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울산, 김지수 기자) "정철원 때문에 수명이 줄어드는 것 같지만 항상 믿고 있어요."
두산 베어스 토종 에이스 곽빈은 지난 1일 울산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6이닝 무실점 완벽투로 팀의 2-1 승리를 견인했다. 자신은 시즌 7승을 수확했고 팀은 2연패를 끊어냈다. 여러 가지로 7월을 기분 좋게 출발하면서 전반기 막판 힘을 낼 수 있게 됐다.
두산과 곽빈이 마지막 순간 웃기까지는 적지 않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두산은 곽빈이 6회말 무사 만루 위기를 실점 없이 막아낸 뒤 마운드를 넘겨받은 김명신이 7, 8회를 무실점으로 막으면서 쉽게 게임을 풀어갔다.
타선도 1회초 2사 1루에서 양의지의 1타점 2루타, 9회초 2사 후 터진 강승호의 솔로 홈런으로 2점을 얻어냈다. 9회말 등판한 마무리 홍건희가 선두타자 전준우를 유격수 땅볼로 처리할 때만 하더라도 순탄하게 게임이 끝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롯데의 저항은 매서웠다. 한동희, 박승욱의 연속 안타로 1사 1·2루 찬스를 잡은 뒤 곧바로 유강남이 1타점 적시타를 쳐내면서 스코어는 2-1로 좁혀졌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여기서 셋업맨 정철원으로 투수를 교체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정철원은 첫 타자 김민석을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롯데 쪽으로 넘어갈뻔했던 흐름을 일단 끊어놨다.
정철원은 후속 타자 고승민과 승부에서 포크볼을 구사하다가 폭투가 나오면서 2사 2·3루로 상황이 악화되기도 했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풀카운트에서 완벽하게 떨어지는 포크볼로 헛스윙 삼진을 유도하면서 두산과 동갑내기 친구 곽빈의 승리를 지켜줬다.
정철원은 경기 후 "올해도 그렇고 작년에도 곽빈이 선발등판하는 날은 내 성적이 좋았다"며 "이 부분을 되새기면서 자신 있게 양의지 선배의 리드를 믿고 던졌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 "게임이 끝난 뒤 곽빈이 나를 보면서 해맑게 웃어 주더라. 내일 커피를 벤티 사이즈로 한잔 사달라고 할 계획이다. 소소해 보일 수 있지만 이 정도면 괜찮다"고 농담을 던졌다.
곽빈도 수훈 선수 인터뷰에서 취재진으로부터 정철원의 '커피 요구'를 전해 들은 뒤 싫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저한테 또 커피 사달라고 했어요?"라고 되물은 뒤 "그래도 사줘야 한다. 평소에도 같이 다니면 내가 많이 사주고 있다"고 말하며 웃었다.
친구를 향한 강한 믿음도 드러냈다. "정철원이 내가 선발등판하는 날은 항상 점수를 거의 안 준다. 정말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며 "오늘은 9회말 2사 후 폭투가 나왔을 때도 실점 없이 막아줄 것 같았다. 고승민 다음 타자가 전날 끝내기 안타를 친 윤동희였기 때문에 그냥 맞을 거면 고승민한테 맞았으면 했다. 이틀 연속 한 명에게 끝내기를 맞으면 팀 분위기가 확 갈 것 같았다. 하지만 처음부터 정철원이 안 맞을 줄 알았다"고 강조했다.
절친한 사이에서만 할 수 있는 농담도 곁들였다. 정철원이 고승민을 상대할 때 폭투가 나왔지만 또다시 포크볼을 던질 거라는 사실을 곽빈은 알고 있었다.
곽빈은 "정철원은 뇌 구조가 남다른 친구다. 한 번 더 땅에 꽂을 것 같기도 했는데 양의지 선배가 정말 잘 막아주신다. (폭투하는 걸) 볼 때마다 약간 수명이 1년씩 줄어드는 느낌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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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