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8 0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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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혹한 결과론이 지배하는 '연장전 투수 운용'

기사입력 2011.05.22 10:24 / 기사수정 2011.05.22 10:24

김준영 기자

[엑스포츠뉴스=김준영 기자] 흔히 말하는 투수교체의 '실패'가 가장 두드러지게 표시가 날 때는 과연 어떠한 상황일까. 바로 연장전이다. 연장전 투수 운용은 선택지에 따른 평가 잣대가 좀 더 냉혹할 수밖에 없다. 연장전서 실점은 곧 해당 팀의 승패에 고스란히 직결되기 때문이다.

또한, 감독들은 매 경기 연장전에 대한 대비를 하고 마운드 운용을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8~9회쯤 갑작스럽게 경기 상황이 급변해 연장전에 돌입할 경우 골머리를 앓을 수밖에 없다. 21일에는 올 시즌 처음으로 두 경기 동시에 연장전이 치러졌다. 4명의 감독이 보여준 연장전 마운드 운용은 사뭇 달랐다. 물론 모두 이유 있고, 의미가 있는 연장전 투수 기용이었다.

▲ 차선책, 혹은 어쩔 수 없는 선택

잠실 LG-롯데전. 양팀은 불펜이 불안한 대표적인 팀. 롯데는 경기 막판까지 4-2로 앞섰다. 선발 송승준에 이어 강영식, 임경완을 차례로 올려 리드를 지키고 있었고 9회말에는 롯데 불펜 사실상의 마무리 코리가 나왔다. 그런데 코리가 9회말 윤상균에게 불의의 동점 투런포를 맞으며 마운드 운용이 꼬이기 시작했다. 이미 필승조를 소모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양승호 감독의 선택이 주목됐다.

양 감독은 결국 10회말 김사율을 올렸다. 5월 들어 평균자책점이 8.53이었던 투수였지만 필승조를 소모한 상황에서 차선책. 최근 전적만 보면 롯데로썬 불안했다. 결국, 김사율은 10회 2사 2.3루의 위기를 자초한 후 김수완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최근 컨디션이 살아난 김수완이지만 아직 박빙 상황서의 마무리 능력은 검증되지 않았던 터. 중압감을 이기지 못했을까. 10회 위기는 넘겼으나 11회 선두 타자 볼넷과 도루에 이어 이대형에게 끝내기 안타를 맞고 무너졌다. 롯데는 필승조를 소모한 이후 연장선서 차선책을 선택했지만 결과가 나빴다. 한편으로는 썩 두텁지 못한 불펜의 한계가 드러났다.

반면 경기 내내 뒤지던 LG는 확실한 필승조가 아닌 이동현과 한희를 소모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9회말 윤상균의 동점 홈런 이후 연장전서 이상열과 최근 뜨는 신인 임찬규를 올려 비교적 계산적인 마운드 운용 끝에 승리를 챙겼다. 그러나 결과론일 뿐, 반대의 경우라면 LG도 충분히 어려움에 빠질 가능성이 있었다. LG 역시 불펜이 불안한건 매한가지. 단지 열세 극복 시점이 10회부터였기에 연장전 마운드 운용이 LG에 유리하게 전개된 것뿐이었다. 타자를 압도하는 불펜 투수가 부족한 양팀은 앞으로도 불펜 운용에 적지 않은 고민을 할 듯하다. 



▲ 내일은 없다 VS 긴 호흡으로

반면 대구 삼성-두산 전은 잠실 경기와는 사뭇 전개가 달랐다. 일단. 경기가 8회부터 동점이 된 상태라 어느 정도 연장전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 그리고 삼성은 불펜이 8개 구단 중 가장 강한 팀이다. 변칙 상황에 대비한 카드를 마련할 여지가 있다. 두산 불펜은 올 시즌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개개인의 능력치로는 리그 상위권 클래스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이 경기의 최대 변수는 경기 중반 이후 이미 경기 흐름이 뒤죽박죽 됐다는 것. 각팀의 리드 시점이 달라 섣불리 필승조 투입을 할 수 없었고 더욱이 두산은 선발 이혜천이 2이닝 소화 후 물러난 상태였다. 결국, 양팀은 안지만, 권오준과 노경은으로 경기 종반을 버티며 상황 판단에 들어갔다. 그러나 삼성은 안지만과 권오준이 리드를 지키지 못해 연장전에 돌입했다.

여기서 양팀의 마운드 운용이 판이했다. 두산은 3⅔이닝을 버틴 노경은을 뺀 이후 김성배-이현승을 투입했으나 곧바로 강판시켰고, 홍상삼과 정재훈이 각각 2이닝과 4이닝을 소화했다. 특히 김경문 감독은 이날 모처럼 좋은 구위를 선보였던 사실상의 마무리 정재훈을 9회부터 12회까지 밀어붙였다. 보통 구원은 길게 가야 2이닝. 다음날 등판을 포기하면서까지 반드시 승리를 따내겠다는 김 감독의 집념이 돋보였다. 사실 3연패 중인 두산은 내일을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무승부가 됐지만, 두산은 그들이 처한 상황 속 합리적인 마운드 운용을 했다.

삼성 류중일 감독의 마운드 운용은 색달랐다. 4연승을 달리는 팀의 여유일까. 안지만과 권오준이 연이어 실점한 이후 투입한 오승환을 9회에만 던지게 하고 10회부터 3이닝을 패전조로 나섰던 이우선에게 맡겼다. 파격이라면 파격. 이날 삼성이 패배했다면 삼성의 투수 교체는 실패로 인정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류 감독은 당장 한 경기보다 다음 경기를 생각해 최근 연투한 정현욱을 아꼈고 이틀 연속 등판한 오승환을 무리시키지 않았다, 대신 이우선의 가능성을 확인했고 자신감을 고취시켰다. 무승부로 끝났지만 류 감독의 마운드 운용은 결코 실패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이날 연장전을 치른 팀 중 LG만 웃었다. 그렇다면, LG만 연장전 마운드 운용에 성공한 것일까. 의미를 부여하기에 따라 마운드 운용은 다르게 평가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결과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냉혹한 현실 속에선 LG만 웃은 게 사실이다.

[사진=정재훈 임찬규 ⓒ 엑스포츠뉴스 DB]



김준영 기자 SPORT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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