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도쿄(일본), 박윤서 기자) 박세웅이 생애 처음으로 밟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마운드에서 호투에도 웃지 못했다. 하지만 박세웅이 아니었다면 한국 야구는 더 큰 참사를 겪을뻔했다.
한국은 10일 일본 도쿄 분쿄구의 도쿄돔에서 열린 2023 WBC 본선 1라운드 B조 일본과의 2차전에서 4-13으로 졌다. 전날 호주에 7-8로 무릎을 꿇은 데 이어 2연패에 빠지며 2라운드(8강) 진출 도전이 더욱 어려워졌다.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일본 킬러' 김광현이 2회까지 일본 타선을 무실점으로 막아낸 뒤 3회초 공격에서 양의지의 선제 2점 홈런, 이정후의 1타점 적시타로 3-0 리드를 잡았다.
하지만 여기까지였다. 한국은 호투하던 김광현이 3회말 제구 난조로 주춤하기 시작한 뒤 마운드가 속수 무책으로 무너졌다. 등판하는 투수마다 난타를 당하면서 스코어는 7회말 수비에서 4-13까지 벌어졌다.
대회 규정에 따라 7회 이후 10점 차 이상 점수가 벌어질 경우 콜드게임(Called Gmae)이 적용돼 그래도 경기가 종료되는 상황. 한국은 계속된 7회말 2사 만루에서 박세웅이 긴급 투입됐다.
3루 주자만 득점하면 그대로 콜드게임의 수모를 당하는 상황. 타석에는 멀티 히트를 기록 중인 오카모토가 박세웅을 맞았다. 박세웅은 여기서 오카모토를 좌익수 뜬공으로 잡아내고 더 큰 참사를 막아냈다.
8회말에도 좋은 흐름을 이어갔다. 선두타자 마키와 나가노를 2루 땅볼로 연이어 쉽게 처리한 뒤 대타 오시로를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이닝을 마쳤다. 비록 한국의 4-13 완패로 빛이 바랬지만 박세웅은 이날 마운드에 올랐던 투수들 중 가장 좋은 피칭을 보여줬다.
박세웅은 경기 후 "7회말 등판해서 점수를 안 주고 위기를 막아서 대부분 잘 던졌다고 내용이 좋았다고 얘기를 해주시지만 팀이 이기지 않으면 아쉬운 결과"라며 "모든 선수가 다 이기고 싶었고 하나가 돼서 게임을 했는데 아쉽다. 남은 체코, 중국전을 잘 준비해서 이기고 기다리도록 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 "주자가 있는 상황에 경기 중간에 올라가서 던지는 게 오랜만이었지만 긴장했던 건 크게 없었다. 일단 앞에 쌓인 주자를 점수를 안 주려고 스트라이크를 던지려고 노력했던 게 괜찮았던 것 같다"고 스스로의 투구를 평가했다.
오는 11일 하루 휴식을 취하는 만큼 12일 체코, 13일 중국전에서도 한국의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팬들의 큰 실망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혼신의 투구를 다할 것을 약속했다.
박세웅은 "일본까지 찾아주셔서 응원해 주신 분들도 많으셨고 한국에서 TV로 시청하신 분들도 많으실 텐데 아쉬운 결과를 보여드려서 죄송하다"며 "남은 경기에서는 조금이나마 팬들이 웃게끔 만들어 드리고 싶다"고 각오를 전했다.
사진=도쿄(일본), 김한준 기자
박윤서 기자 okayby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