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토트넘 캡틴 손흥민이 주장 완장을 차고 뛰는 첫 경기에서 페널티킥을 내준 가운데 토트넘이 힘겨운 브렌트퍼드 원정을 치르고 있다.
토트넘은 13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에 위치한 지테크 커뮤니티 스타디움에서 진행 중인 브렌트퍼드와의 2023/24시즌 프리미어리그 1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전반전이 종료된 현재 크리스티안 로메로의 선제골에도 불구하고 내리 2골을 내준 후 끌려가다 추가시간 에메르송의 동점골로 2-2로 하프타임에 돌입했다.
경기를 앞두고 한국 팬들의 관심을 모았던 손흥민과 김지수의 맞대결은 불발됐다. 경기를 앞두고 브렌트퍼드가 발표한 2023/24시즌 1군 선수단 등번호에 김지수가 포함되긴 했으나 이번 경기 명단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총 30명이 등번호를 배정 받은 가운데 김지수는 36번을 달고 이번 시즌을 임하게 됐다.
반면 손흥민은 변함 없이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손흥민은 시즌 첫 경기를 앞두고 토트넘 역사상 최초의 비유럽 출신 주장이 되는 기쁨을 누렸다.
1882년 토트넘이 창단된 후 지난 2014년 유네스 카불(프랑스)이 주장으로 선인되기 전까지 토트넘을 이끈 건 영국 선수들이었다. 이후 요리스가 주장직을 이어 받아 지난 시즌까지 7년간 팀을 지휘했고, 손흥민이 잇게 되면서 최초의 비유럽인 주장이 됐다.
토트넘은 이날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손흥민이 전 주장 위고 요리스로부터 완장을 넘겨받는다. 부주장은 크리스티안 로메로, 제임스 매디슨"이라며 새 시즌 주장단을 발표하면서 손흥민이 구단 새 주장이 됐다고 알렸다.
토트넘이 구단 공식 SNS에 올린 팀 미팅 영상에서는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손흥민을 주장으로 선임한 배경을 설명하는 내용이 담겼다.
포스테코글루는 "곧 새로운 시즌이 시작된다. 내가 온 첫 날부터 말했듯 우리가 원하는 사람, 팀이 되기 위한 과정의 일부는 여러분을 위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라커룸은 여러분의 공간이다"라며 "어떤 환경을 보여줘야 하는지는 내가 말하기보다 여러분이 주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기는 라커룸이자 집과 같다"고 말을 꺼냈다.
이어 "우리가 매일 최고의 상태를 유지하고 개선하며 매주 최고의 경기를 발휘하기 위해서 필요한 건 무엇일까"라고 반문한 뒤, "이런 책임의 상당 부분이 여러분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코치들이 여러분의 행동, 훈련, 경기 방식을 보고 우리에게 지침을 줄 거다. 난 이러한 것들이 여러분들에 의해 추진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새 시즌이 다가오면서 리더십이 필요해졌다. 손흥민을 새로운 주장으로 삼기로 결정했다"며 손흥민을 선임한 배경을 설명했다.
전 주장 요리스가 팀을 떠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뒤를 이을 가장 적합한 선수였던 케인마저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하게 되면서 자연스레 손흥민이 주장으로 결정됐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손흥민에게 앞으로 나와 인사하라고 하자 쑥스러운 듯 자리에서 일어난 손흥민은 동료들 앞에서 소감을 밝혔다.
손흥민은 "이 거대한 클럽의 주장이 된 건 큰 영광이자 큰 놀라움이다. 매우 자랑스러운 순간이기도 하다. 난 이미 여러분에게 '경기장 안팎에서 모두가 주장처럼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라면서 "새 시즌, 새로운 시작이다. 이 유니폼과 주장 완장을 위해 모든 걸 바치겠다"고 주장으로서 책임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손흥민이 연설을 마친 뒤, 포스테코글루는 "손흥민이 말했듯 리더십은 손흥민한테만 있는 게 아니다. 우리는 성공적인 순간을 많이 겪어본 경험 많은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그렇기에 리더십은 주장 뿐만 아니라 팀 내 가장 어린 선수들로부터도 나올 수 있다. 리더십은 행동이다. 훈련하는 방식, 설정한 예시, 경기에서 모두에게 자극을 주는 것까지 모두가 얻을 수 있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후 손흥민은 개인 SNS에도 "나와 내 가족을 위한 정말 특별한 순간이다. 아름다운 클럽의 주장으로 임명되는 것은 일생의 영광이다. 난 여러분 모두를 자랑스럽게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시 한 번 소감을 밝혔다.
브렌트퍼드전은 손흥민이 토트넘 공식 주장으로서 임하는 첫 경기다. 이 경기에서 손흥민은 독일 최강 바이에른 뮌헨으로 떠난 단짝 해리 케인의 공백도 메워야 하는 특명을 받았다.
올 여름 이적시장을 뜨겁게 달군 케인은 전날 뮌헨 이적을 완료했다. 뮌헨은 12일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뮌헨은 토트넘에서 케인을 영입했다. 케인은 2027년 6월까지 뮌헨과 계약을 맺었다"라며 케인과 4년 간의 계약을 맺고 그를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토트넘 유소년 팀에서 성장해 2011년 프로 데뷔한 케인은 데뷔 초창기 임대 시절을 제외하고 뮌헨으로 이적하기 전까지 줄곧 토트넘에서만 뛰었다. 지난 12년간 토트넘 소속으로 435경기에 출전해 280골을 넣으며 구단 역대 최다 득점자로 등극했고, 프리미어리그에서도 통산 213골을 넣어 1위 앨런 시어러(260골)에 이은 2위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케인이 빠지게 되면서 토트넘은 최전방 무게감이 확 줄어들게 됐다. 로사리오 센트럴에서 아르헨티나 신성 알레호 벨리스를 영입하기는 했지만 2003년생 공격수로 주전 공격수로 기용하기에는 아직 무리다. 스코어러 기질을 갖춘 히샤를리송과 손흥민이 케인의 공백을 나눠서 부담할 필요가 있다.
일단 이번 경기에서는 손흥민과 히샤를리송이 동반 출격했다. 토트넘은 4-3-3으로 나선다. 굴리엘모 비카리오가 골문을 지키고 에메르송 로얄, 크리스티안 로메로, 미키 판더펜, 데스티니 우도지가 백4를 형성한다. 올리버 스킵, 이브 비수마, 제임스 매디슨이 중원에서 호흡을 맞추며 데얀 쿨루세브스키, 히샤를리송, 손흥민이 최전방 3톱으로 출격해 득점을 노린다.
브렌트퍼드는 5-3-2로 맞선다. 마크 플레켄이 골키퍼 장갑을 끼고 애런 히키, 네이선 콜린스, 에단 피녹, 크리스토페르 아예르, 리코 헨리가 백5를 구성한다. 마티야스 옌센, 크리스티안 뇌르고르, 비탈리 야넬트가 중원에 서며, 요아네 위사, 브라이언 음뵈모가 투톱을 이뤘다.
주장으로 첫 경기를 맞이한 손흥민은 선수들을 데리고 브렌트퍼드 경기장을 찾아준 토트넘 팬들을 위해 원정팬 좌석으로 다가가 인사를 전했다. 팬들도 박수로 화답하며 첫 경기를 치르는 선수들에게 뜨거운 응원을 보냈다.
팬들의 응원 속에 시작된 첫 경기에서 전반 7분 매디슨과 히샤를리송의 호흡이 나왔다. 매디슨이 중앙에서 전진 드리블 후 침투 패스를 넣어줬다. 수비가 달려오는 타이밍에 맞춰 다리 사이로 절묘하게 공을 통과시켜 패스했다. 히샤를리송도 좋은 침투를 보여줬지만 첫 터치가 좋지 않아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전반 10분에는 손흥민과 매디슨이 한 차례 호흡을 맞춰봤다. 매디슨이 드리블 후 측면에 있던 손흥민과 원투 패스를 주고 받았고, 프리킥을 만들어냈다.
이어진 프리킥 상황에서 토트넘의 선제골이 나왔다. 매디슨이 오른발로 날카롭게 감아찬 공이 로메로 머리로 향했고, 로메로가 다이빙 헤더로 마무리했다. 느린 장면으로 봤을 때 로메로가 수비보다 살짝 앞서 있는 것처럼 보였으나 VAR 결과 아무 문제가 없다는 판정이 나왔다. 토트넘의 시즌 첫 골 주인공이 로메로가 된 순간이었다.
로메로는 득점 직후 다빈손 산체스와 교체돼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득점 전 상황에서 음뵈모와 충돌해 머리를 부딪힌 로메로가 추가 부상을 당할 수도 있었기에 예방 차원에서 결정한 것이었다. 로메로는 아쉬운 듯 유니폼을 집어던지며 크게 화를 냈다.
이후 브렌트퍼드의 공세가 계속됐다. 비카리오와 우도지의 수비가 아니었다면 연속 실점할 수도 있는 위기가 이어졌다. 전반 23분에는 손흥민이 박스 안에서 브렌트퍼드 얀센을 걸어 넘어뜨렸으나 페널티킥이 선언되지 않고 경기가 그대로 진행됐다.
하지만 주심이 VAR을 확인하러 갔고, 그제야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손흥민의 오른발이 얀센의 왼발과 접촉이 있었다는 판정이었다. 손흥민은 주심에게 항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키커로 나선 음뵈모가 비카리오 골키퍼 타이밍을 완벽하게 빼앗는 왼발 슛으로 골문 반대편에 꽂아넣었다.
전반 31분 토트넘의 수비가 완전히 열렸다. 오른쪽 측면이 브렌트퍼드 공격에 완전히 무너졌고, 브렌트퍼드가 슈팅 기회까지 가져가는 듯 했다. 다행히 산체스가 빠르게 달려와 적절한 태클로 끊어냈다.
전반 35분에는 토트넘이 좋은 기회를 잡았다. 원터치 패스로 브렌트퍼드 수비진을 무너뜨렸고, 손흥민까지 연결됐으나 손흥민의 오른발 슈팅은 수비 몸에 맞고 무산됐다.
곧바로 브렌트퍼드의 역전골이 나왔다. 이번에도 오른쪽 수비가 무너졌다. 브렌트퍼드가 측면을 빠르게 돌파한 뒤 중앙으로 내줬고, 위사가 왼발 논스톱 슈팅으로 연결했다. 비카리오 골키퍼가 방향을 잘 읽었으나 공이 신입생 판더펜 발에 맞고 굴절돼 골문 안으로 들어갔다.
추가시간이 연장 된다는 새로운 리그 규칙에 맞춰 정지된 시간이 많았던 이번 경기에서 전반 추가시간 11분이 주어졌다. 손흥민에게 한 차례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 수비가 걷어낸 공이 측면에서 대기하고 있던 손흥민에게 연결됐다. 손흥민은 지체 없이 왼발 발리슛을 때려봤지만 골대 옆을 빗나갔다.
토트넘이 다시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불안한 수비를 보였던 에메르송이 멋진 중거리 슛으로 골망을 갈랐다. 매디슨이 중앙에서 공을 소유한 후 수비 견제를 이겨내고 에메르송에게 연결했다. 에메르송의 오른발에 걸린 공은 그대로 골망을 흔들었다.
브렌트퍼드가 다시 측면을 무너뜨린 후 절호의 기회를 만들었으나 음뵈모의 발에 제대로 걸리지 않으면서 슈팅이 높게 떴다. 에메르송의 동점골이 나오면서 전반전은 2-2로 종료됐다.
사진=토트넘, 브렌트퍼드, 바이에른 뮌헨 SNS, AP, EPA, PA Wire/연합뉴스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