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한국 축구가 12년 만에 16강 진출을 이루며 2022 카타르 월드컵을 '해피 엔딩'으로 마감할 수 있었던 배경으론 파울루 벤투 감독이 추구한 점유율 중심의 이른 바 '빌드업' 축구와 역습과 긴 패스 등 효율성 추구가 적절히 어우러졌던 것으로 풀이된다.
벤투 감독은 지난 4년간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및 평가전 등을 통해 골키퍼가 롱킥을 하지 않고 최종 수비수에게 패스를 건네 팀플레이를 만다는 축구를 줄기차게 시도했다.
국내 축구계에선 한국 선수들 개인기가 세계적인 수준과 다소 차이가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런 빌드업 축구가 월드컵에서 통할지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
특히 손흥민이 월드컵 직전 얼굴 부상으로 제 컨디션이 아닌 반면, 우루과이와 포르투갈 등 두 팀 공격수들이 유럽 빅리그에서 뛰며 최고 수준의 기량을 갖추고 있어 수비수들이 미드필드나 공격진까지 패스를 제대로 뿌릴 수 있을지에 대한 물음표가 적지 않았다.
수비수들이 패스 전개하다 상대 압박에 볼을 빼앗기면 바로 결정적인 골 찬스를 내줄 수 있어서다.
하지만 이는 기우에 불과했다.
2012 유럽축구선수권대회와 2014 브라질 월드컵 등 메이저 대회에서 포르투갈 대표팀을 데리고 참가했던 벤투 감독이 월드컵이란 큰 무대 경험을 되살려 선 굵은 축구를 적절히 섞고, 상대에 맞는 전술을 펼쳤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 우승후보들을 위협할 다크호스로도 지목된 우루과이와의 경기에서 귀중한 승점 1점을 획득한 것도 이런 '하이브리드' 축구가 통했던 점이 꼽힌다.
1차전 우루과이전에서 한국은 골키퍼 김승규가 롱킥으로 전방에 바로 볼을 배달할 때도 있었으며, 때로는 수비라인을 내려 우루과이 공격수들의 기량에 태극전사들이 너무 부담 갖기 않도록 했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도 우루과이전 뒤 "벤투 감독이 월드컵 경험을 살려 고집보다는 변화를 줬고 이게 나름대로 통했다"고 호평할 정도였다.
이어 가나전에선 비록 전반 중반 2실점하며 위기를 맞았으나 주도권을 계속 쥐고 몰아붙이는 축구로 추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특히 상대가 측면 수비를 포기하자 크로스를 줄기차게 올려 두 골 만회하고 동점까지 가는 드라마를 연출했다.
조별리그 최종전 포르투갈전에선 볼점유율에 집착하지 않고 상대의 공세를 기다리며 버틴 뒤 세트피스 혹은 속공으로 뚫는 기존 한국 축구의 전형적인 플레이를 펼쳤는데 결과적으로 통해서 2-1 역전승을 거뒀다.
브라질과 16강전은 전반 대량 실점으로 일찌감치 승기를 놓쳤으나 긴 패스를 통해 상대 뒷공간을 손흥민과 황희찬이 노리는 전술을 들고 나와 공략했다.
이에 더해 벤투호의 꾸준한 약점을 지적됐던 교체 용병술이 막상 본고사 들어서는 엄청난 위력을 발휘했다.
2차전 가나전에서 이강인이 후반 12분 그라운드에 들어선 뒤 불과 1분 만에 조규성의 만회골을 어시스트한 것, 포르투갈전에서 그 동안 허벅지 뒷근육 부상으로 결장했던 황희찬을 당시 벤치에 있던 세르지우 코스타 수석코치가 후반 초반 과감하게 투입, 황희찬이 역전 결승포를 뽑아낸 것 등이 대표적이다.
16강 브라질전에서도 후반 0-4로 끌려가던 순간 백승호를 넣어 11분 뒤 왼발 중거리포로 국민들에게 마지막 선물을 안긴 것 역시 벤투 감독의 용병술로 호평하지 않을 수 없는 순간이었다.
'고집'이 아니라 유연함과 국제무대 경험이 녹아들면서 벤투호가 월드컵에서 웃을 수 있었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