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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청소년축구]결국 알프스를 넘지 못했다.

기사입력 2005.06.13 15:42 / 기사수정 2005.06.13 15:42

손병하 기자


‘결국, 알프스를 넘지 못하고 말았다.’

▲ 세계청소년축구대회 앰블럼
ⓒ2005 FIFA
13일 네덜란드 엠멘에서 열린 ‘2005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에서, F조 예선 첫 상대인 스위스에 1-2로 역전패 당하면서 승점을 올리는데 실패했다. 대표팀은 전반 25분 신영록이 선제골을 기록하며 승리에 대한 희망을 부풀렸지만, 곧 이은 28분과 33분 상대에게 연속 골을 내주면서 역전패했다.

굵은 빗줄기 속에서 치러진 이번 경기에서 대표팀은 U-17 유럽 챔피언에 오른 스위스와 치열한 사투를 벌이며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전반에 허용한 두 골을 극복하지 못하고 무릎을 꿇고 말았다.

전반 초반 치열한 기싸움, 그리고 신영록의 선제 골.

전반 초반부터 스위는는 정확한 패스와, 적극적인 공격으로 기선 제압에 힘썼다. 특히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나선 볼란테와, 안티치는 우리 수비수의 뒷공간을 파고들며 위력적인 움직임을 보여 주었고, 상대 미드필더진들도 빗속에서 경기를 펼치는 것이라고는 보기 힘들 정도로 정교하고 빠른 패스로 흐름을 주도해 나갔다.

하지만, 상대의 세밀화된 패싱 게임에 대표팀은 미드필더와 수비수 간의 간격을 최대한 좁히는 압박으로 대응하면서 경기의 팽팽함을 유지 시켰다. 특히 백승민-백지훈-오장은으로 이어지는 허리에서 적극적인 플레이로 상대 예봉을 미리 차단함으로써 우리에게 공격 기회를 제공 할 수 있었다.

전반 25분 터진 신영록의 첫 골 역시 이러한 압박이 가져다준 결과물이었다.

미드필더에서 상대의 공격을 차단한 볼이 백승민에게 투입 되었고, 백승민은 지체 없이 스위스의 빈 공간으로 파고들던 백지훈에게 절묘한 패스를 넣어 주었다. 백지훈이 슈팅한 공이 상대 골키퍼 로파르의 선방에 막혀 흘렀고, 달려들던 신영록이 이 공을 놓치지 않고 골문 안으로 밀어 넣으며 기분 좋은 선제골을 기록할 수 있었다.

볼 점유율 4/6 정도로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선제골을 따낼 수 있었던 것은, 미드필더들이 주축이 된 압박으로 상대의 공격 흐름을 끊었기 때문이었다.

이후 대표팀은 눈에 띄게 집중력이 흐트러진 모습을 보여주었다. 선제골로 인해 선수들의 긴장이 풀어진 듯 보였고, 집중력 또한 현저히 떨어졌다. 전반 중반까지 치열하게 전개되었던 중원에서의 압박은 보이지 않았고, 특히 미드필더들의 움직임이 눈에 띄지 않아 상대에게 경기 주도권을 너무 쉽게 내주게 되었다.

갑작스런 집중력 저하로 두 골 헌납.

28분 안치티에게 허용한 동점골과, 33분 볼란테에게 내준 역전골도 순간적인 집중력 저하로 선수를 놓치게 되어 헌납한 골들이었다. 33분 역전골의 상황도 우리가 공격으로 전환하는 시점에서 패스 미스로 상대 지글러에게 볼이 넘어갔고, 일순간 우리 선수들의 동작이 정지해 버리는 듯한 순간에 볼란테에게 연결 된 공이 골문 안으로 빨려들어가고 말았다.

청소년팀은 아직 경기 경험 등이 부족해서 90분 내내 같은 긴장감과 집중력을 요구하기엔 무리가 따르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큰 규모의 국제 대회에서는 순간순간 이러한 심리적인 부분의 사이클이 심하게 오르내리며 경기 내내 표출되기 마련인데, 우리의 집중력이 떨어지는 시점이 득점 직후에 찾아오면서 쉬운 두 골을 헌납해 너무나 아쉬울 따름이다.

또 후반 30분 이후 우리 대표팀이 주도권을 잡기 시작하기 전까지 경기 내내 4:6 정도로 볼 점유율의 열쇠를 보였는데, 이는 전반 중반 이후 흐트러진 우리의 전체적인 움직임에서 기인한다.

그렇게 밀리는 경기를 펼치는 것 같지 않으면서도 볼 점유율이 그렇게 차이 난 것은 우선 공중볼이나 선수들끼리 경합 이후에 흘러나온 볼, 즉 세컨 볼에 대한 접근이 없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우리 진영에서도 그렇고 상대 진영에서도 유독 세컨 볼에 대한 접근을 없었고, 상대에게 너무 쉽게 공을 넘겨주는 일들이 반복되었다.

또, 전반 중반까지 이어졌던, 공격-허리-수비로 이어지는 3선의 발란스가 깨져버린 것도 한 몫을 했다. 경기 초반 30~40M 내 외로 촘촘하게 포진해 상대에게 효과적인 압박을 가할 수 있었던 대표팀의 3선 간격은, 실점 이후 50M 이상 넓게 벌어지면서 선수 개개인이 고립되는 현상을 불러왔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니 압박은 고사하고 수비시에나 공격시에나 주변 가까운 곳에 있는 동료를 찾기 쉽지 않아 긴 패스로 일관해야 했고, 상대적으로 신장이 좋은 스위스 선수들에게 헤딩에서 밀리며 볼의 소유권을 넘겨주게 되어 전체적인 볼 점유율이 떨어지게 된 것이었다.

충분한 가능성을 보여주었던 후반

전반을 무기력하게 마친 대표팀은 후반 20분대까지 전반과 별다름 없는 경기를 펼쳤지만, 이후 조금씩 주도권을 잡아 나가며 좋은 장면들을 연출하게 되었다. 이는 후반 박주영을 투톱에서 내려 처진 스트라이커로 사용하고, 미드필더의 숫자를 강화하는 3-5-2 전술로 변화 했던 것이 주효했다.

미드필더쪽으로 조금 내려온 박주영은 넓은 움직임으로 경기에 임하며 많은 찬스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후반 24분경, 박주영이 드리블로 상대 아크 정면까지 진입한 뒤에 박종진에게 슈팅 찬스를 만들어준 장면과, 31분에 터진 백지훈의 날카로운 슈팅 장면은 박주영이 더 넓은 움직임을 펼칠 수 있는 포지션의 변화로 인해 나온 모습들이었다.

특히 후반 30분 이후부터는 이날 경기에서 잘 나오지 않았던 미드필드를 거쳐가는 패스들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대표팀의 공격력이 효과적인 모습을 찾아갔다. 상대적으로 신장에서 밀리는 대표팀이 상대를 유린하기 위해서는 빠르고 정교한 패스로 비교적 순발력이 떨어지는 장신 수비수를 흔들 필요가 있었다.

백지훈과 백승민, 그리고 후반 교체된 박종진으로 이어지는 허리에서 패스가 살아나면서 경기를 장악할 수 있었고, 전방에 효과적인 패스 지원과 함께 좋은 장면을 연출하는 단초가 되었다. 하지만 전반 중반 이후 상대에게 연속 2골을 허용하면서 너무 쉽게 무너졌고, 다시 대표팀이 자신감을 갖고 경기에 임한 시간이 너무 늦어, 결국 동점골을 만드는 데는 실패했다.

비록 1승 제물로 내심 점지했던 스위스를 상대로 승점을 기록하지 못한 채 조 최하위로 처졌지만, 이날 경기 후반 대표팀이 보여준 창의적이고 공격적인 경기력은 나이지리아-브라질로 이어지는 2, 3차전에 대한 기대를 갖기에 충분했다.

지난 84년 멕시코에서 벌어졌던 세계청소년선수권에서도 우리는 첫 경기인 스코틀랜드와의 경기에서 0:2로 패했지만, 이어 벌어진 개최국 멕시코와 호주를 연달아 잡아내며 예선을 통과 결국 4강에 오르는 신화를 만들었었다.

오는 16일 벌어지는 나이지리와의 예선 2차전에서는 오늘 경기 후반에 보여주었던 창의적이고 적극적인 플레이로 승전보를 전해 주리라 믿는다. 빗속에서 최선을 다한 청소년대표팀에게 따뜻한 격려를 보낸다.



손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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