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잠실, 김지수 기자) KIA 타이거즈의 방망이가 올 시즌 2차례나 패배의 아픔을 안겨줬던 '천적'까지 무너뜨렸다. 간판타자 나성범, 특급 유망주 김도영이 있는 호랑이 타선은 누구도 두렵지 않았다.
KIA는 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시즌 11차전에서 7-0 대승을 거뒀다. 파죽의 9연승을 질주하며 후반기 상승세를 그대로 이어갔다. KIA의 9연승은 2013년 6월 20일 이후 3730일 만이다.
KIA는 이날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토마스 파노니의 완벽투가 빛났다. 파노니는 6이닝 3피안타 7탈삼진 무4사구의 완벽투로 두산 타선을 잠재웠다.
KIA 타자들도 파노니의 호투에 맹타로 화답했다. 먼저 나성범이 방망이를 힘차게 돌렸다. 0-0으로 맞선 3회초 1사 2루에서 두산 선발투수 곽빈을 상대로 2점 홈런을 때려냈다.
나성범은 원 볼 원 스트라이크에서 곽빈이 던진 3구째 122km짜리 커브를 완벽한 스윙으로 받아쳤다. 스트라이크 존 가운데 높게 제구된 실투를 놓치지 않고 그대로 잡아당겨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비거리 125m의 타구를 날려 보냈다.
나성범은 시즌 15호 홈런을 올 시즌 단 한 개의 홈런도 쳐내지 못했던 두산을 상대로 기록하게 됐다. 올 시즌 리그 3호 전 구단 상대 홈런의 기쁨은 덤이었다.
KIA는 4회초 공격에서 곽빈을 완전히 무너뜨렸다. 선두타자 김태군이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한 뒤 최원준의 중전 안타로 무사 1·2루 기회를 잡았고 박찬호의 1타점 적시타로 3-0으로 달아났다.
계속된 1사 3루에서는 김도영이 곽빈을 울렸다. 스코어를 5-0으로 만드는 2점 홈런을 폭발시키며 경기 흐름을 KIA 쪽으로 완전히 가져왔다.
김도영은 원 볼 원 스트라이크에서 곽빈의 3구째 146km짜리 직구를 그대로 받아쳐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비거리 125m의 타구를 쏘아 올렸다. 몸쪽 깊숙한 곳으로 제구된 공이었지만 거침없는 스윙으로 짜릿한 손맛을 봤다.
KIA는 나성범, 김도영의 홈런으로 넉넉한 점수를 뽑아낸 끝에 여유 있게 두산을 제압했다. 올 시즌 상대 전적에서 3승 7패로 크게 열세였던 가운데 '곰 공포증'에서 벗어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두산 곽빈을 조기에 마운드에서 끌어 내린 것 역시 의미가 컸다. 곽빈은 올 시즌 KIA와 두 차례 맞대결에서 모두 승리투수가 됐다. 지난 4월 9일 광주 경기에서는 5⅓이닝 2실점(비자책), 6월 11일 잠실 경기에서는 6이닝 2실점을 기록했다. 지난해 KIA전 3경기에서 1승 무패 평균자책점 1.42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도 '호랑이 킬러'로 KIA를 괴롭혔다.
하지만 올 시즌 기록의 경우 감안해야 할 부분이 있었다. KIA는 나성범과 김도영은 올 시즌 초반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전반기에 100% 전력을 가동할 수 없었다.
이승엽 두산 감독도 이 때문에 "상대 전적에서 우리가 KIA에 앞서있지만 나성범, 김도영이 없었다"며 "최근 KIA의 기세가 좋지만 위축되지 말고 자신 있게 플레이하길 바란다"고 조심스럽게 말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나성범, 김도영이 버티고 있는 KIA 타선은 시즌 초반 곽빈이 상대했던 KIA와 달랐다. KIA는 천적 공략 성공과 함께 6위 두산에 4경기 차 앞선 5위를 기록하면서 5강 다툼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게 됐다.
사진=잠실, 김한준 기자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