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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金→항저우 노메달' 신재환…"아쉽지만 주눅 들지 않겠다" [항저우 현장]

기사입력 2023.09.29 17:37 / 기사수정 2023.09.29 17:37



(엑스포츠뉴스 중국 항저우, 김지수 기자) 한국 남자 체조의 간판 신재환(25)이 생애 첫 아시안게임에 출전, 자신의 주종목 도마에서 금메달에 도전했으나 4위에 그쳤다. 내년 파리 올림픽을 위한 자양분으로 삼겠다는 각오다.

신재환은 28일 중국 항저우 황룽 스포츠센터 체육관에서 열린 대회 기계체조 남자 도마 결승에서 1~2차기 평균 14.149점을 기록, 최종 4위로 입상권 진입이 불발됐다.

한국 체조는 전날 남자 마루운동 김한솔에 이어 신재환에 항저우 아시안게임 두 번째 금메달을 기대했다. 하지만 신재환이 1차 시기에서 큰 실수가 나오면서 높은 점수를 획득하지 못했고 최종 순위도 자연스레 낮아질 수밖에 없었다. 도마 종목은 선수마다 1~2차 시기를 벌인 뒤 평균 점수로 순위를 가린다. 

신재환은 이날 기계체조 남자 도마 결승 출전 선수 중 4번째로 연기를 펼쳤다. 1차 시기에서 난도 6.0의 요네쿠라(손 짚고 옆돌아 몸펴 뒤공중 돌며 세바퀴반 비틀기) 기술을 선택했다. 도쿄 올림픽 때도 1차 시기에서 14.733점을 얻었던 기술로, 신재환이 자신 있게 구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신재환은 두 발로 착지한 뒤 중심이 무너져 엉덩방아를 찧더니 이후 라인밖으로 넘어졌다. 이때문에 도쿄 올림픽보다 거의 1점이나 뒤진 13.766점에 그치고 말았다. 벌점을 0.3점이나 받았다.

오히려 2차 시기에서 시도한 난도 5.2 유리첸코(바닥을 짚고 구름판을 굴러 도약한 후 뒤로 2바퀴 반 비틀기) 기술을 완벽하게 성공하면서 점수를 어느 정도 만회할 수 있었다.

국제체조연맹은 2021년 도쿄 올림픽이 끝난 뒤 요네쿠라와 여(홍철) 등의 기술을 하나로 묶어 1~2차 시기 중 한 번만 실시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꿨다. 유재환은 이에 맞춰 유리첸코를 국제 대회에서 처음 들고 나왔고 1차 시기 실수에 따른 멘털 문제를 이겨냈다. 그러나 난도 자체가 낮아 메달권에 진입하기엔 다소 부족했다. 2차 시기에선 14.533점을 받아 1~2차 시기 평균 14.149점이 됐다.



신재환에 이어 등장한 예선 1위 다기나와 와타루(일본)가 북한의 체조 영웅 리세광이 처음 시도했던 '리세광' 기술을 1차 시기에 해내는 등 안정된 연기로 1~2차 평균 15.016점으로 금메달을 따냈다. 

다기나와는 금메달 확정 후 코칭스태프와 함께 일장기를 높게 펼쳐들고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이란의 마흐디 올파티가 14.783점으로 2위, 말레이시아의 마흐디 무함마드 샤룰이 14.466점으로 동메달을 땄다. 

신재환은 경기를 마친 뒤 믹스트존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열심히 준비했는데 1차 시기에서 후회가 많이 남는다"며 아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신재환은 2년 전 도쿄 올림픽 도마에서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금메달을 획득하며 2012년 같은 종목 양학선에 이어 한국 체조 사상 두 번째 올림픽 금메달 쾌거를 이뤄낸 간판 선수다.



신재환은 도쿄 올림픽 당시 양학선이 예선 탈락한 상황에서 홀로 결승에 진출했다. 1~2차 시기 평균 14.783점을 얻어 데니스 아블랴진(러시아올림픽위원회)과 동점을 기록했으나 각 시기별 점수에서 더 높은 점수를 갖고 있는 선수의 순위가 앞선다는 타이브레이크 규정에 따라 금메달 주인공이 됐다. 한국이 도쿄 올림픽에서 금메달이 6개(양궁 4개·펜싱 1개·체조 1개)에 그치는 부진을 겪으면서 심재환의 깜짝 금메달 가치가 더욱 빛났다.

하지만 신재환은 도쿄 올림픽 금메달 이후 사생활 문제를 일으키면서 한 동안 방황했다. 2021년 12월 음주 상태에서 택시 기사를 폭행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큰 비판을 받았다. 피해자와 합의 뒤 약식 기소되면서 벌금을 물었지만 이듬해 4월 국가대표 선발전에 출전해 논란이 됐다.

신재환은 음주 폭행 논란으로 지난해 9월 열릴 예정이었던 항저우 아시안게임 출전도 무산됐지만 대회가 코로나19로 1년 연기되면서 기회를 얻었다. 신재환도 뼈를 깎는 반성의 의지를 보이면서 아시안게임 기회를 잡게 됐다.



그러나 지난해까지 국제대회 출전 경험이 없었던 부분이 결과적으로 발목을 잡았다. 올림픽에 이어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노렸지만 빈손으로 대회를 마쳤다.

신재환은 "내가 워낙 긴장을 많이하는 편이라 (김) 한솔이 형이 장난도 쳐주고 많이 도와줬다"며 "(아시안게임 메달을 따지는 못했지만) 여기서 주눅들지 않고 앞으로 더 성장할 수 있는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또 2차 시기에서 난도 5.6점짜리 '여 2'가 아닌 5.2점짜리 기술을 선택한 부분에 대해서는 "국제체조연맹 규정이 바뀌면서 기존 기술 대신 유리젠코라는 기술을 새롭게 습득해야 했다"며 "5.6점짜리를 훈련하다가 그게 난이도가 많이 높기도 하고 내가 터득하는데 시간이 많이 필요해서 부득이하게 5.2점짜리 기술로 경기를 했다"고 설명했다.

한국 체조는 아시안게임 기간 중 벨기에 앤트워프에서 열리는 기계체조 세계선수권에 대표팀 1진이 출전했다. 이 대회에는 파리 올림픽 단체전 출전권이 걸려 있다. 아시안게임은 불가피하게 2진이 출전하기로 했고 신재환도 모습을 내밀었다.



사진=연합뉴스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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