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조은혜 기자) 윤지수(서울특별시청·세계랭킹 16위)가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펜싱 여자 사브르 개인전에서 값진 금메달을 수확했다.
윤지수는 26일 중국 항저우의 전자대학 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사브르 개인전 결승에서 사오야치(중국·12위)를 15-10으로 꺾고 우승을 차지, 아시안게임 개인전 첫 입상을 금메달로 장식했다.
한국은 여자 사브르 개인전이 열린 6개 아시안게임 대회에서 빠짐없이 메달을 수집했고 이 중 4차례 우승자를 냈다. 2002년 부산 이신미, 2010년 광저우 김혜림, 2014년 인천 대회 이라진이 정상에 올랐고, 9년 만에 윤지수가 금맥을 이었다.
2012 런던 올림픽에서 한국 여자 펜싱 최초의 올림픽 개인전 금메달리스트가 된 김지연도 아시안게임 개인전에선 우승한 적이 없다. 올해 4월 태극마크를 내려놓은 김지연은 인천 대회에서 은메달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는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윤지수는 이날 토너먼트 첫 경기인 16강전에서 파올라 플리에고(우즈베키스탄)를 만났다. 윤지수는 초반 3-7까지 밀리며 위기를 맞이했지만 특유의 몰아치기로 전세를 뒤집었다. 12-14 벼랑 끝에서도 연속 득점으로 대역전극을 펼쳐 첫 고비를 넘었다.
이어진 8강전은 오히려 수월하게 풀어나갔다. 싱가포르의 줄리엣 흥을 15-6으로 제압하고 준결승에 진출, 동메달을 확보했다. 그리고 준결승에서 만난 자이나 다이베코바(우즈베키스탄)가 쉽지 않은 상대였다.
윤지수는 2020 도쿄 올림픽 개인전 16강과 올해 6월 아시아선수권대회 결승전에서 다이베코바를 만나 모두 패한 바 있다. 하지만 이날은 팽팽한 시소게임 끝에 15-14, 한 점 차 신승으로 다이베코바를 누르고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다이베코바 징크스를 깨뜨리며 결승까지 내달린 윤지수는 홈 팬의 응원을 등에 업은 사오야치와의 결승전에서 1라운드를 8-2로 압도하며 주도권을 잡았다. 2라운드에서 샤오야치가 9-11까지 따라붙었으나 윤지수가 다시 2점을 더 달아났고, 그대로 리드를 지키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윤지수는 롯데 자이언츠의 에이스로 활약했던 '레전드' 윤학길 KBO 재능기부위원의 딸로도 잘 알려져 있다. 아버지인 윤 위원은 선수 시절 롯데에서만 12시즌을 뛰며 308경기 1863/2이닝을 소화, 117승(94패) 10세이브, 평균자책점 3.33을 기록, 전인미답의 '100완투' 기록을 세우는 등 롯데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운동선수의 길이 힘들다는 걸 가장 잘 아는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펜싱선수의 길에 들어서 태극마크까지 단 윤지수는 2014 인천 대회와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여자 사브르 단체전에서 한국의 우승에 힘을 보탰다. 2020 도쿄 올림픽에선 단체전 동메달로 한국 여자 사브르의 사상 첫 올림픽 단체전 입상도 선배들과 함께 일궜다.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도쿄 올림픽을 앞뒀을 때를 비롯해 고질적인 무릎 부상에 시달렸던 그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도 국내 대회를 뛰다 무릎을 다쳐 애를 먹었는데, 마취 주사와 테이핑으로 버틴 끝에 한국 여자 사브르에 자신의 시대를 열었다.
한편 한국 펜싱은 이날 마무리된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인전을 금메달 3개와 은메달 2개, 동메달 하나로 마쳤다.
남자 사브르 개인전에서 오상욱(대전광역시청)과 구본길(국민체육진흥공단), 여자 에페 개인전에선 최인정(계룡시청)과 송세라(부산광역시청)가 결승전에서 만나 금메달과 은메달을 나눠 가졌다. 윤지수가 이어 금메달을 추가했고, 여자 플뢰레 개인전에서 홍세나(안산시청)가 동메달을 보탰다.
반면 개최국 중국을 비롯해 일본과 홍콩이 각각 금메달 하나씩 나눠 가져 아시아 무대에서 최강자 입지를 구축한 한국에 크게 못 미쳤다. 오히려 동메달을 하나씩 손에 넣은 이란, 쿠웨이트 등 중동 선수들의 선전이 눈에 띈다.
27일부터는 남녀 에페, 플뢰레, 사브르의 단체전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은 남녀 사브르와 남자 플뢰레에서 타이틀 방어에 도전한다.
사진=연합뉴스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