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저돌적인 움직임으로 '황소'란 별명을 갖고 있는 황희찬이 또 쓰러졌다. 그라운드에서 폭발적인 움직임과 넘치는 파워로 상대 수비진을 휘저어 각광을 받고 있지만 이면엔 많은 부상 때문에 제대로 된 날개를 펼치지 못하는 아픔도 함께 겪는 중이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울버햄프턴 공격수 황희찬은 26일 영국 리버풀 구디슨 파크에서 열린 2023/24시즌 프리미어리그 3라운드 에버턴과의 원정 경기에서 왼쪽 날개로 선발 출격했으나 전반전이 끝난 뒤 교체아웃되면서 후반전 들어 자취를 감췄다. 울버햄프턴은 후반 42분 2m 장신 공격수 사샤 칼라이지치가 1년간의 부상 및 재활을 뚫고 이날 교체로 들어간 뒤 프리미어리그 데뷔골을 터트린 것에 힘입어 1-0 승리를 거두고 2연패 끝 첫 승을 따냈으나 황희찬의 부상으로 고민도 안게 됐다.
앞서 황희찬은 지난 20일 브라이턴과의 프리미어리그 2라운드 홈 경기에서 팀이 0-4로 뒤지고 있는 가운데 교체로 들어와 만회골을 터트렸다. 당시 후반 10분 함께 교체로 들어갔던 파블로 사라비아가 오른쪽 코너킥을 올렸고, 볼이 반대편에 있던 황희찬에게 배달되자 정확하게 머리받기를 시도, 원정팀 골망을 출렁인 것이다. 비디오판독(VAR)이 이뤄졌으나 황희찬의 골로 인정되면서 시즌 1호골 신고에 성공했다.
이에 주축 선수들의 이적과 부상, 출장 정지 징계 등으로 고민하던 게리 오닐 감독은 황희찬을 에버턴전에서 전격 선발로 투입하면서 많은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불운한 소식의 징조는 전반 중반에 닥쳤다. 왼쪽 골라인 부근에서 황희찬이 상대 수비수의 깊은 태클에 쓰러진 뒤 펜스에 부딪히고는 오른쪽 허벅지를 부여잡으며 통증을 호소한 것이다. 간신히 일어나 뛰면서 몸 상태에 이상이 없는 듯 보였으나 결국 후반전 들어 자취를 감췄다.
황희찬 연고지인 울버햄프턴 지역 매체 '버밍엄 라이브'는 27일 "오닐 감독은 황희찬이 에버턴전에서 햄스트링(허벅지 뒷근육) 문제로 제외됐음을 확인했다"라고 보도했다.
아직 구체적인 부상 검진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서 황희찬의 부상 정도와 복귀 시점 모두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매체는 오는 30일 블랙풀(3부리그)과의 2023/24시즌 리그컵 2라운드 경기는 물론이고, 더 오랜 시간 못 나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황희찬은 지난 시즌 중반부터 부상에 계속 고전하고 있다. 지난해 말 카타르 월드컵에서 햄스트링 부상으로 재활만 하다가 조별리그 3차전 포르투갈전에 교체로 들어가 16강 확정짓는 결승골을 넣어 마음 고생을 털어낸 황희찬은 지난 3월 또 쓰러져 시즌 도중 한국까지 와서 치료받고 돌아가는 승부수를 던졌다.
이후 컨디션이 나아져 울버햄프턴의 조커 멤버로 톡톡한 역할을 하고 이번 시즌 1~2라운드 교체로 들어가 득점까지 한 끝에 선발 자리를 꿰찼으나 햄스트링이 또 고장 나면서 재활 생활에 다시 들어가는 신세가 됐다.
황희찬은 지난 시즌 공식전 32경기에 나와 4골 3도움을 기록했다. 다행히 시즌 마지막 홈경기였던 리그 37라운드 에버턴전에서 선제골을 넣으며 다음 시즌 활약을 기대하게 했다. 황희찬은 당시 "이번 시즌 처음부터 많이 뛰지 못했지만 그럴 때마다 최선을 다해 팀에 도움을 주고 싶었다"라며 "난 내 자리를 위해 싸울 것이며 모든 것을 쏟아부을 것"이라고 각오를 드러냈다.
하지만 또 부상이 그를 시련에 빠트리게 만들었다.
가깝게는 지난 1년간 부상에 시달렸지만 넓게 보면 오스트리아 레드불 잘츠부르크에 진출한 2016년부터 7년간 크고 작은 부상에 계속 어려움을 겪었던 게 황희찬의 축구 인생이다. 황희찬은 지난 7년간 코로나19를 포함해 총 16번의 부상 혹은 질병으로 짧게는 사흘, 길게는 3달 가까이 재활에만 전념해야 했다. 순간 폭발력이 큰 움직임이 많다보니 호쾌한 공격이 팬들 가슴을 시원하게 하지만 그 만큼 부상의 위험도 달고 살았던 것이다.
특히 허벅지 뒷근육을 가리키는 햄스트링 부상은 황희찬을 자주 쓰러지게 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잘츠부르크에서 뛰던 지난 2017/18시즌 햄스트링을 처음 다쳐 두 달을 쉬었던 황희찬은 이후에도 크고 작은 근육 부상, 허벅지 부상 등으로 신음하다가 지난 2021년 12월16일 햄스트링을 다쳐 장기간 자리를 비웠다.
당시 브라이턴과의 원정 경기에서 선발 출전했으나 다치면서 전반 16분 만에 교체아웃된 것이다. 이듬해 2월14일 토트넘과의 원정 경기에서 복귀했으니 2개월 재활 끝에 그라운드에 다시 선 셈이 됐다. 하지만 왓퍼드와의 프리미어리그 데뷔전에서 데뷔골을 넣는 등 브라이턴전에서 실려나가기 전까지 14경기 4골에 A매치 득점포까지 터트리던 상승세는 복귀 뒤 사라졌고 황희찬은 교체 멤버로 전락하고 말았다.
최근에도 황희찬의 햄스트링은 그의 비상을 가로막는 최대 장애물이 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카타르 월드컵 참가를 위해 대표팀에 합류했을 때 이미 햄스트링을 다친 상태여서 대표팀 캠프 초중반 재활에 전념했던 그는 울버햄프턴에 돌아가서도 2월 5일 리버풀전 뒤 한 달간 햄스트링으로 치료받는 등 지난 1년간 3차례나 햄스트링 통증에 주저 앉은 것으로 드러났다.
황희찬의 16차례 부상 및 질병 이력 중 5번이 햄스트링 부상인데 최근 5번 중엔 무려 4번이나 된다.
잦은 부상에 오름세를 탈 만하면 질주를 멈춰야 하는 황희찬이 이번엔 어떤 대책을 갖고 건강한 몸 상태를 만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울버햄프턴은 물론 한국 축구의 승승장구를 위해서도 그의 황소 드리블이 필요하다.
황희찬은 일단 블랙풀전과 9월3일 크리스털 팰리스전은 거의 결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어지는 클린스만호 A매치 2경기 엔트리에서도 낙마가 유력하다. 9월16일 리버풀전, 23일 루턴전에서 돌아오는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사진=연합뉴스, 울버햄프턴 SNS, 대한축구협회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