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4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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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옥," 감독 술자리 강요와 폭언" 폭로 [전문]

기사입력 2011.06.09 14:16 / 기사수정 2011.06.09 14:17

온라인뉴스팀 기자

[엑스포츠뉴스=온라인뉴스팀 진주희 기자] 여자 프로농구 스타 김영옥(37, 김천시청)이 현역 시절 감독의 술자리 강요와 폭언 등을 폭로했다.

김영옥은 지난 3일 한국농구연맹(WKBL) 홈페이지에 "시즌 중에도 경기가 없을 때면 (여자 선수들이) 나이대별로, 그룹별로 불려나가 술을 마셔야 했다"며 "몸이 안 좋고 피곤해도 감독님 부름을 거절할 수 없었다"는 내용을 담은 글을 올렸다.

그는 이어 "(감독이) '나이 처먹은 것들이', '나 같으면 입에 칼 물고 자살한다', '장애인이냐', '너희 같은 것들 데리고 시합하는 자체가 창피하다'등 차마 입으로 옮기기도 어려운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다음은 김영옥이 올린 글 전문이다.

청주 KB국민은행에 몸담았던 김영옥입니다.

생각지도 못하게 팀과 재계약이 결렬되고 은퇴를 해야했던 상황에서 조용히 은퇴를 해야 할지 가슴에 맺혀있던 이야기들을 풀어놓고 떠나야할 지 수많은 밤을 세우며 고민했습니다.

지금부터 하는 저의 이야기가 팀과 구단들에 좀더 좋은 방향으로 가는 하나의 계기가 될지 아니면 그냥 한 선수의 푸념으로 비난 받을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그 무엇과도 바꿀수 없었던 농구를 하기위해 참아왔던 이야기들은 꼭하고 떠나고 싶습니다. 당장은 조금 논란이 될수도있고 힘들 수도 있겠지만 조금은 남아있는 후배들을 위한 말이 될거라 생각합니다.

먼저 제가 은퇴를 결심하게 되었던 상황에 대하여 말씀드리면 구단에서 2010~2011 시즌이 끝난 직후. 휴가 기간중에 먼저 연락을 취해 계약을 빨리 체결하자고 했습니다. 좋은 분위기에 호의적으로 대해주시길래 저도 고맙고 좋은 생각에.. 저는 어차피 국민은행에 있을거니까 좋은 성적을 위해 잡아야 할 다른 선수들부터 빨리 계약한 후에 해도 좋으니

저한테는 편하게 하시라 했습니다. 그런데도 사무국장은 우리 팀은 연장자부터 계약을 한다며 계약을 빨리하지고 했습니다.

그러던 차에(정)선민이 소식을 듣고 선민이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은퇴하기에 너무 아까우니 우리 팀에 말해 볼테니 가능하다면 우리 팀에 와서 마지막을 함께 하자고 말했습니다. 선민이는 많은 고민끝에 동의를 했고, 몇일이 지나고 구단에서도 네가 조금만 양보해주면 선민이를 데려오는것이 편하겠다고 해서 저도 좋다고 했습니다.

물론 저 때문만은 아니었겠지만 집에서 휴가를 즐기고 있던 중에 정말 바랬던 선민이가 우리팀으로 온다는 기쁜 소식을 들었고, 저에게는 우승이라는 새로운 목표도 생겼습니다. 지난 시즌 말미에 단장님께서 우승을 위해서라면 숙소도 새로지어 주고 필요한건 무엇이던 아끼지 않고 지원해 주시겠다는 약속까지 해주신 터라 새로운 시즌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사무국장과 계약을 위해 만났습니다.

하지만 국장은 계약 자리에서 연봉 30%삭감이라고 말씀하시더군요. 저는 나름 지난 시즌 팀 성적과 연하의 빈자리를 채우려 그 어느 때보다 열심이 뛰었고 개인성적도 좋았는데 조금 당황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저를 더욱 더 당황스럽게 만들었던 건 사무국장의 태도였습니다.

선민이가 팀에 합류하기 전에는 팀에서 좋은 대우를 해줄 것 처럼 말하며, 연장자부터 계약해야 한다는며 빨리 계약하자고 하더니, 선민이 합류 이후 태도가 180도 바뀌었습니다.

팀으로서 어쩔 수 없는 결정이니 계약을 할려면 하고 말려면 말라는 식의 태도로 변한 것 이었습니다.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와 상황이 이해가 되지는 않는 데다, 가만히 듣고 보니 저와의 계약 의사가 없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몇 일 사이에 그렇게 태도를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기가 힘들었습니다.

선민이가 오니까 내가 필요 없어졌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냉엄한 프로 세계에서 당연한 것이기도 하겠지만 필요할 때는 너만 계약하면 되라는 둥 가긴 어딜가 국민에서 마무리하고, 은퇴식도 누구보다 멋지고 화려하게 해줄테니 믿고 같이하자 하더니....

그래서 저는 내보내려는 팀에서 구차하게 농구하기 보다는 여기서 그만 두는게 더이상 비참해지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은퇴를 결심하게 되었고 구단에 은퇴의사를 밝히고 은퇴를 선택하였습니다.. 부진한 팀의 성적에 대하여도 팀의 최고참으로 연하를 대신하였지만 주장으로서도 책임감과 죄송한 마음도 가집니다...

여자농구가 오랜 기간동안 프로스포츠로 자리를 잡아왔지만, 아직도 여자 프로농구에서 선수들이 개개인의 인격을 보장 받으며, 운동에 전념할수 있는 곳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누구에게도 자신있게 이야기 할수있는 단 한가지는 프로농구선수로서 연습이나 경기에서 단 한순간도 최선을 다하지 않은 순간이 없었습니다...

시즌을 준비할때에도 몸이 아플때나 큰 점수를 지고있을때도 팀이 연패를 해서 분위기가 최악일때도 다쳐서도 팀이 저를 필요로 한다면 치료도 시즌 뒤로 미루고 경기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하지만 저를 정말 힘들게 만들었던 것들은 그런 육체적인 감내가 아니라 수도없이 들어야 했던 욕설 들로 인한 인간적인 모욕감입니다.

늙은 것들이, 나이쳐 먹은 것들 때문에,

너 그렇게 살고싶냐,

나 같으면 입에 칼물고 자살한다,

돈이 그렇게 좋냐,

이런 **~것들,

**~ 같은,

장애인이냐,

**~을확 등의 모욕적인 이야기들을 수도 없이 들어야 했습니다.

대표팀 선수들이 빠졌을 때에는 너희 같은것들도 선수냐, 너희 같은 것들을 데리고 시합하는 자체도 창피해 벤치에 못있겠다, 너희 같은 것들이 무슨 연습이냐, 나가서 트랙이나 돌아라 등등 부끄러워 차마 누구에게 옮기기도 힘들 말들을 들으면서도 평생 농구만을 알고 살아온 제가 잘할 수 있는 단 하나가 농구이기에 참아왔고 또, 국민은행이 나와 함께할 나의 마지막 팀이라 생각했기에 이해하려 노력했습니다.

시즌 중에도 2~3일 정도만 텀이 있어도 나이대 별로, 구룹별로, 불려나가 술을 마셔야 했습니다. 몸이 안좋아도, 피곤해도 불려나가서 술을 먹어야 했습니다. 감독님 부름을 거부할 수 있는 선수가 누가 있겠습니까? 우리는 늦은 시간에도 그 자리에 있어야 했습니다. 술자리에서 속이 않좋아 못 먹겠다고 말하면 사회생활 똑바로 못한다며 억지로 먹이는 경우가 허다했습니다.

술이 너무 괴로운 선수들은 몰래 술병에 물을 따라 두었다가 먹기도 했습니다. 몸 관리가 생명인 선수 들인데 말입니다.

선수들이 술마시러 다녀도 말려야 할 감독님이 그렇게 선수들에게 술을 강요했습니다. 더이상 늦은 시간에 감독님 술자리에 억지로 불려나가는 선수가 없었으면 합니다. 대부분 선수들이 너무 힘들어 합니다.

여자농구에서 나이를 먹고 선배가 되는것은 죄인가 봅니다....

경기에 질 때마다 나때문에 진것같아 맘이 더할나위 없이 무거운 데 나이 처먹은 것 때문에 졌다는 꾸지람을 듣고 마음속의 눈물을 억지로 감추어 내는데 다른 팀 감독님에게 문자가 옵니다....

"영옥이 항상 변함없이 열심이 뛰는 모습이 보기 좋더라."

눈물이 왈칵 쏟아져 머리에 수건을 두르고 숙소까지 옵니다.

지금도 체력 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않고 몇 년은 더 뛸수 있을 만큼 자신 있습니다... 다른 팀으로 이적해 이를 악물고 뛰어보고 싶은 마음도 가득했지만, 또다시 미움을 가득 않고 농구를 계속하고 싶지도 않았을 뿐더러 제가 팀을 옮기기에는 저를 필요로하는 팀이 있더라도 여러 FA 이동에 대한 조건들로 인해 힘들거라는 생각이 들어 그러한 마음도 접었습니다.

지금의 FA 제도하에서는 극소수의 선수들을 제외하고는 선수들이 FA가 되는것이 오히려 부담이 될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연맹에서도 조금이라도 선수들을 위한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작은 신장에 프로의 세계에 살아 남으려 표정관리도 못하며 악착같이 뛰어다녔던 수많은 시간들이 가슴에 추억됩니다...

그래도 농구를 통하여 많은 것들을 얻었고...

많은 분들의 과분한 사랑도 받았고...

코트에서 뛰어 다닐때가 가장 행복했습니다...

제가 상처 받았듯이 혹여 누군가 저로 인하여 상처받은 선수가 있다면 미안하다는 사과의 말도 전하고 싶습니다.

구단에서 원하는 기간만큼 계약해 주겠다고 할 때에도 1년, 1년으로 연장해 왔던 것도 언제라도 더이상 참기 힘들때가 온다면 미련없이 떠나고자 했던 것 인데...

너무 멀리와 버렸나 봅니다.



온라인뉴스팀 진주희 기자 pres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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