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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사자기 히어로] '고진우-정현' 듀오, 부산고 내야의 핵심

기사입력 2011.05.28 15:24 / 기사수정 2011.05.28 15:24

김현희 기자

[엑스포츠뉴스=목동, 김현희 기자] “초반에 9점까지 내 줬을 때 정말 사표 쓸 생각마저 했습니다.”

부산고 차정환/김백만 코치는 경기고와의 황금사자기 16강전이 끝난 직후 이와 같은 푸념을 늘어 놓기도 했다. 경기를 승리로 끝내면서는 “선수들이 돈 주고 살 수 없는 귀한 경험을 했으니 다음 경기부터는 정신 차리고 잘 할 것입니다”라며 부산으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그만큼 부산고는 황금사자기 16강전을 어렵게 치렀다. 경기 중후반부터 타선이 살아나며 역전에 성공했지만, 경기 내용 면에서는 100점을 주기 어려웠다. 하지만 2, 3번 타순에서 부산고를 살리는 3안타 행진을 이어간 이들이 있었다. 3학년 고진우(18)와 유격수 정현(17)이 그들이다.

‘야구선수 2세’, 숨겨진 보물 고진우의 재발견

2루수 고진우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투수로 활약했다. 촉망받는 유망주였지만 올 시즌을 앞두고 차정환 코치 지도 아래 2루수 요원으로 거듭났다. 부산고 테이블 세터를 맡던 박종규가 용마고로 전학을 가면서 2번 타자라는 중책까지 맡았다. 이쯤 되면 위축이 될 듯싶지만, 그는 지난 동계훈련 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그라운드에서 뽐내며 제 역할을 다했다.

그의 아버지는 한화 이글스에서 선수 생활을 했던 고기성(41)씨다. 외야수 출신인 아버지와 달리 내야수인 그의 롤 모델은 김현수와 정근우다. 타격 쪽으로는 김현수를, 수비 쪽으로는 정근우를 닮고 싶어 한다. 그러나 아버지 고기성씨의 생각은 다르다. 아들이 프로 지명을 받는다 해도 대학을 먼저 보낸 이후 프로 지명을 받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고 있다. 야수로서의 생활도 얼마 되지 않았지만 대학 생활 이후 전인(全人)으로 거듭난 뒤에 프로 생활을 하는 것이 맞다고 보고 있다. 

그렇지만 고진우의 생각은 조금 다른 모양이다. 그는 “만약 프로에 지명될 경우 마다할 생각은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부자간의 미묘한 입장 차이를 보이기는 해도 분명한 것은 향후 또 다른 부자 야구 선수가 탄생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크다는 사실이다.

고교야구의 로드리게즈, 2학년 정현

지난해부터 부산고 내야의 핵으로 자리 잡은 2학년 정현의 별명은 ‘고교야구의 알렉스 로드리게즈’다. 그만큼 배짱이 있고 수비 실력 또한 저학년답지 않은 안정감을 선보이기 때문이다. 방망이 실력도 좋아 ‘별명에 걸맞은 선수’라는 칭찬을 받을 만 하다. 그러나 차정환 코치는 실력을 뒤로 하고 정현의 성실함에 큰 점수를 준다. “(정)현이는 메이저리그에 가도 무언가를 얻어 올 선수입니다”라고 이야기하는 것도 괜한 소리가 아니다. 

정현 또한 28일 경기에서 3안타를 몰아쳤다. 비록 경기 초반, 수비 실책으로 인해 대량 득점의 빌미를 제공하긴 했지만 이를 방망이 실력으로 충분히 메웠다. “너는 팀의 3번 타자다. 큰 것 한 방을 노려라”라고 지시했던 김민호 감독의 기대에 충분히 응한 셈이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그의 올 시즌이 아니라 내년 시즌이 더 기대된다는 점이다. 그만큼 발전 가능성이 있다. ‘고교야구의 에이로드’ 정현의 선전이 이번 황금사자기에서 언제까지 지속될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롭다. 

[사진=부산고 고진우(사진 좌), 정현(사진 우) (C) 엑스포츠뉴스 김현희 기자]



김현희 기자 SPORT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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