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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모의 백스테이지] 나는 가수다, '시간을 되돌린 위대한 방송'

기사입력 2011.05.20 10:38 / 기사수정 2013.04.30 20:22

백종모 기자

[엑스포츠뉴스=백종모 기자] MBC '우리들의 일밤'의 예능 코너 '나는 가수다'가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예능 프로그램이지만 매번 고품격 콘서트 수준의 무대와 함께 한편 누가 탈락할지 결과를 알 수 없는 재미까지 선사한다. 그만큼 무대를 준비하는 가수들은 최선을 다해야 해서 무대의 수준은 높아진다. 게다가 참가자들은 이른바 국민 가수, 재야의 가수, 얼굴 없는 가수, 가창력의 여왕 등의 내로라 하는 가수들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프로그램이 전 연령대를 아우르는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나는 가수다' 출연했던 가수들은 1986년에 데뷔한 임재범, 2003년에 데뷔한 정엽, BMK를 비롯해 대부분이 90년대나 그 전후로 활동을 시작한 경우로 적절한 연령대를 보이고 있다. 또한 윤복희의 '여러분(1979)', 남진의 '빈잔(1982)'에서부터 소녀시대의 '런데빌런(2010)'에 이르는 다양한 곡이 등장했다.

청중평가단도 10대, 20대, 30대, 40대, 50대 이상으로 골고루 분포돼 있다. 때문인지 매번 의외인 듯하면서도 수긍할만한 결과가 나온다.

반응은 뜨거웠다. 일요일 MBC 예능 프로그램이 극도의 부진을 보이던 상황에서 12.1% 라는 방송 시청률을 보였다. 뿐만 아니라 ‘나는 가수다’에 등장한 원곡과 현장에서 녹음한 음원 등이 각 온라인 차트 상위권을 점령했다.

오프라인 앨범 판매 판도까지 바꾸어 놓고 있다. 온라인 서점 'YES24'의 음반 판매 집계에 다르면 '나는 가수다'가 첫 방송된 뒤인 3월 1째 주 '나는 가수다' 출연 가수들의 앨범이 YES24 음반 판매 차트에 재진입했다. 특히 이소라 6집과 박정현의 베스트 앨범은 30대의 앨범 구매율이 48%와 52%로 10대 20대 위주의 음반 판매와 다른 양상을 보였다. 정엽 1집의 경우 최고 주간 판매 순위 7위까지 기록했으며, 5월 2째 주에서는 2003년에 발매됐던 임재범의 베스트 앨범이 1위를 기록하는 놀라운 현상을 보였다.

또 하나의 사건이 있다. 임재범은 11년 전 곡인 '너를 위해'로 지난 13일 방송된 KBS '뮤직뱅크' 1위 후보에 올랐다. 박재범의 '어밴던드'에 밀려 2위에 그쳤지만 1위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 일대 사건이었다. 임재범과 박재범은 현재 YES24의 오프라인 앨범 판매 순위에서도 1·2위를 다투고 있다.

비슷한 사례로 강진의 '땡벌'이 KBS 드라마 '소문난 칠공주'에 삽입되며 화제가 돼, 발표된지 6년만인 2007년 9월 뮤직뱅크 1위(차트쇼 1위)를 차지한 경우를 들 수 있다.

 

또한 80년대 후반 인기 그룹 소방차는, 96년 일본 개그콤비 다운타운이 '어젯밤 이야기'를 따라 불러 인기를 끈 것을 계기로 같은 해 일본 NHK에서 방송된 '아시아 드림 라이브'에 참가해 아무로 나미에, 엑스 재팬 등의 유명 가수와 함께 무대를 가졌다. '냉면' 등의 히트곡을 탄생시킨 MBC '무한도전'의 무한도전 가요제(2009)도 비슷한 사례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냉정하게 보면 예능 프로나 드라마 등에 힘입어 생긴 우연찮은 일로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좋은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면 이런 시도가 많을수록 좋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나는 가수다' 첫 회에서 이소라는 "너무 가리면 노래를 많이 할 수 없다. 혼자 하는 건 재미없지 않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이웃 나라 일본에서는 40대 이상의 중장년층이 TV 시청률에 큰 영향을 미친 사실을 인식하고, 가요 프로그램에도 새로운 요소를 도입했다. 가요 순위 발표 때 현재의 최신 곡 순위뿐 아니라 20년 전의 가요 순위를 함께 발표한다거나, 주제별 음악 순위를 현재와 과거 음악으로 나누어 전하는 방식이다.



▲렛츠 고 영(NHK)

예전 가수들을 모아 무대를 꾸미는 프로그램 뿐 아니라, 과거의 청춘스타들이 출연하는 프로를 재방영하기도 한다. 최근 일본 NHK BS에서는 과거 청춘 가요프로 '렛츠고 영(1974~1985)'를 다시 방영했다. 단순히 재방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20여 년 전 프로그램을 진행했던 남녀 진행자가 스튜디오에 출연해 방송을 소개하는 방식의 구도로 과거의 향수에 젖도록 유도하는 방식을 하고 있다.

실력파 가수들에 관심이 일시적으로 그치지 않으려면 가요 프로그램의 변화가 필요하다. 현재 가요 프로그램 순위 선정방식은 선정기준이 모호하거나 공정성이 의심된다는 지적이 많다. 정확한 대상이나 숫자가 문자 투표가 '나는 가수다'의 청중평가단 투표방식보다 못하다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또한 KBS '뮤직뱅크'의 경우 팬들의 앨범 공동구매 등이 순위에 영향을 주는 이른바 '사재기' 논란이 꾸준히 재기되고 있다.

뮤직뱅크의 전신인 KBS 가요톱텐(1984~1998)의 경우 연령별 지역별로 일정 비율로 배분되 사전 선정된 투표인단의 투표결과, 전문가로 구성된 가요선정위원단의 의견을 8:2 정도의 비율로 반영했다. 당시에도 젊은 층에 점수가 몰린다는 지적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지금에 와서는 공신력을 상당히 인정받고 있다. 좀 더 공정한 순위 선정 방식을 만들어 가요 프로그램의 의미를 높일 필요가 있다.

최근 크게 기사화됐던 '나는 가수다'의 일본 네티즌 반응이 조작된 것이 거의 확실해 문제가 됐다. '나는 가수다'의 무대와 노래들에 대한 일본인들의 평가는 어떨까. '나는 가수다' 멤버 박정현은 리나 박(LENA PARK)이라는 이름으로 2004년부터 2007년까지 일본 활동을 가지며 일본 내에 일부 마니아층을 형성하기도 했다.

아직까지 그녀를 기억하는 일본 팬이 많은지, 최근 한 일본 네티즌은 "한류 붐은 흥미가 없어도 리나 박은 대단하다"며 박정현의 'Gold('그바보' 일본어판)'을 칭찬하고 있었다. 이는 '나는 가수다' 조작 여부를 확인하기 위헤 일본 게시판 등을 살피던 중 발견한 것이다. 이 때, 아직까지 일본에 박정현을 추억하는 팬들이 일본에 있는 걸 확인했고 , 나는 가수다에 출연한 다른 가수들에게도 관심을 보이는 경우도 찾을 수 있었다.

이들에게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을 접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좀 더 바란다면 한국 가요 시장이 좀 더 다변화되고 성숙해져, 실력파 가수들도 아이돌 가수 중심의 한류 열풍에 합류할 수 있었으면 한다.

[사진=나는가수다  ⓒ MBC 제공, NHK '아시아 드림 라이브 2006' , NHK '렛츠고 영' ⓒ NHK 방송화면 캡처, KBS '가요톱텐' 투표인단 투표용지 ⓒ 기자 소장]



백종모 기자 pres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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