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0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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컵 대회 우승다툼, 승부는 지금부터다

기사입력 2005.05.05 01:39 / 기사수정 2005.05.05 01:39

안희조 기자
ⓒ2005 K리그

박주영 열풍으로 뜨겁게 달아오른 프로축구 하우젠 컵이 이제 그 종반을 향해 치닫고 있다.

지난 3월 6일 화려한 팡파르를 울린 이후 13개의 팀은 혈전을 주고받으며 숨 가쁜 레이스를 펼쳐왔다. 이제 각 팀당 남은 경기는 1~2경기, 그러나 우승의 향방은 아직 오리무중이다. '스타군단' 수원이 1위로 나서며 다른 팀에 비해 반 보정도 앞서 있지만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다. 울산과 부천이 수원의 턱밑에서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고 서울과 포항 역시 우승의 꿈을 버리기에는 아직 이르다.

ⓒ2005 수원삼성

수원의 우승행진, 컵대회도 예외는 아니다

이적 시즌 동안 즉시전력 감의 선수들을 대거 영입하며 '초호화군단'으로 거듭난 수원이 다시 한 번 이름값을 하고 있다. 수원은 10경기를 치른 현재 5승4무1패 승점 19점을 기록하며 울산을 2점차이로 따돌리고 1위로 올라섰다. 지난 정규리그우승이후 A3대회, 슈퍼컵 등을 재패하며 이어온 우승행진을 계속 이어갈 속셈이다. 남은 두 경기를 다 이긴다면 다른 팀의 결과에 상관없이 자력우승이다.

그러나 갈 길이 평탄하지만은 않다. 우선 주전선수들의 잇따른 부상이 차범근 감독의 인상을 찌푸리게 한다. 지난 24일 전북전에서 부상을 당한 김남일을 비롯해 김대의, 박건하, 최성용 등 노련한 주전선수들이 연거푸 부상을 당하며 전력에서 이탈했다.

시즌 초반부터 연이은 강행군을 펼쳐온 선수들에게 조금씩 문제가 생기고 있는 것. 시즌 초반 더블스쿼드를 구성하고도 남을 두터운 선수층이라는 평가를 받긴 했지만 이정도의 상황은 예상키 힘들었다. 다행히 '돌아온 용병' 산드로가 결정적인 순간마다 골을 터트려주며 팀의 승리를 이끌고는 있지만 상황이 그리 여의치만은 않다.

수원으로서는 5일 벌어질 대구와의 원정경기가 분수령이 될 듯하다. 컵대회 중반까지 1위로 나서다 6위로 추락하기는 했지만 이번 시즌 대구가 보여주고 있는 짜임새 있는 조직력과 화끈한 공격축구는 상대하는 팀을 곤혹스럽게 만들기 충분하다. 더구나 수원은 이번 시즌 원정경기에서는 1승도 거두지 못하는 부진<3무1패>을 겪고 있다. 이번 대구 원정경기를 그르친다면 수원으로서는 시즌 전관왕 달성이라는 목표를 일찌감치 접어야 할지 모른다.

ⓒ2005 안희조

울산, 부천 우승은 충분히 가시권이다

2002, 2003시즌 준우승에 2004시즌에는 플레이오프에서 고배를 마시며 '만년 2위'라는 별명을 얻은 울산, 아이러니하게도 이번 컵대회 역시 2위에 자리 잡고 있다. 울산의 김정남 감독은 애가 탄다. 2001년 감독 부임 이후 매번 팀을 우승권에는 올려놓았음에도 정작 거둬들인 트로피는 단 하나도 없다. 절치부심 맞이한 이번 시즌, 김정남 감독은 '컵대회든 정규리그든 가리지 않고 전력을 쏟아 붓겠다'며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 울산 김정남 감독
울산으로서는 지난 1일 벌어진 서울경기에서의 패배가 못내 아쉽다. 경기를 장악하며 승기를 잡았음에도 '무서운 새내기' 박주영의 한 방에 시즌 첫 패배의 아픔을 맛봐야만 했다. 그리고 그 대가로 1위 자리마저 수원에 내 주어야 했다.

하지만 아직 포기할 단계는 아니다. 승점 2점차의 수원은 한 경기만으로도 따라잡을 수 있다. 남은 경기 상대는 인천과 대전, 모두 울산에게 약한 면모를 보이고 있는 팀들이다.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유상철의 공백이 아쉽긴 하지만 이종민, 노정윤이 충분히 커버해 주고 있고, 물오른 득점감각을 선보이고 있는 김진용의 상승세도 큰 힘이다.

2000년 시즌 이후 급격한 내리막길을 걸으며 '만년 꼴찌'라는 달갑지 않은 칭호를 얻은 부천이 이번 시즌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스타선수가 없음에도 조직력을 바탕으로 팀 전력을 극대화 시킨 정해성 감독의 지도력과 패배의식에서 벗어난 선수들의 자신감이 합쳐진 부천은 더 이상 꼴찌가 아니었다.

용병인 아고스와 이리네가 보여주는 공격진에서의 활약과 조용형, 김재성 등 겁 없는 신인들이 보여주는 패기 넘치는 플레이는 부천을 우승권까지 올려놓았다. 단장의 교체와 모 기업의 적극적인 격려 역시 침체되어 있던 선수들의 사기를 북돋우는데 한몫했다.

부천이 5일 맞붙을 상대는 무패행진을 달리며 부천의 바로 뒤를 쫓고 있는 포항이다. 포항 역시 우승을 포기할 수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상대의 안이한 모습은 기대하기 힘들다. 더구나 돌아온 골잡이 이동국의 상승세는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한다. 부천으로서는 얼마만큼 조직력을 극대화해서 파리아스 감독의 공세를 잘 요리하느냐가 승부의 열쇠가 될 것이다.

울산과 부천 모두 수원에 승점 2점을 뒤진 채 2,3위를 마크하고 있다. 자력우승은 힘들지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 한다면 충분히 우승도 가능한 상황이다. 다만 수원과의 골득실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에 승리를 하더라도 최대한 많은 점수 차를 내야하는 부담감은 있다. 그러나 어차피 여기까지 온 이상 쉽게 물러날 수는 없을 것이다.

서울, 포항, 대구 극적인 드라마를 노린다

'축구 천재' 박주영의 연속 골 행진으로 급상승세를 타고 있는 서울, 무패행진을 기록하며 착실히 승점을 쌓아 온 포항, 박종환 감독의 화끈한 공격축구가 빛을 발하고 있는 대구. 이들 역시 컵대회 우승을 향한 꿈을 접기에는 아직 이르다.

시즌 초반의 부진을 이겨내고 박주영의 네 경기 연속골과 함께 3연승을 기록한 서울은 어느덧 수원을 승점 3점차로 추격하며 컵대회 우승을 위한 가능성을 남겨두었다. 4만1여명의 관중이 모인 지난 1일 울산과의 경기에서 거둔 극적인 승리가 결정적이었다. 승점 3점을 쌓은 것은 물론이고 당시 1위를 달리고 있던 울산을 잡음으로서 선두권과의 격차도 좁힐 수 있었다. 수비조직력의 불안을 비롯해 아직 이장수 감독의 축구가 완전히 정착된 것은 아니지만 박주영을 필두로 한 상승세를 이어간다면 뜻밖의 수확도 가능하다.

비록 무승부가 많긴 하지만 무패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포항 역시 꿈은 같다. 지난 몇 경기에서 골대 불운으로 승리를 날려버린 것이 아쉽긴 하지만 1일 부산원정경기에서 이동국이 후반 인저리 타임에 터트린 극적인 결승골 덕에 마지막 희망의 끈을 붙잡을 수 있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 이번 어린이날 벌어지는 3위 부천과의 경기가 분수령이다. 무승부나 패배는 의미가 같다.

서울, 포항에 비해 승점 1점이 뒤진 대구는 상황이 약간 힘들다. 컵대회 중반까지 파란을 일으키며 1위를 유지하기도 했지만 최근 세 경기에서 2무1패로 부진한 것이 못내 아쉽다. 그러나 끝까지 최선을 다 한다면 가능성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만약 5일 벌어질 수원과의 홈경기를 승리로 장식한다면 상황은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 우승보다는 팬들을 위한 재미있는 축구를 하겠다고 선언한 박종환 감독이 순위 싸움마저 재미있게 만들지 두고 볼 일이다.

앞으로 컵 대회는 두 차례의 라운드가 남아있다. 5월 5일 어린이날의 승부와 5월 8일 어버이날의 최종전. 5일의 경기가 끝나면 사실상 우승이 가능한 팀은 2~3팀 정도로 압축될 듯 하다. 특별한 날 속에서 벌어지는 남은 12경기, 가족의 달을 맞아 기분 좋게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은 당일 승부이외에 벌어지는 치열한 순위 다툼에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안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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