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1.05.01 20:55 / 기사수정 2011.05.01 20:55
[엑스포츠뉴스=김준영 기자] 글로버의 구위가 너무 좋았을 뿐이었다.
두산이 1일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문학 SK전서 1-3으로 석패했다. 이날 경기의 히어로는 단연 오랜만에 선발 역투를 펼친 SK 외국인 에이스 글로버. 에이스라는 칭호를 붙여줘야 할 정도로 좋은 투구를 선보였다. 두산은 글로버의 역투와 SK 계투작전에 단 2안타로 묶이며 패배를 맛봤다.
두산은 이날 모험을 걸었다. 부상 여파로 100% 컨디션이 아닌 이종욱이 선발 라인업에서 빠지는 대신 유재웅이 중견수로 올 시즌 첫 선발 출장했다. 이어 김 감독은 고영민을 톱타자로 내보냈으며, 오재원을 1루수 3번 타자로 출장시키는 용병술을 선보였다. 아울러 3번 붙박이 김현수를 6번으로 내려보내는 결단을 내렸다. 포수도 양의지 대신 용덕한을 투입시켜 이날 선발 김성배의 안정을 도모했다.
김 감독의 파격 라인업의 의도는 두 가지였다. 한 가지는 발 빠른 타자를 상위 타순에 배치해 경기 초반 기동력으로 SK를 흔들어 주도권을 가져가려는 작전이었고 다른 한 가지는 유재웅, 고영민 등을 선발로 출장시키면서 1군 야수들에게 긴장감을 불어넣으려는 고도의 심리전이었다. 경기 중 김재환 이원석 정진호 윤석민 등을 연이어 투입시키면서 김 감독은 선수들간의 경쟁 효과를 극대화시켰다.
결과적으로 김 감독의 파격 라인업은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1회 1사 후 정수빈이 좌중간 3루타를 치고 나가며 기회를 잡았다. 이때 후속 타자 오재원의 스퀴즈 번트로 선취점을 뽑아냈다. 오재원의 스퀴즈 번트도 다분히 자신도 살겠다는 세이프티성 번트에 가까운 타구였다.
실제 계속해서 번트를 시도하지 않고 볼 2개를 골라냈고 3루 주자 정수빈도 스타트 동작을 취하지 않으며 SK 벤치를 교란시켰다. 언제든지 번트를 댈 수 있다는 자신감과 빠른 발이 아니었다면 시도할 수 없었던 고급 작전이었다. 김 감독이 이들을 상위 타순에 배치한 것은 발 빠른 타자들의 재기발랄한 플레이를 원했기 때문이었다. 김 감독의 의도는 선취점으로 구현됐다.
그러나 두산의 재미는 거기까지였다. 2회부터 글로버의 완벽투에 완벽하게 눌렸다. 김성배도 수준급의 피칭을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되려 중견수로 투입된 유재웅과 정진호가 연이어 미숙한 모습을 보였다. 이종욱이 결국 8회말 수비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밖에 선발 출장한 포수 용덕한도 SK 빠른 주자들의 2루 도루를 몇 차례 저지했지만 정작 양의지에 미치지 못한 공격력이 아쉬웠다.
어쨌든 두산은 이날 경기서 패했으나 풍부한 선수층을 고루 활용하며 SK를 압박하는 동시에 선수단 긴장감 조성에는 어느 정도 성공했다. 김 감독의 파격 라인업이 앞으로 더 자주 나올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두산=김경문 감독 ⓒ 엑스포츠뉴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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