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SSG 랜더스는 지난 시즌 리그에서 가장 강력한 팀이었다. 개막전부터 최종전까지 1위를 지킨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달성, 잊을 수 없는 시즌을 만들었다. 한국시리즈에서도 정상에 오르면서 SK 와이번스 시절이었던 2010년 이후 12년 만에 통합 우승을 맛봤다. 선수단 전체가 크고 작은 위기에도 굴하지 않고 목표를 이뤘다.
올 시즌을 앞두고 이렇다 할 전력 누수가 없었기에 SSG의 2연패 도전에 대한 기대감이 컸던 게 사실이다. 리그 내에서 FA(자유계약) 계약으로 몇몇 선수가 팀을 옮기긴 했지만, SSG의 대항마라고 할 만한 팀이 그리 많지 않았다. 그나마 지난해 SSG와 함께 정규시즌 1위 경쟁을 펼친 LG 트윈스가 경계대상 1순위였다.
물론 SSG의 2023시즌 전망이 밝지만은 않았다. 직전 시즌 전력과 비교했을 때 크게 플러스가 될 만한 요인이 없었던 점에 대해 부정적인 예상이 존재했고, 심지어 몇몇 전문가는 SSG가 우승은 물론이고 5강 경쟁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SSG는 전반기까지만 해도 나름 잘 버텼다. 선발진이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서도 외국인 투수 커크 맥카티가 호투를 펼쳤고, 서진용과 노경은 등 팀 내 핵심 불펜투수들이 연일 기대 이상의 투구를 선보였다. 여기에 타선에서는 '복덩이' 기예르모 에레디아를 비롯해 주축 타자들이 제 몫을 다해주고 있었다.
그러던 중 후반기 들어 묘한 분위기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7월 말 비교적 하위권에 있는 삼성 라이온즈-한화 이글스를 차례로 만난 SSG는 3승 3패를 기록하는 데 만족했고, 8월 첫 3연전이었던 1~3일 수원 KT 위즈전을 모두 패배했다. 2주 뒤인 지난달 15~19일에는 5연패 수렁에 빠지면서 사실상 선두 경쟁에서 이탈했고, LG의 독주 체제가 굳어졌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9월 들어 지는 경기가 크게 증가한 SSG는 단 한 차례의 위닝시리즈도 거두지 못했고, 18일 현재 월간 성적 14경기 2승1무11패(0.154)로 리그 전체에서 가장 승률을 나타내는 중이다. 한때 1위까지 넘봤던 SSG의 순위는 3위, 4위, 5위까지 내려오더니 17일 LG와의 더블헤더 2경기 패배 이후 6위까지 추락했다. 포스트시즌 진출 여부마저 불투명해졌다.
추락의 원인을 딱 한 가지만 꼽기 어려울 정도로 투·타 모두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9월 팀 타율과 평균자책점은 각각 0.260(6위), 6.91(최하위)로 홈런군단으로서의 위력도, 마운드의 탄탄함도 찾아볼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결국 팀에서 중간 역할을 해줄 선수가 많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최고참' 추신수와 김강민을 중심으로 똘똘 뭉친 SSG는 젊은 선수들까지 힘을 내면서 의미 있는 성과를 만들었지만, 이것이 수년간 지속되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마운드만 보더라도 그렇다. 선발진에서는 팀의 현재와 미래를 책임질 선발투수가 확실치 않다. 믿었던 오원석마저 부진이 길어지고 있다. 불펜도 사정이 비슷하다. 고효준과 서진용 정도를 제외하면 믿고 맡길 만한 투수가 많지 않다. 시즌 초반 두각을 나타냈던 '신인' 송영진과 이로운은 좀 더 시간이 필요한 선수들이다.
전반기 내내 SSG와 자리다툼을 하던 염경엽 LG 감독도 최근 인터뷰를 통해서 "주전은 젊어야 한다. 백업은 비교적 나이 많은 선수가 맡아야 한다. 나이 많은 선수들이 핵심이 되면 세대교체가 안 되는 것이다"라며 "그렇다고 해서 베테랑 선수들이 경기를 안 나가는 게 아니라 8~9회에 경기를 소화하면서 젊은 선수들의 체력 안배를 해주고 경험을 쌓게 해줘야 하는 게 신구조화라는 것 아닌가. 그렇게 돼야 팀이 계속 우승을 하고, 그런 팀을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선수단 구성에 대한 생각을 전한 바 있다.
올 시즌이 끝나면 한 번에 해결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게 더 큰 문제다. 하루아침에 젊은 선수들이 주전급으로 도약하는 건 불가능하다. 기다림의 시간도 필요하고, 전체적인 팀 정비도 이뤄져야 한다. SSG가 지금의 위기를 딛고 일어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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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