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토트넘 홋스퍼가 얼음찜질 하는 모습이 포착돼 부상 우려를 낳았던 '캡틴' 손흥민이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 89분을 뛰는 모습을 본 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영국 풋볼런던은 13일(한국시간) "토트넘 스타 손흥민이 부상으로 인해 사우디와의 경기에 결장할 거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무사히 선발 출전했다"면서 손흥민이 건강하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손흥민은 이날 영국 뉴캐슬에 위치한 세인트 제임스 파크에서 열린 사우디와의 국가대표 A매치 친선 경기에서 조규성과 최전방 투톱으로 선발 출전해 후반 44분 오현규와 교체되기 전까지 89분을 소화했다.
비록 득점은 없었지만 조규성의 결승골 장면에서 센스 있게 공을 흘리며 득점 과정에 관여하는 등 전반적으로 활발한 경기를 펼쳤다. 축구 통계 전문업체 풋몹에 따르면 손흥민은 기회 창출 7회를 기록해 양 팀 합쳐 가장 많은 기회를 만들어낸 선수로 나타났다. 결정적 기회로 2번이나 만들어내면서 역시 최다를 기록했다. 패스 성공률 81%, 긴패스 성공률 100%, 크로스 성공률 80%로 득점보다 주변 동료들을 돕는 데 치중한 플레이를 펼치고도 평점은 8.0으로 가장 높았다.
앞서 손흥민은 사우디전 출전 여부가 불투명했다. 사우디전을 앞두고 공개된 훈련 사진에서 무릎에 얼음붕대를 감고 있는 모습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풋볼런던은 "손흥민이 무릎 부상으로 사우디전에 결정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무릎에 얼음주머니를 묶고 있는 사진이 공개되자 토트넘 팬들 사이에서는 손흥민이 심각한 부상을 입은 것 아니냐는 걱정이 촉발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부상은 훈련 도중 발견된 것으로 추정된다. 한 가지 다행인 건 손흥민이 목발을 짚거나 보조기를 착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무릎에 지지대나 안정 장치가 필요하지 않다는 뜻이다. 약간의 붓기나 불편함을 참기 위한 예방조치일 뿐일 수 있다. 훈련에 복귀해 무사히 세션을 마치긴 했다"면서 "손흥민은 한국과 토트넘 두 팀 모두에게 필수적인 존재다. 그는 큰 힘이 된다"며 큰 부상은 아닌 것으로 보이지만 만에 하나 손흥민의 부상이 심각할 경우 토트넘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행히 손흥민은 사우디전에 선발 출전해 캡틴의 역할을 다했다. 지난 웨일스전에서는 다소 낮은 위치에서 뛰었던 탓에 경기 영향력이 줄어들었으나 사우디전에서는 조금 더 높은 위치에서 뛰었고, 주변 동료들을 활용한 플레이를 선보이며 경기 내내 돋보였다.
손흥민은 전반 12분 박스 정면에서 이재성의 패스를 받아 왼발 슛으로 마무리해 첫 유효 슈팅을 만들어냈다. 10분 뒤에는 다시 이재성과 호흡을 맞춰봤다. 절묘하게 침투하는 손흥민을 향해 이재성이 정확한 패스를 넣어줬고, 손흥민이 이를 받아 돌파 후 크로스를 올렸으나 골대 위로 넘어갔다.
전반 25분에는 박스 정면에서 슈팅 각도가 나오자 지체없이 왼발 중거리 슛을 때려 사우디 골문을 위협했다. 이후 조규성의 득점 장면에서는 센스 있는 플레이가 돋보였다. 이재성의 패스를 중앙에 페널티 아크 지역에 있던 손흥민이 흘려준 후 침투했고, 황인범이 곧바로 툭 찍어 차 찔러줬다. 이를 사우디 수비가 걷어낸다는 게 조규성에게 연결됐고, 조규성은 힘들이지 않고 머리로 살짝 방향만 바꿔 골망을 흔들었다.
조규성 골 이후 불과 2분 뒤 손흥민은 심판 판정에 땅을 치고 말았다. 조규성이 상대 패스를 끊어내 침투하던 손흥민을 향해 패스를 넣어줬다. 이를 받은 손흥민은 박스 안까지 돌파하며 일대일 기회를 잡는 듯 했다. 하지만 상대 수비의 뒤늦은 태클이 들어왔고, 태클은 공을 건드리지 못하고 손흥민 발만 쳤다.
상대 선수 발에 걸려 넘어진 명백한 페널티킥 상황이었지만 주심은 그대로 경기를 진행했다. 손흥민은 왜 페널티킥을 주지 않느냐는 표정으로 수차례 땅을 내려치며 격한 아쉬움을 표출했다. 친선 경기라 VAR이 없었던 것이 천추의 한이었다.
9월 마지막 A매치를 승리로 마친 손흥민은 토트넘으로 돌아가 오는 16일 예정된 셰필드 유나이티드와의 프리미어리그 5라운드 홈 경기를 준비한다.
지난 4라운드 번리 원정에서 브라질 공격수 히샤를리송을 대신해 원톱 스트라이커로 출전했던 손흥민은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킬러 본능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
프리미어리그 사무국은 물론 각종 통계 매체들이 선정한 라운드 베스트 11에 선정되며 활약상을 인정 받았고, 같은 라운드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한 엘링 홀란(맨체스터 시티), 에반 퍼거슨(브라이턴)을 제치고 주간 파워랭킹 1위에 등극하기도 했다.
풋볼런던은 "토트넘 새 주장 손흥민은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 팀에서 좋은 출발을 보였다. 신입생 제임스 매디슨과 끈끈한 관계를 형성했으며 리그 4경기 무패 행진을 거두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며 "공격 파트너였던 해리 케인이 떠난 후에도 최고의 모습으로 토트넘 곁에 돌아왔다"고 시즌 초반 손흥민의 활약이 토트넘 상승세에 큰 힘이 됐다고 호평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 또한 "손흥민의 존재가 케인 대체자를 데려오지 않은 정확한 이유는 아니지만 그 중 하나이긴 하다"면서 "이 팀에는 정말 훌륭한 선수들이 있다. 모든 선수들은 이 팀이 필요로 하는 방식으로 뛸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특히 손흥민은 중앙이든 측면이든 어느 곳에서든 뛸 수 있다. 우리의 플레이 방식에서 손흥민은 가장 이상적인 선수"라고 손흥민이 팀 핵심 선수라는 점을 강력히 주장했다.
사진=AP, PA Wire/연합뉴스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