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고척, 최원영 기자) 룸메이트 전쟁이 시작된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은 28일 대회가 열리는 항저우로 출국한다. 지난 23일부터 고척스카이돔에서 훈련 및 연습경기를 치렀고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선수들은 항저우에서 2인 1실을 쓸 예정이다. 27일 오후까지 훈련에 매진하느라 룸메이트는 미리 정하지 못했다.
투수 원태인(삼성)은 점찍어둔 선수가 있다. 1년 후배인 내야수 김지찬(삼성)이다. 원태인은 지난 26일 "대표팀에서 내가 딱 중간급인 듯하다. 동생들이 많아졌다"며 "방 배정은 아직이지만 (김)지찬이와 쓰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의견을 물어보진 않았다. 싫어할 수도 있지만, 난 나쁜 선배가 아니라 아마 지찬이도 좋아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27일 김지찬에게 대신 의사를 물었다. 물론 바로 옆에 원태인이 있었다. 김지찬은 "오늘(27일) 아침에도 형이 먼저 일어나서 나를 깨우러 왔다. 사우나에 같이 갈 사람이 없어서 그런 듯하다"고 입을 열었다.
원태인은 "지찬이가 안 일어난다. 그래서 깨우러 간 것이다. (후배가 선배를 깨워야 하는데) 반대로 됐다"며 "그때가 오후 1시였고, 2시에 야구장 출발이었는데 여전히 자고 있더라. 잘못된 것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룸메이트로 가는 과정이 험난해 보였다. 그러나 김지찬은 "형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김지찬에게 원태인은 어떤 선배일까. 원태인이 먼저 "내 입으로 돈독하다고 말할 순 없지만, 자신 있다"고 외쳤다. 김지찬은 "형이 항상 잘 챙겨준다. 맛있는 것도 많이 사주고, 사달라는 것도 다 사준다"며 "미담도 아주 많다"고 전했다.
이야기를 들은 원태인은 "우리 우정은 돈으로 다져졌다. 비즈니스 관계"라고 농담한 뒤 "지찬이는 착하다. 이런 후배 없다"고 수습했다.
김지찬은 원하는 룸메이트가 있을까. 그는 "누구든 괜찮다. 아무 상관 없다"고 밝혔다.
원태인은 "원하는 사람이 있다면 흔쾌히 보내줄 수 있다. (대표팀에서 룸메이트로 지내며) 많은 걸 배울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라며 "지찬이가 다른 사람과 방을 쓴다면 투수 (박)영현(KT)이를 데리고 오겠다. (김)성윤(삼성)이 형에게도 의견을 물어보려 한다"고 웃었다.
대부분 선수들이 룸메이트를 생각해보지 않은 상태였다. 내야수 노시환(한화)은 "같은 팀 후배인 (문)동주와 쓰고 싶은데 투수와 야수는 스케줄이 다를 수 있어 괜찮을지 모르겠다. 선수들과 다 친하지만 아직 같이 쓰자고 한 사람은 없었다"고 전했다. 동갑내기 친구 문보경(LG)을 추천하자 "같이 지내도 좋을 것 같다. 그런데 아직 말이 없더라"며 웃음을 터트렸다.
외야수 최지훈(SSG)은 "솔직히 혼자 쓰고 싶다. 아무래도 방에선 혼자 생활하는 게 더 편한 것 같다"며 "룸메이트는 조용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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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