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1 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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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홈런' 거포들의 엇갈린 운명

기사입력 2005.09.05 09:49 / 기사수정 2005.09.05 09:49

윤욱재 기자

화려한 부활! 켄 그리피 주니어

이대로 끝날 줄 알았다. 누구도 그의 재기를 100% 확신하지 못했을 터. 그만큼 부상과 함께한 시간이 너무 길었다.

90년대 최고의 홈런 타자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켄 그리피 주니어(신시내티 레즈). 2000년, 시애틀 매리너스를 떠나 신시내티 레즈와 FA 계약을 맺고 새로운 신화를 작성하려 했으나 일이 뜻대로 풀리지 못했다. 부상이라는 반갑지 않은 손님이 찾아왔기 때문.

물론 밀레니엄의 해인 2000시즌엔 40홈런을 때리며 자존심을 지켰지만 이후 무릎, 햄스트링 등 여러 부위에 부상을 당하면서 점점 그의 모습을 보기가 어려워졌다. 지난해, 통산 500홈런을 달성하며 부활의 서막을 알렸지만 또 그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다름아닌 햄스트링 부상이었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하기 위해 재활 의지를 불태웠던 그리피는 지역 언론과 팀 동료들의 비난을 이겨내며 올시즌을 준비했다. 안정된 스탠스를 기반으로 한 파워 스윙을 구사하는 그리피는 전성기 때의 타법을 거의 회복하며 현재 34홈런을 기록 중이다. 한 시즌 30홈런 이상 기록한 것은 지난 2000년 이후 처음.

지난 2일 통산 535홈런을 기록하며 통산 홈런 부문에서 지미 팍스(534홈런)를 앞지른 그리피는 두 개만 추가하면 미키 맨틀(536홈런)의 홈런 기록을 넘어서게 된다. 현재 그리피는 통산 홈런 부문 13위에 랭크되어 있으며 올시즌 강력한 재기상 후보자로 꼽히고 있다. 여러모로 인생의 전환점이 될 한 해를 보내고 있는 그리피다.

순간의 실수로 공든 탑 무너진 팔메이로

'꾸준함의 대명사', '항상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선수', '화려하지 않지만 팀에 꼭 필요한 선수'…….

프로 선수라면 누구나 듣고 싶은 최고의 칭찬 한마디다. 놀라운 사실은 이 모든 말들이 라파엘 팔메이로(볼티모어 오리올스), 즉 한 선수 만을 위한 코멘트였다는 것이다. 팔메이로는 스타성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항상 꾸준한 모습을 보이며 모든 선수들의 귀감을 샀던 '예비 명예의 전당 헌액자'.

그러나 '약물 파동'에 연루되면서 입이 마르도록 칭찬을 아끼지 않던 주위 사람들을 머쓱하게 만들었다. 올시즌 전부터 약물 복용에 관한 의혹을 받았지만 극구 부인했던 팔메이로였기에 그 충격이 더했다.

그 후 그라운드에 복귀했지만 그가 타석에 들어서는 어느 구장마다 야유 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이에 팔메이로는 귀마개까지 착용하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인생 최대의 시련을 겪고 있는 팔메이로는 아직 '야구 선수 팔메이로'에 강한 애착을 갖고 있다. 어떤 방법으로 팬들에 속죄할지 관심있게 지켜볼 일이다.

부진의 늪에 빠져버린 새미 소사

역시 새미 소사(볼티모어 오리올스)의 아이콘도 '홈런'이다. 보기만해도 시원한 소사의 홈런포는 이미 메이저리그 팬들의 눈을 사로잡은 지 오래. 그러나 올시즌 볼티모어 오리올스로 트레이드된 후 부상과 부진이 엮인 사이클에 휘말려 최악의 성적표(0.221 14홈런 45타점)를 작성하고 있다.

한때 마크 맥과이어와 한 시즌 최다홈런 신기록을 놓고 다툼을 벌일 만큼 홈런의 르네상스를 열었던 그였기에 이런 쓸쓸한 말년이 더욱 안타깝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지난 1989년, 시카고 화이트삭스에서 데뷔해 통산 첫 홈런을 로저 클레멘스에게 빼앗았던 소사는 93년 컵스로 이적한 이후 숨겨왔던 파워를 아낌없이 쏟아내며 컵스의 간판 타자로 자리잡은 것은 물론 현역 최고의 홈런 타자로 군림했다.

그러나 지난 2003년, 부정 방망이 파동을 겪었고 지난해엔 구단과 불화를 겪으면서 '골칫덩이'로 전락, 컵스팬들과 작별 인사를 야유로 대신하며 볼티모어로 자리를 옮겼다. 지난해부터 서서히 기량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던 소사는 올해 최악의 시즌을 보내면서 야구 인생 최대의 위기에 봉착해있다.

배리 본즈, 드디어 컴백?

현역 선수 중 유일하게 700홈런을 달성한 '홈런의 신(神)' 배리 본즈(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9월초 복귀한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예전의 모습을 보여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역시 약물 복용 의혹을 받아왔던 본즈는 온갖 곤혹을 치르면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부상까지 당해 올시즌 한 타석도 들어서지 못했다. 

그런데 다쳤던 무릎이 서서히 회복하고 간단한 타격 연습을 재개하면서 '복귀설'이 모락모락 피더니 결국 다음주 팀에 합류하기로 결정하면서 그의 컴백이 현실화되었다.

일단 기량 회복에 초점을 맞춰 올시즌을 마무리한 뒤, 내년시즌 100% 충전된 파워로 홈런 신기록에 도전할 계획이다. 현재 본즈는 통산 703홈런을 기록 중이며 12개만 더하면 베이브 루스(714홈런)를 뛰어넘게 되고 53개를 더 넘기면 행크 아론(755홈런)이 보유하고 있는 기록을 다시 작성하게 된다.

그러나 만약 약물 복용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이 역시 무용지물이다. 본인은 부인하고 있지만 아직도 그에 대한 의혹은 끊이지 않고 있다.

시작이 좋으면 끝도 좋아야 한다. 현재 운명이 뒤바뀐 '500홈런 클럽'의 회원인 이들이 마지막 단추를 어떻게 잠글지는 좀 더 지켜봐야할 것 같다.

통산 최다홈런 순위 (9/4 기준)

1. 행크 아론 755
2. 베이브 루스 714
3. 배리 본즈 703
4. 윌리 메이스 660
5. 새미 소사 588
6. 프랭크 로빈슨 586
7. 마크 맥과이어 583
8. 하몬 킬브류 573
9. 라파엘 팔메이로 569
10. 레지 잭슨 563
11. 마이크 슈미트 548
12. 미키 맨틀 536
13. 켄 그리피 주니어 535
14. 지미 팍스 534
15. 테드 윌리엄스, 윌리 맥코비 521

엑스포츠뉴스 윤욱재 기자



윤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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