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1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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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튼햄, 처녀출전 피스컵에서 우승

기사입력 2005.07.25 08:14 / 기사수정 2005.07.25 08:14

손병하 기자

축구 종가인 잉글랜드의 자존심을 지키겠다는 토튼햄 핫스퍼와, 프랑스 아트 싸커의 진면목을 보여주겠다는 올림피크 리옹 간의 ‘2005 피스컵 코리아’는 결국 전반에만 3골을 몰아친 토튼햄 핫스퍼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 우승을 차지한 토튼햄 핫스퍼 선수들
ⓒ2005 피스컵조직위원회

‘킥 앤드 러시’라는 정통 전략을 사용하며 선 굵고, 빠른 축구를 보여주고 있는 토튼햄. 미드필더진의 세밀한 패싱 게임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성향이 강한 선수들로 구성되어 있었던 리옹. 당초 양 팀의 결승전은 경기는 윌토르와 고부를 중심으로 한 리옹의 우세한 공격력 속에, 토튼햄이 얼마만큼 리옹의 창을 잘 받아내며 허점을 공략하느냐로 초점이 모아졌었다.

하지만, 경기가 시작하자마자 토튼햄은 리옹보다 더 강력하고 적극적인 공격으로 상대를 당혹스럽게 했으며, 미드필더 라인에서부터 시작되는 정확하고 긴 패스를 무기로 리옹의 수비벽을 허무는 데 성공했다.

토튼햄은 경기 초반부터 루트지니를 비롯한 미드필더진이 로비 킨, 미도 등이 포진한 공격 라인을 향해 정확한 패스로 리옹의 수비진들을 괴롭혔다. 이 날 토튼햄이 기록한 세 골은 모두 이러한 ‘킥 앤드 러쉬’가 만들어낸 결과물이었다.

전반 6분 터진 첫 골도 미드필더로부터 시작된 정확한 패스에서 기인한다. 루트지니가 센터 부근에서 한 번에 패스한 공은 아크 오른쪽에 있던 켈리에게 연결 되었고, 켈리는 곧바로 문전을 향해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렸다. 이때, 켈리의 크로스를 걷어내려던 리옹의 수비수 베르토드가 헤딩을 했는데, 베르토드의 머리를 맞은 공이 그대로 골대 안으로 빨려들어간 것.

경기 초반 리옹의 수비진들이 전술적인 조직의 틀을 갖추기도 전에 토튼햄은 강하고 효과적인 공격으로 나섰고, 결국 이러한 작전이 맞아떨어지면서 손쉬운 첫 골을 얻어낼 수 있었다. 이른 시간대에 첫 골이 터지게 되면서 토튼햄은 그들의 전략인 선수비-후공격의 작전을 유지해 나갈 수 있었고, 리옹은 경기 내내 동점골을 위한 무리수를 둘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 로비 킨(토튼햄)
ⓒ2005 피스컵조직위원회
2분 뒤에 터진 두 번째 골 역시, 토튼햄의 멋진 롱패스가 만들어낸 작품이었다. 리옹이 이른 시간대의 실점에 대한 충격에서 빠져나오기도 전에 리옹의 좌측면을 파고들던 미도에게 또 한 번의 정확한 패스가 들어갔고, 미도가 지체없이 중앙으로 크로스한 공을 달려들던 로비 킨이 정확하게 헤딩슛으로 연결, 두 번째 골을 성공시켰다.

전반 10분이 흐르기도 전에 터졌던 두 골로 인해 리옹의 선수들은 경기에 대한 집중력을 잃어버렸고, 그 결과 잦은 패스 미스를 범하며 팀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떨어뜨리고야 말았다. 그 결과, 자신들의 최대 장점인 조직력에 의한 플레이가 그라운드로 나오지 않아 토튼햄에게 경기를 내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두 골을 실점하긴 했지만 이른 시간대의 실점이라, 리옹의 반격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었다. 비록 이번 대회에서 골 맛을 보고 있진 못했지만 윌토르와 고부가 이끄는 공격진의 화력도 그렇거니와, 무엇보다 에시앙과 디아라가 버티고 있는 허리 라인은 충분히 경기의 흐름을 되돌릴만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 날 경기에서 이상할 정도로 리옹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두 선수의 움직임은 둔해 보였고, 공격이나 수비진과의 협력 플레이는 물론이고 두 선수끼리도 호흡이 맞지 않아 고전하는 모습이었다. 잦은 패스 미스는 물론이고, 예선 3경기에서 보여 주었던 정교한 패스 게임은 경기 내내 거의 나오지 않았었다.

▲ 미카엘 에시앙(리옹)
ⓒ2005 피스컵조직위원회
미드필드에서 경기를 풀어줘야 할 두 선수가 부진한 움직임을 보이자 리옹은 경기에서 별다른 돌파구를 찾지 못한 체, 경기 내내 끌려다녀야 했다. 자국의 프로 리그인 르 샹피오나에서도 그랬지만, 이번 피스컵에서도 아기자기하고 조직적인 경기를 선보였던 리옹으로서는 납득하기 힘들 정도의 경기력을 보여준 것이다.

이후 전반 종료 직전에 토튼햄의 로비 킨에게 대회 득점왕과 M.V.P를 허락하는 세 번째 골을 헌납하면서 리옹은 완전히 무너져 버렸고, 우승 트로피는 이미 토튼햄에게 넘어간 것이나 다름없었다.

후반에만 4명의 선수를 교체한 리옹은 경기의 판도를 뒤집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수많은 득점 기회를 모두 날려버려 결국 경기를 뒤집지는 못했다. 리옹은 후반 초반부터 압도적인 공격으로 토튼햄의 문전을 위협했지만, 토튼햄의 골키퍼였던 체르니의 선방과, 수비수들의 육탄방어에 막혀 골문을 열지 못했다.

후반 15분과 16분, 19분 잇따라 골키퍼와 1:1로 맞서는 등의 절호의 기회를 맞았지만, 번번이 골키퍼의 선방과 실수로 기회를 날려버리면서 분위기는 더욱 기울어졌다. 이후 리옹 선수들은 아주 평범한 횡 패스조차 실수로 놓치는 등, 급격한 경기력 상실을 보여주었다.

후반 28분 페널티박스 내에서의 핸들링 파울로 얻은 페널티킥을 후반 교체되어 들어온 아르파가 성공시키며 추격의 고삐를 조였지만, 더 이상의 골을 뽑아내지는 못했다. 첫 득점에 성공한 이후 5분 동안 4개의 소나기슛을 퍼부었지만, 역시 토튼햄의 골문을 열지는 못했다. 골키퍼 체르니의 기가 막힌 선방과 수비수들의 조직적이고 적극적인 방어가 만들어낸 결과였다.

슈팅수 18:7, 후반에만 13:2라는 기록이 증명해 주듯이, 압도적인 공세를 퍼붓고도 결국 효과적이고 조직적이지 못한 플레이로 한 골을 뽑는데 그친 리옹은 지난 1회 대회 때 에인트호벤에게 결승에서 무릎을 꿇은 데 이어, 이번에도 우승컵을 거머쥐지 못하며 다음을 기약해야만 했다.

힘과 기술, 공격과 수비가 맞붙은 이번 대결에서는 표면적으로 나타난 대결 구도나 팀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전력 외에, 주어진 작전을 어떻게 풀어나가며, 경기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변수를 얼마만큼 적극적으로 대처하며 이겨내느냐가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일깨워준 경기였다.



손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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