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이강인(22·PSG)이 허벅지 부상으로 한 달 가까이 실전에 나설 수 없게 되면서 PSG와 국가대표팀, 아시안게임 대표팀이 모두 그의 공백을 놓고 고심하게 됐다.
PSG 구단은 22일(한국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이강인은 왼쪽 대퇴사두근에 부상을 입었다. 이강인은 A매치 기간이 끝날 때까지 치료를 받을 것이다"라고 공식 발표, 당분간 결장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알렸다.
대퇴사두근이란 간단히 말하면 허벅지 앞쪽 근육을 말한다. 이강인은 지난 시즌 마요르카에서 맹활약할 때 특히 허벅지 근육을 울퉁불퉁하게 키우며 유럽 무대에서 상대와의 몸싸움을 이겨내고 맹활약하는 기반으로 삼았다. 그의 허벅지 근육은 마요르카 SNS가 따로 공개할 만큼 눈에 띄었다. 그런 대퇴사두근이 이번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나왔다.
이강인은 지난달 초 PSG에 입단했다. 같은 달 21일 열린 르아브르와의 프리시즌 첫 친선 경기 전반 42분 오른쪽 허벅지 뒷근육, 이른바 햄스트링을 다쳐 2주 가까이 쉬고 지난 3일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프리시즌 최종전 PSG-전북 맞대결 후반 중반 교체로 들어와 실전에 복귀했다.
이후 2023/24 정규리그 1~2라운드로 연달아 선발로 뛰며 리그1에 연착륙하는가 싶었는데 불의의 부상으로 다시 재활 모드에 돌입하게 됐다.
우선 소속팀 PSG는 이강인의 부상이 아주 치명적인 상태는 아니다. PSG엔 구단과 극한 대립을 하다가 최근 화해한 킬리안 음바페를 비롯해 프랑스 국가대표팀 주전 선수들을 여럿 보유하고 있어 이강인이 당장 빠진다고 해도 큰 구멍이 나진 않는다.
반면 위르겐 클린스만이 이끄는 국가대표팀, 황선홍 감독이 지휘하는 24세 이하(U-24) 아시안게임 대표팀은 이강인이 중원 혹은 측면 공격의 핵심인 터라 그의 빈 자리가 클 전망이다.
이강인이 지난 1년 사이 전 소속팀인 스페인 마요르카에서 주전을 꿰차며 라리가에서도 특급 미드필더로 거듭난 터라 클린스만호와 황선홍호에서 모두 요긴하게 활용할 자원이란 점에서 그의 부상은 뼈아프다.
일단 클린스만호 승선은 사실상 좌절됐다. 구단이 A매치 브레이크가 끝날 때까지 재활에 전념해야 한다고 발표한 이상 클린스만이 그를 차출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클린스만은 얼마 전 일부 언론들과의 온라인 간담회에서 이강인이 수준 높은 A매치를 뛰어 감각을 끌어올린 뒤 아시안게임에 보내는 게 낫다는 논리를 들면서 이강인의 A매치 기간 황선홍호 합류를 거부했다.
그러나 이강인이 다친 이상 그를 8일 웨일스전, 13일 사우디아라비아전 등 영국에서 치르는 두 차례 평가저네 차출하기 상당히 어렵게 됐다. 황선홍호와 대립각을 세웠던 클린스만은 비판은 비판대로 듣고 이강인을 쓸 수 없게 되는 우스꽝스러운 상황에 몰렸따.
반면 황선홍호는 다르다. 일단 이강인이 내달 19일부터 열리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일정에 참여하는 것은 산술적으론 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4주간 실전을 뛰지 못하기 때문에 감각이 떨어질 수도 있고, 부상 및 재활 기간이 길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강인이 당분간 재활을 충실히 소화한다면 오히려 상쾌한 몸 상태로 아시안게임에 가세할 수도 있는 것이다.
축구계에서는 아시안게임에서 우승할 경우, 이강인 자신의 유럽 생활을 길게 할 수 있는 병역 특례가 주어지기 때문에 어떻게든 항저우에 올 것으로 보고 있다. 이강인은 이번 부상으로 리그1 3~4라운드 2경기와 클린스만호 A매치 2경기 등 총 4경기를 건너뛰는데 이 경기들을 소화하다가 다치거나 문제가 생겨 자칫 아시안게임에 오지 못하는 것보다는 지금 가벼운 통증을 말끔히 없애고 항저우에 오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할 수 있다.
축구계 고위 관계자는 24일 "이강인이 큰 문제가 없는 한 항저우에 건너올 것으로 본다. 재활 기간이 항저우 아시안게임 며칠 전에 끝나는 것도 천만다행"이라고 밝혔다.
황선홍 감독 입장에선 이강인을 아시안게임 초반 일정에 쓰지 못하더라도 조별리그 통과는 할 수 있는 만큼 이강인을 일단 항저우로 불러들인 뒤 조별리그 기간엔 투입하지 않다가 지면 떨어지는 토너먼트에 활용할 수도 있다. 한국은 9월19일 중동 복병 쿠웨이트와 E조 1차전을 치른 뒤 이틀 뒤인 21일 동남아 터줏대감 태국과 격돌한다. 그리고는 3일 뒤인 24일 다시 중동팀인 바레인과 붙어 조별리그를 마감한다.
그리고 9월27~28일 16강전을 통해 토너먼트에 돌입하게 되는데 16강전을 기점으로 하면 이강인이 PSG에서 재활을 마친 뒤 열흘이 지나기 때문에 컨디션 끌어올릴 상태가 충분히 되는 셈이다.
아니면 PSG에서 재활을 확실히 마무리한 뒤 아시안게임 기간 중 황선홍호에 합류할 가능성도 제외할 수 없다. 과거 기성용이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때 당시 소속팀인 스코틀랜드 셀틱에서 기성용을 16강부터 보내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결국 무산돼 기성용이 아예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나서지 못한 적이 있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때도 당시 독일 레버쿠젠에서 뛰던 손흥민이 16강부터 합류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있었으나 레버쿠젠은 아예 차출을 거부했다.
하지만 이번 이강인의 경우는 소속팀이 아니라 부상 때문에 늦어지는 것이고, 황선홍호 입장에선 토너먼트부터 그의 유럽 A클래스 기량이 절실하기 때문에 조별리그에선 다소 쉬더라도 16강부터 활용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의학계에서도 근육 파열 등의 부상이었다면 6~8주 진단이 나와 아시안게임 출전도 불가능했을 테지만 3주 진단이 나온 것으로 미뤄 이강인이 통증을 최대한 치료하고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합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재활이 조금 더뎌도 토너먼트부터는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이강인은 엄원상(울산), 정우영(슈투트가르트), 홍현석(헨트), 백승호(전북) 등 국가대표급 선수들이 즐비한 황선홍호 미드필드의 간판으로 꼽힌다. 프랑스 최고 명문 PSG 소속인 그가 아시안게임에 온다면 상대팀 수비수들은 이강인을 견제하느라 애를 먹을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강인도 항저우행을 간절히 원하고, U-24 대표팀도 이강인의 합류를 최대한 기다릴 것으로 보인다.
이강인의 9월 클린스만호 합류는 무산됐으나 황선홍호와의 인연은 아직 끝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의 재활 속도에 한국 축구는 남자 축구 아시안게임 초유의 3연패라는 위업을 기대할 수 있을 전망이다. 1986 서울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낸 뒤 이 대회 우승과 거리가 멀었던 한국은 안방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결승에서 북한을 연장 혈투 끝에 1-0으로 누르고 28년 만의 금메달 획득에 성공했다.
이어 5년 전인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선 토트넘에서 뛰는 슈퍼스타 손흥민을 비롯해 황희찬, 조현우, 황의조, 이승우 등이 총출동한 끝에 결승전에서 일본을 2-1로 이기고 2연패에 성공했다.
사진=PSG SNS, PSG TV, 엑스포츠뉴스DB, 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