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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승 실패 클린스만 '첩첩산중'…월클명장 만치니+아르헨 이긴 사우디 만난다

기사입력 2023.09.08 16:53 / 기사수정 2023.09.08 16:53



(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부임 후 5경기 연속 무승이라는 신기록을 세운 위르겐 클린스만이 지난 카타르 월드컵에서 챔피언을 꺾고, 월드클래스 명장까지 보유하게 된 사우디아라비아를 만난다.

클린스만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오는 13일(한국시간) 오전 1시 30분 영국 뉴캐슬에 위치한 세인트 제임스 파크에서 사우디와 국가대표 A매치 친선 경기를 갖는다.

5년 6개웖 만에 유럽 원정 A매치를 치르는 대표팀은 첫번째 경기였던 웨일스전에서 졸전 끝에 0-0 무승부를 거뒀다. 클린스만 부임 뒤 5경기 연속 무승이다. 역대 외국인 감독 부임 후 최다 경기 연속 무승 '신기록'을 세웠다.

지난 3월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한 클린스만은 한국보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높았던 남미 강호 콜롬비아, 우루과이와 2연전에서 1무1패를 기록했다. 당시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 치러진 A매치였기에 선수들을 파악할 시간이 부족했다는 점을 고려해 큰 비판이 나오진 않았다.



하지만 6월 A매치부터 여론이 급속도로 악화됐다. 남미 복병 페루에 0-1로 패한 대표팀은 FIFA 랭킹 75위로 한국보다 한참 아래인 엘살바도르와 무득점 무승부를 기록했다. 특히 엘살바도르가 대표팀과의 경기 직전 일본에 6골을 내주고 패한 팀이었기에 그 충격이 더욱 컸다. 4경기를 치르는 동안 2무2패를 거뒀고, 지난 4년간 파울루 벤투 전 감독이 다져놓은 빌드업 축구가 자취를 감추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다.

아직 4경기 밖에 치르지 않았기에 조금 시간이 필요한 것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하지만 대표팀을 지도한 역대 외국인 감독 중 부임 후 4경기에서 승리가 없는 건 클린스만이 최초였다.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던 움베르토 코엘류나 요하네스 본프레레, 울리 슈틸리케조차 3경기 안에는 승리를 거뒀다는 이야기다. 그만큼 클린스만호의 초반 흐름은 좋지 않았다.

여기에 부임 당시 조건으로 내걸었던 '한국 상주'를 제대로 지키지 않고 해외 출장 및 재택근무를 일삼으면서 팬들의 분노가 극에 달했다. K리그를 관찰하는 건 차두리 어드바이저와 마이클 김 코치에게 일임하고 클린스만은 유럽, 미국에서 대표팀 업무를 수행했다.




이 기간 동안 미국에서 근무하며 글로벌 스포츠매체 ESPN, 스페인 유력지 AS의 축구 프로그램 패널로 등장하면서 토트넘 홋스퍼를 비롯한 프리미어리그 팀들에 대한 분석과 평가를 하고 해리 케인과 리오넬 메시의 동향을 평가했다. 일부 경기 승무패까지 내다보는 등 월드컵 16강에 오른 한국 대표팀 감독이라고 보기 힘든 행보를 보여 빈축을 샀다.

영국 공영방송 BBC도 "클린스만이 한국 대표팀에 부임한 지난 6개월 동안 한국에 머문 기간은 67일 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추산된다"면서 클린스만의 재택근무 논란을 지적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치러진 웨일스전에서는 수준 이하의 졸전이 펼쳐졌다. 손흥민, 김민재, 이재성 등 주축 멤버들을 비롯해 소속팀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준 조규성과 홍현석 등을 내보내며 전력을 다해 웨일스에 맞섰지만 90분 내내 슈팅 4개, 그마저도 유효슈팅은 단 한 개만을 기록하며 무승부에 그쳤다.

하지만 중앙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던 홍현석을 측면으로 기용하고, 소속팀과의 갈등으로 실전 경험이 부족했던 황인범을 선발로 넣는 등 선수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은 듯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또한 여전히 전술적으로 뚜렷한 색채를 보여주지 못하면서 무색무취 축구라는 비판이 뒤따랐다.

결국 부임 후 5경기 무승(3무2패)으로 새로운 기록을 작성한 클린스만은 첫 승 기회를 사우디전으로 미루게 됐다.






다만 사우디도 전력이 만만찮은 팀이라 첫 승 도전이 또다시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사우디는 지난해 열린 카타르 월드컵에서 16강 진출에 실패하긴 했으나 대회 우승팀 아르헨티나를 첫 라운드에서 잡아내며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바 있다.

당시 사우디는 리오넬 메시에게 선제골을 내주고도 후반에만 2골을 몰아쳐 2-1 역전승을 거뒀다. 특히 짜임새 있는 수비로 아르헨티나의 공격을 번번이 무산시켰다. 절묘한 수비 라인 컨트롤로 아르헨티나 공격수들을 오프사이드 트랩에 빠뜨리는 장면은 박수를 받기에 충분했다. FIFA 랭킹은 53위로 27위의 한국보다 낮지만 조직력 만큼은 결코 얕볼 수 없다.

여기에 세계적 명장도 데려오면서 전력 상승을 기대하고 있다. 사우디는 지난달 28일 이탈리아 출신 명장 로베르토 만치니를 선임했다. 2026년 열리는 북중미 월드컵까지 감독직을 맡겼고, 첫 국제 무대인 내년 1월 아시안컵 우승에 도전할 태세다.







클린스만은 사우디전에서도 승리를 거두지 못할 경우 더 이상 핑계댈 것이 없다. 부임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만치니 감독의 사우디보다 팀을 만들 시간이 6개월이나 더 충분했기 때문이다.

월드컵에서 챔피언을 꺾은 사우디가 더 완성된 팀, 더 좋은 조직력을 갖고 있을 거라는 핑계도 통하지 않는다. 한국도 벤투 감독 지도 아래 월드컵에서 우루과이, 포르투갈을 상대로 조직력을 앞세워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무색무취의 현 대표팀을 만든 건 지난 6개월간 팀을 이끈 클린스만 본인이다.

앞서 영국 BBC는 "클린스만이 웨일스, 사우디를 상대로 결과를 내지 못한다면 원하는 만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시간을 보내게 될 수 있다"며 경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위기의 상황에서 사우디를 마주하게 된 클린스만이 부임 후 첫 승리를 거두고 여론을 반전시킬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사진=연합뉴스, 엑스포츠뉴스DB, 사우디 대표팀 SNS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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