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조은혜 기자) "저는 원래 눈물이 없는 사람이었거든요."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는 지난 9일 2022 신한은행 SOL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지명타자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이대호의 7번째 황금장갑이자 마지막 황금장갑이기도 했다. 수상 후 이대호는 그간 함께한 은사들과 팬들을 포함한 롯데의 식구들, 그리고 가족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야구와 함께한 21년과 그 이상의 세월을 한 번의 인터뷰로 정리하기에 이대호의 야구인생은 길고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무대 위에서도 눈시울을 붉혔던 이대호는 시상식이 모두 끝난 후에도 연신 차오르는 눈물을 삼켜야 했다. 꺼내고 싶은 이름들은 한 두명이 아니었다.
어린시절 친할머니 밑에서 자란 이대호는 "할머니 말씀을 하고 싶었는데 더 눈물이 많이 날 것 같아서 참았다. 하늘에서 다 지켜보고 계실 거라고 생각한다. 너무 흐뭇해 하실 거다. 정말 많이 도와주셨다"고 얘기했다.
또 "일본에 갈 때나, 미국에 갈 때나 다 찬성을 해주시고, 내가 오로지 야구만 할 수 있도록 장인어른, 장모님이 더 고생하신 것 같다. 아내도 고생을 많이 했지만 내가 없을 때 장인어른이 아버지 역할을 하시면서 아이들을 키워주셨다. 항상 감사하다"는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이대호가 말하는 이대호는 눈물이 없는 사람이었다. 이대호는 "나는 야구장에서 정말 강하게 했다. 후배들한테도 무서운 선배였다. 정말 안 울기 위해서 노력했는데, 왜 이렇게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다"며 "정말 남성호르몬을 맞아야 하나 생각하고 있다"고 웃기도 했다.
불혹의 나이, 마지막 시즌에 젊은 선수들 못지 않은 기량으로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는 건 의미하는 바가 많다.- 이대호는 "나이가 들어서 야구를 한다는 건 편견과 싸워야 한다. 나이가 많으면 못한다는 편견을 극복하기 위해 더 많이 노력하고, 더 많이 생각해야 하는 자리였다. 그래서 마지막에 정말 멋있게 은퇴하고 멋있게 물러나고 싶었는데, 그걸 내가 지켜서 너무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 "후배들에게도 좋은 본보기가 된 것 같다. 마흔이 돼도 잘할 수 있다는 걸 꼭 보여주고 싶었다"면서 "솔직히 마지막에는 체력적으로 좀 떨어지긴 떨어졌는데, 워낙 많은 팬분들이 와주셔서 응원해주셔서 힘을 얻었다. 그런 분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더 강하게 채찍질을 했고, 그렇게 좋은 성적이 났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이대호의 인생과 계속 함께한 야구, 미련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이대호는 "솔직히 더 하고 싶다. 하지만 이제 좋은 후배들을 위해 자리를 넘겨주고, 그 선수들이 잘했으면 하는 바람이 더 크다. 야구선수가 야구 말고 뭘 하겠나. 제일 좋아하는 게 야구고, 나는 야구할 때 제일 행복한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만큼 제일 잘하고 좋아하는 야구인데, 떠난다는 게 솔직히 쉽지는 않다. 하지만 내 생각대로 할 순 없는 일이고 은퇴 발표를 한 뒤에 좋은 모습으로 물러나서 좋다"고 웃었다.
이제는 밖에서 프로야구를, 또 롯데 자이언츠를 바라봐야 한다. 이대호는 "지금 솔직히 롯데 팬들이 야구장에 많이 안 오신다. 우리 선수들이 열심히 해서 전국에 숨어 있는, 잠시 움츠리고 있는 우리 롯데 팬들을 다시 야구장에 불러줬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이어 "우리 팬들은 롯데 성적이 좋으면 다 오실 분들이다. 너무 보고 싶다. 팬들이 많이 와주셔서 한국 야구가 더 재미있어지는 걸 바란다"고 덧붙였다. 야구선수로서, 롯데 자이언츠의 선수로서 이대호의 정말 마지막 인터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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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