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시드니, 김지수 기자) "본헤드 플레이가 나온 뒤 전체적으로 페이스가 떨어졌던 것 같다."
두산 베어스 내야수 안재석(21)에게 2022 시즌은 혹독했다. 주전 유격수 도약을 목표로 했지만 성적은 99경기 타율 0.213 3홈런 17타점 4도루 OPS 0.575로 기대에 못 미쳤다.
프로 데뷔 시즌이었던 2021년 96경기 타율 0.255 2홈런 14타점 OPS 0.662와 비교하면 타격에서의 정교함과 수비에서의 안정감 모두 뚜렷한 발전을 보여주지 못했다.
안재석 스스로 진단한 문제점은 '과욕'이었다. 시즌 초반부터 지나치게 빠르게 페이스를 끌어올리다 보니 중반부터 전체적인 컨디션이 급격하게 떨어졌다.
호주 시드니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안재석은 "초반에 너무 쫙 올려놔서 후반기에는 힘도 달리고 부담감도 커졌다. 의욕만 앞서다 보니 그랬던 것 같다"며 "올 시즌 준비 과정에서는 컨디션 조절을 잘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고 2023 준비 과정을 전했다.
2022 시즌에는 잊고 싶은 아픈 기억도 있었다. 5월 18일 SSG 랜더스와의 홈 경기에서 연장 11회말 치명적인 본헤드 플레이로 팀 패배의 빌미를 줬다.
두산은 당시 팀이 2-2로 팽팽히 맞선 연장 11회말 1사 만루에서 조수행(29)이 좌익수 앞에 떨어지는 타구를 때려냈지만 1루 주자였던 안재석이 경기가 끝났다고 판단하고 2루로 베이스러닝을 이어가지 않았다.
SSG는 이 틈을 놓치지 않고 유격수 박성한(26)이 2루 주자 정수빈(33)을 태그 아웃한 뒤 2루 베이스를 밟아 1루 주자 안재석을 포스 아웃 처리하면서 이닝이 종료됐다. 두산 입장에서는 끝내기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상황을 허무하게 놓친 뒤 2-5로 패하며 1패 이상의 충격을 안았다.
안재석은 "(2022년 5월 18일 SSG전) 영향이 아무래도 있었다. 스프링캠프 주루 훈련 중에도 그 경기 얘기가 잠깐 나왔는데 그때부터 자신감이 떨어졌던 것 같다.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며 "지금은 코치님이랑 선배 형들이 그때 경기를 말하면서 농담을 한다"고 쑥쓰럽게 웃었다.
이어 "데뷔 시즌은 그냥 막 했다. 신인인데 프로야구 1군 무대, 환경에서 뛰는 게 못해도 잘해도 좋아서 신나게 했지만 2년차 때는 내가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 의욕이 너무 앞섰다"며 "작년에 타석에서 너무 소극적으로 했던 것 같아 첫해 때처럼 공격적으로 휘두르려고 생각하고 있다"고 각오를 밝혔다.
안재석이 특히 신경 쓰고 있는 부분은 수비다. 조성환(47) 1군 수비코치의 지도 아래 스프링캠프에서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하며 안정감을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다.
안재석 스스로도 "스프링캠프 남은 기간 동안 수비에 더 집중하려고 한다"며 두산 특유의 그물망 수비에 걸맞은 수비력을 갖출 수 있도록 구슬땀을 흘리겠다고 다짐 중이다.
타격의 경우 키움 이정후(25)처럼 간결한 스윙이 나올 수 있도록 부지런히 방망이를 돌리고 있다. 이승엽(47) 신임 감독 역시 타격파트 코칭스태프에게 안재석의 스윙을 간결하게 가다듬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상태다.
안재석은 "(이) 정후 형 스윙이 아마 모든 타자들의 워너비가 아닐까 생각한다. 나도 정후 형처럼 치고 싶은 욕심은 있지만 사람마다 몸이 다르니까 똑같이는 못 칠 것 같다"며 "평소 잘 치는 타자들 영상을 보면서 나한테 맞는 걸 찾기 위해 노력 중이다. 올해 100안타 이상을 치고 많은 경기에 나설 수 있도록 이 악물고 해보겠다"고 덧붙였다.
사진=시드니, 두산 베어스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