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석·이영욱을 통해 본 '몸에 맞는 볼'의 비밀

[엑스포츠뉴스=김준영 기자] 몸에 맞는 볼은 타자에게는 엄청난 고통이다. 실제로 시속 150km을 상회하는 볼을 맞아보지 않은 사람은 그 고통을 알 수 없다. 그런데 몸에 맞는 볼도 요령이 있다. 엉덩이를 돌리거나 허벅지 부근, 즉 뼈보다는 살이 있는 부분으로 맞는다면 부상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 물론 렉 가드나 팔꿈치 보호대 등을 착용하는 게 필수다.

▲ 몸에 맞는 요령이 필요한 이유

그러나 몸에 맞는 볼은 때때로 타자에게 엄청난 무기가 될 수도 있다. 실제 과거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몇몇 구단은 테니스공으로 몸에 맞는 볼을 연습해 실전에서 톡톡히 이득을 봤다. 타자가 타석에 바짝 붙은 다음 절묘하게 몸을 돌려 몸쪽 볼을 굳이 피하지 않고 출루를 노리는 것이다. 사실 투수도 공짜 출루에 대한 위험 부담은 어느 정도 갖고 있다. 게다가 타자가 타석에 붙으면 투수로선 몸쪽 투구를 하기가 더욱 부담스럽게 된다. 타자도 그런 심리를 활용해 어느 정도 요령을 통해 몸에 맞는 볼로 출루는 노리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다.

▲ 정원석의 사례

그런데 때로는 타자들의 요령이 통하지 않을 때도 있다. 또한 고의로 맞으려고 한 게 아닌데 오해를 받을 경우도 있다. 무슨말일까. 야구규칙 6조 8항의 (b)에는 타자의 1루 안전진루권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돼있다. '타자가 투구를 피하지 않고 그 투구에 닿았을 경우 투구가 스트라이크 존 밖에서 타자에게 닿았고 타자가 이것을 피하려 하지 않았다면 볼이 선언된다' 11일 잠실 LG-한화전서 한화 정원석이 이와 같은 케이스였다.

정원석은 당시 7회초 1사 1,2루 상황서 LG 선발 리즈의 4구째 공에 왼쪽팔꿈치 보호대를 맞았다. 문승훈 구심은 위의 규정을 들어 정원석이 팔꿈치를 일부러 돌렸다고 판단했다. 1루 출루가 아닌 '볼' 선언. 정황상 정원석에게 고의성이 있었는지 여부는 알 수 없었으나 심판원의 재량이 중요했던 터라 정원석으로서는 억울한 순간이었다. 어쨌든 타자로선 몸에 맞는 볼에 대한 요령을 발휘할 때 고의성을 심판원에 드러내지 않아야 한다는 걸 일깨워준 대목이었다. 물론 정원석은 경기 후 고의성이 없었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 이영욱의 사례

정원석만 몸에 맞고도 출루를 하지 못했던 건 아니다. 시간을 2년 전으로 돌려보자. 2009년 6월 6일 광주 KIA-삼성전서도 실랑이가 있었다. 1-2로 뒤진 9회초 삼성의 공격. 2사 만루 상황이었다. 타석에는 이영욱. 볼카운트는 2-2였다. 그의 타격 결과에 따라 경기가 종료될 수도, 동점 혹은 역전이 될 수도 있는 극적인 상황이었다.

사건은 이때 발생했다. KIA 유동훈의 6구째 몸쪽 볼이 이영욱의 왼손목 부근에 맞았다. 밀어내기로 2-2 동점이 되는 듯했다. 그러나 최규순 구심은 이영욱의 삼진과 함께 경기 종료를 선언했다. 알고 보니까 유동훈의 투구가 이영욱의 손에 맞으면서 동시에 하프 스윙이 인정됐기 때문. 이영욱이 자신의 손 부근으로 오는 볼을 피하려다 자신도 모르게 배트도 함께 절반쯤 돌아간 것이었다.

야구 규칙 6조 8항 (b)에는 '바운드하지 않은 투구가 스트라이크 존에서 타자에게 닿았을 경우에는 제외된다'고 돼있다. 즉 이영욱이 유동훈의 투구에 손을 맞을 당시 헛스윙을 했기 때문에 스트라이크로 인정돼 몸에 맞는 볼은 선언되지 않은 대신 삼진과 함께 경기 종료 차임벨이 울린 것이다. 이럴 경우 당연히 스트라이크가 우선한다. 당시 선동열 전 감독과 한대화 전 수석코치(한화 감독)가 강력하게 항의를 했지만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몸에 맞는 볼, 고의성이 엿보이거나 스트라이크 존 통과 혹은 스트라이크가 인정되는 볼에는 1루 안전진루권이 주어지지 않는다. 무작정 몸에 맞는다고 '살신성인 정신'이 통하는 건 아니다.   

[사진=정원석 이영욱 ⓒ 엑스포츠뉴스 DB]

김준영 기자 SPORTS@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