 순간 집중력 부족이 발목을 잡았다. 선두타자 최지훈의 안타와 노시환의 볼넷 출루로 잡은 무사 1·2루 찬스에서 강백호가 우측 펜스 근처로 장타성 타구를 날려 보냈지만 홍콩 우익수가 예상치 못한 '슈퍼 캐치'를 선보였다.

1루 주자 노시환, 2루 주자 최지훈 모두 홍콩 우익수가 강백호의 타구를 처리할 수 없을 것이라고 확신한 듯 홈까지 내달리기 위해 타구가 맞는 순간 거침없이 베이스러닝을 이어갔다.

하지만 뜻밖의 홍콩의 호수비로 강백호는 그대로 아웃 처리됐다. 이때 2루 주자 최지훈이 미처 2루로 다시 돌아가지 못했다. 홍콩 야수들은 재빠른 중계 플레이로 최지훈의 발이 2루 베이스를 찍기 전에 먼저 포스 아웃 처리했다.

1루 주자 노시환은 강백호의 타구를 최소 2루타로 확신하고 2루를 거쳐 3루로 이미 뛰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최지훈은 강백호의 타구가 홍콩 우익수에게 잡힌 것을 인지하고 발걸음을 멈췄다.



이때 노시환이 최지훈을 앞지르면서 자동 아웃 처리됐어야 했다. 야구 규정에는 후위 주자가 아웃되지 않은 선행 주자를 앞지를 경우 그 즉시 아웃된다고 명시돼 있다. 즉 한국의 3회말 공격은 트리플 플레이(삼중살)로 종료되는 게 맞았다.

그러나 심판진도 10여 초 동안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듯 보였다. 일단 최지훈의 2루 귀루가 더 빨랐다는 한국 코칭스태프의 항의에 원심 아웃 판정을 뒤집고 세이프로 정정했다.

홍콩 벤치도 즉시 강력히 항의했다. 야수들의 중계 플레이로 최지훈이 귀루 전 아웃 판정을 받았는데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1루심은 최지훈을 느닷없이 2루에서 1루로 이동할 것을 지시해 경기장에 있던 모두를 의아하게 만들었다.

홍콩 벤치가 이 부분을 다시 항의하자 심판진은 최지훈을 원심 대로 아웃 처리하고 더그아웃으로 복귀했던 노시환이 1루 주자로 다시 나올 것을 지시했다. 노시환은 선행 주자 최지훈 추월로 이미 자신은 아웃됐다고 판단하고 있었지만 심판진의 미숙한 진행에 다시 그라운드로 나왔다. 홍콩 선수와 코칭스태프, 심판진까지 노시환이 최지훈을 지나친 사실을 정확히 못 본 것으로 추정된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종목은 이미 국제대회에서 보편화 된 비디오 판독(VAR)이 없다. 야구에서 비디오 판독은 메이저리그, KBO리그뿐 아니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021년 도쿄올림픽에서 시행된 바 있다. 하지만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현장 심판들의 판단에 모든 걸 맡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국은 결국 3회말 무득점 후 4회말 김혜성의 2타점 2루타로 추가점을 얻었다. 이후 5회부터 7회까지 무득점으로 묶이며 답답한 흐름이 이어졌지만 방망이가 8회말 뒤늦게 터졌다. 7점을 뽑아내면서 8회 콜드게임으로 9회초 수비 없이 홍콩전을 마칠 수 있었다.

최지훈은 경기 종료 후 믹스트존에서 "홍콩 투수들의 공이 느린 편이라 다들 타이밍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며 "3회말 나왔던 (주루) 플레이(미스)로 타격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또 "강백호의 타구가 잡혔을 때 내가 빨리 2루로 돌아갔어야 했는데 노시환이 나를 지나친 게 보여서 순간적으로 당황해 빠르게 움직이지 못했다"고 반성했다. 

최지훈은 다만 상대 전력을 떠나 아시안게임 첫 경기에 대한 긴장감으로 선수들 전체가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한 측면도 있다고 돌아봤다. 지난해 소속팀 SSG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기여하면서 큰 경기 경험을 가지고 있지만 국제무대는 또 얘기가 달랐다. 평소 나오지 않았던 본 헤드성 플레이가 홍콩전에서 나왔다.



KBO는 이번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 24명 중 2명(투수 박세웅, 외야수 최원준)을 제외하고 만 25세 이하 혹은 프로 5년차 미만 선수들로만 최종 엔트리를 구성하는 자체적인 제한을 뒀다. 젊은 선수들에게 국제대회 경험을 제공하고 원활한 세대교체를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최지훈은 "아무래도 첫 경기고 젊은 선수들이 많다보니 부담감이 있었던 것 같다. 나도 평소에 하지 않던 플레이가 나왔다"며 "그래도 게임 막판 타격이 살아나서 좋은 분위기로 대만전을 준비할 수 있게 됐다. 선수들 모두 대만전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연합뉴스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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