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6 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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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 질질 끌려다니고, 북한 들먹이는 FIFA

기사입력 2022.12.17 15:19 / 기사수정 2022.12.17 15:27



(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역에 76발의 미사일을 퍼부은 날, 국제축구연맹(FIFA)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카타르 월드컵 결승전 평화메시지 영상 공유 요청을 거부해 논란이 되고 있다.

FIFA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끌려다니는 모습이 다시 나타나고 있다.

미국 CNN은 지난 16일(한국시간)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카타르 월드컵 결승전 킥오프 전 영상 연설을 제안했으나, FIFA가 이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다만 아직 결승전까지 시간이 약간 있는 만큼 FIFA와 우크라이나 정부 사이 합의될 여지는 아직 남아 있다는 게 CNN의 설명이다.

특히 16일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전역에 76발의 미사일을 쏴 출근길 무고한 시민들을 겨냥한 날이라는 점에서 FIFA의 결정이 논란을 낳고 있다.

FIFA가 러시아 편을 들어 국제 사회의 비판에 직면하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무차별 공격을 가할 때, FIFA는 카타르 월드컵 유럽예선 플레이오프에 올라있는 러시아가 국기와 국가를 사용하는 대신 러시아축구협회 이름으로 나서도록 방침을 정했다.

하지만 러시아와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격돌하기로 했던 폴란드, 그리고 러시아가 폴란드를 이길 경우 월드컵 본선 티켓을 놓고 플레이오프 최종전에서 붙을 예정이었던 스웨덴 및 체코가 "러시아와 경기하지 않겠다"며 플레이오프 참가를 단호히 거부하자 그 때서야 방침을 바꿔 러시아가 러시아는 물론 러시아축구협회 이름으로도 참가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FIFA의 '러시아 눈치 보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아 지난 4월1일 카타르 월드컵 본선 조추첨식을 앞두고 열린 FIFA 총회에 러시아와 동맹국인 벨라루스, 두 나라의 참가를 허용했다.



보리스 존슨 당시 영국 총리 등이 FIFA에 강한 유감을 표시했으나 지안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은 묵묵부답으로 러시아축구협회와 벨라루스축구협회 인사들의 카타르 방문을 방관했다.

이어 이번 카타르 월드컵 결승전 앞두고 젤렌스키 대통령의 영상 연설을 거절, "사실상 러시아 편을 든 것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했다.

FIFA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뒤 2012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 경기장 등 우크라이나의 숱한 축구 시설이 파괴되고, 우크라이나 프로축구가 무관중으로 변칙 진행되는 와중에 위로금 100만 달러(약 13억원)만 내놔 빈축을 산 적도 있다.



인판티노 회장은 여기서 더 나아가 카타르 월드컵 개막식 직전 기자회견을 통해 개최국 카타르에서 일어난 노동자 인권 탄압이나 소수자 문제 등에 관한 질문을 받자 "북한도 월드컵을 열 수 있다"고 발언해 국제 사회를 깜짝 놀라게 했다.

북한이 마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으로 추정되는 화성-17호를 발사하고 "행성(지구) 최강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보유국이 됐다"고 자랑하던 시기여서 인판티노 회장은 순식간에 전세계 웃음거리가 됐다.



러시아 눈치보는 것은 개최국 카타르도 예외가 아니어서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카타르 국왕은 지난 10월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서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을 만나 환담했다.

푸틴은 이 자리에서 자국 대표팀의 최종 플레이오프 자격 박탈에도 불구하고 "카타르 월드컵 성공을 기원한다"고 밝혔다.

사진=EPA, 로이터/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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