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윤승재 기자) 역전골의 순간, 손흥민의 주위엔 7명의 선수가 있었다. 하지만 손흥민은 침착했다. 7명 사이로 침착하게 패스를 찔러 넣었고, 이는 곧 황희찬의 역전골과 16강 확정 결승골로 이어졌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은 3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에 위치한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포르투갈과의 2022 카타르 월드컵 H조 3차전에서 2-1 역전승을 거뒀다. 이날 승리로 1승 1무 1패를 기록한 벤투호는 우루과이를 다득점으로 제치고 16강 티켓을 거머쥐었다.
후반 추가시간 황희찬의 극적인 결승골이 팀을 16강에 올려놓았다. 하지만 더 결정적인 장면은 골 직전에 나왔다. 상대의 코너킥에서 흘러나온 공을 손흥민이 전력질주로 포르투갈 진영까지 끌고 나가며 찬스를 만들어낸 것.
이 과정에서 포르투갈 선수 8명이 동시에 내려왔다. 1명은 반대쪽의 황희찬을 막기 위해 빠져나갔지만, 나머지 7명은 손흥민 쪽으로 달려가 그를 에워쌌다. 손흥민을 막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손흥민은 공을 뺏기지 않았다. 역습 도중 상대 수비의 발에 걸려 뺏길 위기에 처했지만 공을 지켜냈고, 그들의 다리 사이로 재치 있게 공을 연결하면서 결정적인 찬스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한국은 꿈에 그리던 16강행 티켓을 극적으로 거머쥘 수 있었다.
사실 이전까지 손흥민은 기대만큼의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을 향한 상대의 견제는 집요했고, 안와골절 부상으로 착용한 마스크는 정상적인 플레이를 방해했다.
이 때문에 경기 내내 손흥민의 패스는 정확하지 못했고, 슈팅이나 드리블도 영국에 있을 때보다 날카롭지 못했다.
여론의 질타도 이어졌다. 부진한 손흥민을 풀타임으로 중용하는 벤투 감독을 비판하기도 했고, 손흥민의 SNS로 달려가 악플을 남기는 팬들도 생겨났다. 오죽하면 이웃나라 중국 매체가 손흥민에 대한 악플을 이해할 수 없다며 손흥민의 은퇴를 우려하는 기사를 낼 정도.
하지만 손흥민은 이날 결정적인 활약으로 비판 여론을 뒤집었다. 자신이 왜 끝까지 그라운드에 남아야 하는지, 대표팀에 왜 손흥민이 필요한지 스스로 실력으로 증명했다.
아무리 손흥민이 정상 컨디션이 아니더라도 상대팀은 그를 더 신경 쓸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나머지 선수들을 향한 견제가 느슨해지면서 황희찬에게 기회가 만들어졌고, 한국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손흥민이 필요한 이유가 마지막 장면에 고스란히 나왔다.
뿐만 아니라 손흥민은 풀타임 출전으로 힘든 가운데서도 공수 진영을 부단히 누볐고, 경기 막판엔 부상 우려에도 마스크를 벗고 뛰는 투혼까지 발휘했다. 코너킥 상황에서 팬들의 응원을 불러일으키는 제스처도 손흥민의 몫이었다.
그렇게 손흥민은 팀의 16강행을 결정짓는 도움을 기록하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이전까지 항상 아쉬움과 미안함의 눈물만 흘렸다면, 이날은 달랐다. 스스로 자신의 존재감을 증명하면서 온 국민을 감동케 했다.
사진=연합뉴스, MBC 중계 캡쳐
윤승재 기자 yogiyoon@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