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유형섭 기자] 천하의 레알 마드리드마저 무리뉴 감독에게 무릎을 꿇었다.
레알 마드리드는 지난 26일 호르헤 발다노 단장을 해임한다고 발표했다. 레알 마드리드의 단장직은 선수와 구단 수뇌부의 연결 고리이며, 동시에 선수 영입에 큰 영향을 행사하는 자리다. 발다노의 해임은 무리뉴 감독에게 선수단 장악과 영입 권한까지, 모든 것을 맡기겠다는 얘기가 된다.
발다노는 사라고사, 레알 마드리드에서 활약했던 80년대 중반을 대표하는 선수였다. 90년 대에는 감독직을 맡으며 당시 유스팀에 있던 라울 곤살레스를 중용하며 최고의 업적을 이룬 바 있다. 현재 레알 마드리드의 페레스 회장이 회장직에 당선될 당시 오른팔인 단장으로 부임했고 이후 공격적인 영입 전략으로 레알이 갖고 있는 공격 축구의 기틀을 닦았다.
화려한 공격 축구, 유스 선수들의 중용, 우승 트로피까지 요구하는, 깐깐한 단장으로 볼 수도 있으나 특유의 축구 철학과 레알 마드리드에게 '꿈의 구단'이란 인식을 심어준 갈락티코 시대의 주축 인물로서 능력을 인정받고 있었다. 현재 샬케04에서 뛰고 있는 라울이 첫째 아들의 이름을 스승 이름에서 따 호르헤로 붙인 일화는 축구팬들 사이에 유명하다.
문제는 무리뉴 감독이 구단의 간섭을 지나치게 싫어하는 타입의 지도자라는 점이다. 무리뉴는 과거 감독의 역할에 간섭하려는 첼시에 불만을 갖고 사임한 경력도 있다. 이 때문에 무리뉴는 선수단 장악 뿐만 아니라 선수 영입에도 관여하려던 발다노 단장에게 적지않이 충돌한 것으로 전해졌다. 단적인 예로 이들의 파워 게임에 희생된 선수가 바로 페드로 레온이다. 발다노 단장의 입김으로 영입된 그는 시즌 중반 이후 무리뉴의 선택에서 완전히 배제됐다.
스페인 언론은 유스팀 출신의 공격수 호세 카예혼의 재영입을 추진한 발다노 단장의 결정에 무리뉴가 마침내 폭발한 것이라고 밝혔다. 바라지 않은 선수의 영입으로 인해 둘의 아슬아슬한 관계가 끊어졌고, 고심 끝에 페레스 회장은 무리뉴 감독의 손을 들어줬다는 것이다. 발다노 단장의 해임으로 인해 무리뉴 감독은 이제 선수단 장악과 영입 선수에 관련해 완벽한 권한을 얻게 됐다.
그런데 발다노 단장의 해임에 따른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듯싶다. 현재 레알의 이미지를 만든 주인공이 무대 뒤로 사리지게 됐지만, 되려 이러한 결과로 인해 무리뉴의 부담이 가중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무리뉴는 포르투갈 대표팀의 사령탑을 원한다는 인터뷰를 수차례 한 바 있는데 그가 언젠가 떠나게 될 경우 팀을 추스릴 단장이 없다는 점은 잠재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사진 (C) 레알 마드리드 공식 홈페이지 캡쳐]
유형섭 기자 SPORT@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